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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공항 국제선 셧다운 100일…출구 실종에 깊어지는 시름

송고시간2020-07-11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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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선 합쳐도 항공 편수 지난해 50% 수준…항공사·면세점 생존 위태

노동자 고용 불안…항공사 직원·조업사 등 휴직률 50% 넘어

텅 빈 국제선 청사 테이블에서 공부하는 청년들. 앞쪽 커피숍은 불이 꺼져 있다.
텅 빈 국제선 청사 테이블에서 공부하는 청년들. 앞쪽 커피숍은 불이 꺼져 있다.

[손형주 기자]

(부산=연합뉴스) 손형주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전 세계 확산 장기화로 지역 항공업계와 관련 직종 노동자 모두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 9일 오후 김해공항 국제선 청사.

텅 빈 국제선 청사 테이블에는 이직을 준비하는 이들로 추정되는 청년들이 공부를 하고 있었다.

인천국제공항 다음으로 국제선 비중이 가장 높았던 김해국제공항은 1월 초까지만 해도 공항이 너무 붐벼 항공기가 제시간에 이륙하지 못할 정도였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다.

4월 초부터 입출국 전광판이 완전히 꺼진 김해공항은 사실상 셧다운 상태다.

청원경찰이 입출국장 입구를 쓸쓸히 지키고 있으며 면세점과 CIQ(세관·출입국·검역) 구역은 완전히 불이 꺼져 있는 상태다.

여행객들로 북적였던 식당은 긴 휴업에 들어갔으며 커피숍은 공항 직원들을 위해 오전에만 한시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텅 빈 김해공항 국제선 청사.
텅 빈 김해공항 국제선 청사.

김해국제공항은 지난 4월부터 검역 강화를 위한 국제선 인천공항 일원화 정책으로 국제선 운항이 중단됐다.

◇ 국제선 중단 100일째…위기의 항공업계·면세점

지방공항 중 국제선 비중이 가장 높았던 김해공항은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았다.

김포나 제주공항은 국내선 성장세로 국제선 여객 감소를 상쇄하고 있지만, 국제선 비중이 높았던 김해공항은 갈수록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한국공항공사 항공통계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김해공항에 이착륙한 항공기는 모두 2만7천472편. 지난해 같은 기간 5만6천857편보다 51.7% 감소했다.

같은 기간 여객은 더 큰 폭으로 감소했다.

올해 6월까지 355만9천124명이 김해공항을 이용했는데 지난해 같은 기간 867만3천366명에 비해 59% 감소한 숫자다.

국제선만 비교하면 감소 폭이 훨씬 크다.

올해 6월까지 김해공항 국제선 이용객은 115만1천21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508만870명보다 77.3%나 감소했다.

운항 편수는 3만3천375편에서 9천452편으로 71.7% 감소했다.

이마저도 4월 6일부터 방역 당국과 국토부가 국제선 입출국을 인천국제공항으로 일원화해 김해국제공항 국제선은 완전히 운항이 중단됐다.

4월부터 6월까지 운항한 국제선 비행기는 고작 4편이다.

코로나19 해외 확산이 꾸준해 당분간 국제선 인천공항 일원화 정책이 이어질 것으로 보여 김해공항 시름은 더 깊어질 전망이다.

코로나 여파 날개 잃은 김해공항 국제선
코로나 여파 날개 잃은 김해공항 국제선

[연합뉴스 자료사진]

◇ 직원 절반이 휴직 중…고용불안에 떠는 공항 노동자들

김해공항은 지난해 말 기준 공항 운영 인력이 5천300여 명이 일하는 거대한 일터였다.

공항 밖에서 일하는 항공 관련 근무자들까지 합치면 숫자가 훨씬 늘어나며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하다.

김해공항이 거점인 에어부산은 직원 70%가량 휴직 중이다.

이달 중순부터 인천국제공항에서 130일 만에 국제선 운항을 시작하지만, 김해공항 국제선이 운항 중단된 상태라 경영 회복을 위한 출구를 쉽게 찾기 힘든 실정이다.

에어부산 다음으로 부산에 많은 직원이 있는 대한항공도 직원 60∼70%가량 휴직 중이다.

중국, 일본 등 외항사 직원들은 대부분 공항 안에서 철수한 상태다.

문을 닫은 지방 공항 면세점은 타격이 가장 크다.

국제선 운항 중단과 함께 4월부터 김해공항에서 임시 휴장 중인 롯데와 토마스 줄리 면세점은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국토부와 한국공항공사가 지방 공항 면세점 등 공항 상업시설 임대료를 8월까지 50∼100% 감면해주고 있지만, 혜택이 중단되면 더는 버틸 수 없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김해공항에 입점한 한 면세점 관계자는 "임대료 감면 지원이 중단되는 8월 이후에는 어떤 형태로든 구조조정을 할 수밖에 없어 걱정하고 있다"며 "6∼7월이면 상황이 좋아질 줄 알았는데 사태가 너무 장기화해 협력기업에 대금을 맞추기도 힘든 실정이다"고 말했다.

면세점 직원들은 대부분 휴직 중이며 비정규직 사원들은 지난 4월 이미 직장을 그만둔 인원도 많다.

공항 관련 노동자들도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공무원, 공기업 직원 외에는 누구도 고용을 보장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공항의 숨은 일꾼으로 불리는 조업사도 타격이 크다.

대한항공, 아시아나 등 항공사 자회사에 소속돼 있는 조업사들은 근무 일수가 한달 중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

외항사 조업을 주로했던 샤프에비에이션케이션은 직원 대부분이 휴직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객실 청소, 지상직 승무원 등 하청업체에 소속돼 있거나 공항 곳곳 계약직 형태로 일해온 노동자들은 이미 직장을 그만둔 인원도 상당수다.

김해공항에서 근무하는 아시아나에어포트 한 지상 조업사는 "정부 지원금으로 유급 휴직을 들어갔지만 일한 일수에 따라 지급되는 상여금이 확 줄어 월급이 많이 줄어든 상태다"며 "국내선 때문에 버티고는 있지만, 이 사태가 길어지면 누구도 계속 일을 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어 전전긍긍하고 있는 상태다"고 말했다.

handbrother@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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