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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In] 격동의 근현대사 서린 부산 매축지마을, 역사 속으로

송고시간2020-07-13 0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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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4년 부산 매축지 마을 모습
1954년 부산 매축지 마을 모습

[부경근대사료연구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부산=연합뉴스) 박성제 기자 = 부산 동구 범일동 매축지 마을은 과거의 흔적이 곳곳에 서려 있어 '시간이 멈춘 마을'로 불린다.

과거 부산진 해안을 메워 만들어 '매축지'(埋築地)라고 불린 이곳은 일제강점기 일본이 군수물자를 옮기기 위해 조성했다.

당시 일본은 태평양 전쟁을 일으킨 후 만주지역으로 보낼 각종 군수물자를 모아놓기 위해 이곳에 막사와 마구간을 지은 것으로 전해진다.

집끼리 다닥다닥 붙어 있는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된 것은 6·25전쟁 이후부터다.

부산으로 쓸려오듯 내려온 피란민은 거주할 공간을 만들기 위해 매축지 마을 마구간을 칸칸이 잘라 생활공간으로 이용했다.

부엌에 방 하나 딸린 작은 집과 주민들이 이용하는 공용화장실은 여전히 골목 안에 촘촘히 붙어 있다.

이처럼 마을 곳곳엔 부산 근현대사 굴곡이 남아있어 한때 시대극 촬영지, 출사지로 이름을 알리기도 했다.

아쉽게도 이후 3차례에 걸쳐 발생한 대형 화재 등으로 옛 모습이 원형 그대로 보존되지는 못한 상태다.

부산 매축지 마을
부산 매축지 마을

[부산 동구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그런데 최근 부산 동구 매축지 마을 재개발 사업을 둘러싸고 벌어졌던 조합과 동구청 간 소송전이 일단락되면서, 매축지 마을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매축지 마을은 1990년 열악한 환경과 줄어드는 인구로 인해 도시환경정비사업 추진 구역으로 지정됐다.

다툼은 동구 측이 사업에 탄력을 붙이기 위해 총 10개 지구 중 제2, 3, 4, 5지구를 합쳐 '통합 2지구'를 구성하는 데서 시작됐다.

당시 기존 제3지구는 동구의 통합조합 설립 계획에 설립 방법 등을 이유로 반대했지만, 동구청은 통합 2지구 설립을 승인했다.

이에 2018년 기존 제3지구는 한 구역 내 2개 조합을 승인한 동구청을 상대로 '통합 2지구 조합 설립 승인 취소소송'을 내고, 구역 내 복수 정비사업 주체가 존재하는 것은 '1 정비구역 1 사업주체 원칙'을 어겨 위법이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후 2018년 1심에서는 동구가 패소했으나, 올해 2월 항소심에선 동구가 승소했으며, 3월 대법원 역시 동구의 손을 들어줬다.

그동안 부침을 겪던 문제의 구역에는 아파트가 세워질 계획이다.

1907년경 부산 매축지 마을 모습
1907년경 부산 매축지 마을 모습

[부경근대사료연구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일각에선 매축지 마을이 간직한 역사가 보존되지 않아 아쉽다고 지적한다.

재개발 지구가 사유지인 탓에 마을의 흔적을 유지해 기념할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복지법인 우리마을 관계자는 "일제강점기부터 마을이 형성돼 왔고 주민의 삶과 생활 흔적이 많이 남아있는 지역인데 재개발로 사라지게 돼 안타깝다"며 "마을의 흔적을 조금이나마 남길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동구청 관계자는 "구청 소유 토지가 없다 보니 박물관 등을 통해 보존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상황"이라고 "재개발이 확정된 후에는 보존과 관련해 논의된 바가 없다"고 말했다.

psj1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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