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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명장 열전] ① 영하 200도 고압가스 저장 기술자 최동준 명장

송고시간2020-07-12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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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고 졸업 이후 주경야독 대학 석사·박사 학위…40년 외길 인생

초저온 액화 저장설비 국산화 첫 성공…일 학습 병행 기술자 양성

고압가스 기술 최동준 명장
고압가스 기술 최동준 명장

[최동준 씨 제공]

[※ 편집자 주; 기술 강국 대한민국의 오늘은 현장에서 묵묵히 헌신하고 땀 흘린 그들이 있어 가능했습니다. 어려운 여건에도 기술을 갈고 닦아 최고의 반열에 오른 그들을 우리는 명장이라고 부릅니다. 그들은 최고 기술자로서의 입지를 넘어 산업 현장의 버팀목 역할까지 하고 있습니다. 또한 그들의 존재는 기술 강국 대한민국 명성을 세계에 전하는 데도 일조하고 있습니다. 연합뉴스는 그들을 대한민국 명장, K명장으로 부르고자 합니다. 그리고 기술인력 우대 분위기 조성으로 기술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산업 현장에 도움을 주고, 청년들의 도전 의식도 일깨우고자 각 분야 K명장들을 만나 최고에 오르기까지 스토리를 들어봅니다. 이 기획물은 12일부터 주말 1편씩 모두 30편이 송고됩니다.]

(부산=연합뉴스) 조정호 기자 = "고압가스 분야에서는 '대한민국 최고'라는 자부심을 갖고 지금도 현장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지난 7일 부산 사하구 다대동에서 초저온 가스저장설비를 제조하는 부영CST 공장에서 만난 최동준(62) 대표는 작업복 차림이었다.

공장 내부에서는 대화가 불가능할 정도로 요란한 기계 소리가 줄곧 울려 퍼졌다.

최 대표는 2014년 가스 부문 대한민국 명장으로 선정된 기술자이다.

산업 현장에서 최고 기술자로 인증을 받은 그는 직원 30명이 다니는 회사 대표이면서 공학박사, 기능한국인, 산업 현장 교수 등 다양한 경력을 소유한 실력자다.

고등학교 졸업 후 고압가스 분야에서만 40년 넘는 '외길 인생'을 걸어가면서 대한민국 최고 기술자가 됐다.

최동준 명장
최동준 명장

[촬영 조정호]

그는 중학교 3학년 때 등록금을 내지 못할 정도로 가정 형편이 어려웠지만, 취업을 위해 경남공업고등학교 기계과에 진학했다.

"어렸을 때 영도 수리조선소 주변 철공소에서 자라다 보니 기계와 공구를 쉽게 다룰 수 있었고 적성에도 맞았습니다."

고등학교 졸업 후 1977년 선박 수리 업체에서 일하면서 동의대 기계설계학과(야간)를 다녔다.

1982년 고압가스 설비 업체에 취업해 가스 기능사, 산업 기사, 기능장 자격증을 획득했다.

1999년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때 갑자기 회사가 부도가 났다.

그는 고압가스 설비 수리를 해달라는 업체들의 요구를 받고 퇴직금, 아파트 담보 대출, 신용보증기금 지원 등을 합쳐 5천만원으로 '부영가스기공'를 설립했다.

2000년 고압가스 특정설비 제조업 등록을 한 이 회사는 초저온(-200도)에서 액화가스를 저장하는 장치와 관련된 신기술을 잇달아 개발해 주목을 받았다.

산소·질소·아르곤·이산화탄소를 액체 상태로 보관·이동시키기 위해서는 배관·단열·용접 부문에서 뛰어난 기술력이 필요하다.

수입에 의존하던 레이저 절단용 고압 질소 액체 저장 탱크를 2001년 처음으로 국산화에 성공한 것도 최 명장이다.

액체탄산 가스저장 용기
액체탄산 가스저장 용기

[최동준 씨 제공]

이러한 기술력은 최 명장이 현장에서 익힌 경험을 바탕으로 해박한 이론적 지식이 융합됐기 때문에 가능했다.

최 명장은 "외국산 탱크를 수리하면서 구조적인 문제점을 알게 됐고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선진 기술력을 확보하고 이론적 체계와 현장 실무에 적용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특허 3건, 실용실안 4건을 보유 중이며, 액체 수소 저장 탱크 관련 특허 2건을 신청해놓고 있다.

최 명장이 고압가스업계에서 실력을 인정받을 수 있었던 것은 일과 학습을 병행하면서 최고 기술자가 되겠다는 열정으로 현장을 지켜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는 2006년 한국해양대 대학원 기계시스템공학과에서 석사, 2009년 공학박사 학위까지 받았다.

2007년 회사 이름을 변경한 부영CST는 현재 저장 탱크, 압력 용기, 초저온밸브, 디지털액면측정장치 등을 제작하고 있다.

부영CST 공장 모습
부영CST 공장 모습

[촬영 조정호]

이 회사는 정부로부터 기술혁신형 중소기업으로 인증을 받아 연간 40억원 매출을 올리는 중소기업으로 성장했다.

최 명장은 "선진국은 기초 기술을 중요시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공장에서 기술을 배우는 것보다 대학 진학 등 학벌 중심 교육이 지속해 너무 안타깝다"며 "특히 회사가 어렵게 개발한 혁신기술이 보호받지 못하고 다른 경쟁업체로 넘어가는 제조업 현실도 개선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공장에서 일하면서 최고 기술자가 되겠다는 사람을 구하기가 힘들지만, 기술이 우대받는 세상이 반드시 올 것으로 믿는다"며 "저의 경험과 기술을 후배들에게 물려주기 위해 현장 근무와 이론 수업, 자격증 취득 기회를 제공하는 일학습병행제에 참여해 매년 3명을 배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c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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