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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여당, 상생협력법 개정 재추진…대기업과 '제2라운드'

송고시간2020-07-13 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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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에 기술유용 아니라는 입증책임 부과

비밀유지계약 의무화·손해액 최대 3배 배상

대기업·중소기업 '갑을문화' 만연 (PG)
대기업·중소기업 '갑을문화' 만연 (PG)

[제작 최자윤] 일러스트

(서울=연합뉴스) 박상돈 기자 = 정부와 여당이 대기업의 기술탈취에 따른 중소기업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이하 상생협력법)' 개정을 다시 추진하고 나서 대기업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지난 20대 국회 때도 공정한 거래질서 확립을 위해 상생협력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중소·벤처기업의 요구에 법 개정이 추진됐지만, 대기업·중견기업이 법리에 맞지 않는다며 맞선 끝에 결국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최대 쟁점은 대기업이 거래하던 중소기업의 물품과 유사한 물품을 만들거나 다른 중소기업에 제조를 위탁한 경우 대기업의 기술유용 행위가 있었다고 보고 입증책임을 대기업에 부과하도록 하는 것이다.

13일 정부와 국회에 따르면 중소벤처기업부는 기술탈취에 대한 중소기업의 권리구제를 강화하는 내용의 상생협력촉진법 일부 개정안을 최근 입법 예고했다.

개정안에는 중소기업이 거래 중인 대기업에 비밀 기술자료를 제공할 경우 비밀유지계약 체결을 의무화하는 내용과 대기업이 중소기업에서 받은 기술자료를 부당하게 사용하거나 제3자에게 공개해 중소기업이 손해를 보는 경우 손해액의 최대 3배까지 배상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대기업이 거래하던 중소기업 기술을 유용해 물품을 직접 생산하거나 다른 중소기업에 넘겨 생산하게 하는 경우 등이 있는데 이런 악의적인 범죄에 대해서는 징벌적 개념의 손해배상 책임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하도급법과 특허법, 부정경쟁방지법, 산업기술보호법 등도 손해배상 책임을 최대 3배까지 물리는 점도 고려됐다.

또 기술탈취로 피해를 본 중소기업의 입증책임을 완화하는 대신 대기업의 입증책임을 강화하는 내용이 개정안에 포함됐다.

중소기업이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통해 대기업의 부당한 기술자료 사용이나 공개를 주장할 경우 대기업은 위반행위가 아니라는 구체적인 사실을 의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아울러 관련 증거가 주로 대기업에 있어 중소기업이 피해 사실을 입증하거나 증거를 확보하기 어려운 만큼 법원이 대기업에 위반행위 증명이나 손해액 산정에 필요한 자료 제출을 명령할 수 있도록 했다.

정부 입법과 별개로 여당에서도 이달 초 비슷한 내용을 담은 상생협력촉진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인 더불어민주당 김경만 의원이 대기업의 입증책임 분담과 법원의 자료제출명령 제도 도입 등을 골자로 한 상생협력촉진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김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개정안은 대기업이 중소기업 기술탈취에 대해 좀 더 직접적으로 입증책임을 부담하도록 하고 있다.

중소기업 기술탈취 근절대책 당정협의
중소기업 기술탈취 근절대책 당정협의

더불어민주당과 중소벤처기업부가 2018년 2월 12일 국회에서 중소기업 기술탈취 근절대책 관련 당정협의를 하는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같이 정부와 여당이 동시에 상생협력촉진법 개정에 나선 것은 대기업 기술탈취 행위로 중소기업 피해가 계속되고 있지만 중소기업 피해 구제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은 거래가 단절되거나 계약이 취소될 것을 우려해 피해를 봐도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고, 소송을 제기해도 피해 입증이 어려운 게 현실이다. 또 대형 로펌을 선임해 방어하는 대기업과 달리 막대한 소송 비용이 부담이다. 법원에서 손해액보다 적은 손해배상액이 결정돼 폐업하는 경우도 있다.

김경만 의원이 중기부에서 제출받은 '중소기업기술분쟁조정·중재위원회 접수처리 현황'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분쟁 조정 상담 건수는 385건에 달했다. 2016년 68건에서 지난해 111건으로 증가 추세에 있다.

또 중소기업중앙회가 시행한 2018년 '중소기업 기술 보호 수준 실태조사'에서는 2014~2018년 5년간 기술 유출 피해액이 5천410억원으로 추정됐다.

김 의원은 "많은 중소기업이 기업 간 거래에서 기술탈취로 지속해서 피해를 보고 있는 실정"이라며 "21대 국회에서는 반드시 기술탈취 근절을 위한 근본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대기업과 중견기업은 상생협력촉진법 개정에 반대하고 있어 또다시 충돌이 예상된다.

특히 기술탈취에 대한 입증책임을 대기업에 부과하는 규정을 두고 법리에 맞지 않고 위헌 소지까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20대 국회 때도 더불어민주당 권칠승 의원이 상생협력촉진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지만 결국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국회 상임위원회인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를 통과했지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된 상태에서 임기종료와 함께 자동폐기 수순을 밟았다.

올해 2월에는 임시국회에서 상생협력촉진법 개정안을 처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자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이 중견기업연합회와 함께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세미나를 열고 국회 법사위에 계류 중인 상생협력촉진법 개정안을 재고해줄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당시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은 개회사에서 "혁신제품을 만드는 기업이 출현하면 자유롭게 그 기업과 거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시장경제 기본원리"라며 "개정안은 기술유용 분쟁 우려로 혁신기업과의 거래 관계를 가로막는 장애물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kak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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