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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농구 최고령 오용준 "젊은 팀 kt에서 부족한 부분 채울래요"

송고시간2020-07-12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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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은퇴 위기 딛고 부활…프로 통산 두 번째 17년차 시즌 맞아

kt 오용준
kt 오용준

[촬영= 김동찬]

(수원=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 "제가 많은 시간을 뛴 선수가 아니어서 그렇게 오래된 것 같지 않은데, 세월이 빨리 흘렀네요."

프로농구 부산 kt 오용준(40·193㎝)이 특유의 사람 좋은 웃음을 지어 보이며 쑥스럽게 말했다.

1980년생 오용준은 2020-2021시즌 프로농구에서 뛰는 국내 선수들 가운데 최고령이다.

10개 구단 외국인 선수 구성이 확정돼야 전체 선수 중 최고령 여부가 가려지겠지만 아마 그렇게 될 가능성이 크다.

2003년 신인 드래프트 전체 10순위로 대구 동양(현 고양 오리온)에 지명된 오용준은 이후 창원 LG와 kt, 서울 SK, 안양 KGC인삼공사, 울산 현대모비스를 거쳐 2020-2021시즌을 앞두고 다시 kt로 복귀했다.

그의 드래프트 동기는 당시 전체 1순위였던 김동우가 현재 SPOTV 해설을 하고 있고 3순위였던 박종천은 현재 같은 팀의 코치를 맡고 있다.

1년 후배 중에서는 양동근이 지난 시즌까지 뛰고 은퇴했고, 이상준과 이정협은 KBL 심판으로 활약 중이다. 역시 1년 후배인 최승태가 LG 코치, 김도수는 지난 시즌까지 오리온에서 코치를 지냈다.

지난 시즌에는 서울 삼성에서 뛴 문태영(42)이 최고령 선수였다.

2019년 챔피언결정전 당시 현대모비스에서 투혼을 불사르는 오용준.
2019년 챔피언결정전 당시 현대모비스에서 투혼을 불사르는 오용준.

[연합뉴스 자료사진]

최근 경기도 수원의 kt 빅토리움에서 만난 오용준은 "5년 만에 kt에 돌아왔는데 제가 있을 때 없었던 선수들도 있지만 체육관이 낯설지 않아서 마음이 편하다"며 "올해 처음 최고령 선수가 됐는데 모르고 있다가 주위에서 말씀하시니 '오래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껄껄 웃었다.

고려대 재학 시절인 2001년 연세대와 정기전에서 51점을 폭발 시켜 팬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 오용준은 프로 데뷔 이후로는 그런 '한 방'보다는 꾸준한 활약으로 팀에 보탬이 된 선수다.

전성기를 보낸 팀도 바로 kt다. 2013-2014시즌과 2014-2015시즌에 모두 전 경기 출전하며 평균 득점 7점 이상을 기록했다.

오용준은 "제가 많이 뛴 시즌도 있지만 거의 못 뛴 시즌도 있어서 (김)주성이 형이나 (양)동근이처럼 코트에 오래 있었던 것은 아니다"라며 "세월이 빨리 흐른 것 같다"고 지나간 시절을 돌아봤다.

그가 얘기한 '거의 못 뛴 시즌'은 SK에 있을 때인 2016-2017시즌이었다. 당시 오용준은 1군 경기에 딱 한 차례 나와 10분을 뛴 것이 기록의 전부였다.

오용준은 "지금 생각하면 그때가 힘들었지만 그래도 많은 공부가 됐던 시기"라며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며 재충전하는 시간도 된 것 같다"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그때도 나이가 만 37세여서 은퇴 위기였지만 그는 인삼공사를 거쳐 현대모비스에 몸담으며 '부활'에 성공했다.

2003년 1월 농구대잔치 연세대와 경기에서 슛을 던지는 오용준.
2003년 1월 농구대잔치 연세대와 경기에서 슛을 던지는 오용준.

[연합뉴스 자료사진]

특히 현대모비스에서는 2018-2019시즌 전 경기(54경기)에 가까운 52경기에 나와 평균 16분 33초를 뛰며 3.5점에 1.5리바운드를 기록했다.

기록 자체가 특출난 것은 아니었지만 이전까지 '수비가 약한 외곽 슈터' 이미지였던 오용준은 바로 이 시즌에 '수비와 궂은일도 잘한다'는 새로운 평가를 받았고 팀이 우승까지 차지하며 생애 처음으로 우승 반지까지 끼게 됐다.

오용준은 그 시기를 "간절함과 자신감이 요인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당시 유재학 감독님이 '나이는 보지 않겠다. 나는 너를 29살로 생각하고 훈련을 시킬 테니까 따라오라'고 하셔서 한번 해보자는 마음을 먹게 됐다"며 "그런 간절한 마음에 또 유 감독님이 제게 '너, 보니까 수비를 못 하는 게 아니다. 잘한다'고 해주셔서 자신감마저 생겼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용준은 "사실 저보다는 양동근, 함지훈, 라건아, 이대성 등 워낙 수비를 잘하는 선수들이 많고, 팀 조직력도 좋아서 제가 많은 도움을 받았던 것"이라며 겸손해하기도 했다.

2012년 kt에서 뛸 당시의 오용준.
2012년 kt에서 뛸 당시의 오용준.

[연합뉴스 자료사진]

복귀한 '친정' kt에서 오용준은 "팀에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그런 역할을 잘 해내는 것이 목표"라며 "(허)훈이나 (양)홍석이처럼 젊고 능력 있는 선수들에 베테랑인 (김)영환이까지 특히 공격에서는 나무랄 데가 없는 팀"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서동철 감독님도 수비를 많이 강조하시는데 저 역시 슈터로서 슛은 기본으로 하고, 수비에서도 팀에 보탬이 된다면 은퇴하는 날까지 경쟁력 있는 선수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자신의 17번째 시즌을 앞둔 각오를 밝혔다.

지금까지 17차례 시즌 이상을 뛴 선수는 주희정 고려대 감독(20시즌)이 유일하고, 오용준이 통산 두 번째다.

"최고령이라고 하면 좀 그렇고, 베테랑이라는 말을 들으면 좋겠다"고 다시 한번 쑥스러운 듯한 웃음을 지어 보인 오용준은 인터뷰 말미에 "특히 가족들(아내 오명진·아들 오태양)에게 고맙다는 말을 꼭 하고 싶다"며 "항상 내게 힘이 돼주는 가족의 존재가 이렇게 오래 선수 생활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인 것 같다"고 가정적인 면모까지 보여줬다.

email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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