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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 조선인 학살 거론하며 '위기 속 광기' 경고

송고시간2020-07-12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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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타주의 확산에 우려…"미디어가 진정시켜야…책임 중요"

"나는 메시지 다르게 보내고 싶다"…트럼프식 트윗에 의문 제기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

[교도=연합뉴스 자료사진]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는 간토(關東)대지진 후 벌어진 조선인 학살 사건을 거론하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는 가운데 대두하는 배타주의에 우려를 표명했다.

무라카미는 "이런 일종의 위기적 상황에 있는 경우에는, 예를 들면 간토(關東)대지진 때의 조선인 학살처럼 사람들이 이상한 방향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며 "그런 것을 진정시켜 가는 것이 미디어의 책임이라고 나는 생각한다"고 12일 보도된 마이니치(每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간토학살은 1923년 9월 1일 리히터규모 7.9의 지진이 일본 수도권 일대를 포괄하는 간토 지방을 강타한 후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풀었다, 방화한다'는 등의 유언비어가 확산한 가운데 벌어진 조선인 대량 살해 사건이다.

일본인 자경단, 경찰, 군인이 재일 조선인과 중국인, 일본인 사회주의자를 조직적으로 살해했으며 희생자는 수천 명에 달한다는 분석도 나오지만 제대로 된 진상규명은 이뤄지지 않았다.

간토학살로 희생된 조선인의 시진
간토학살로 희생된 조선인의 시진

[독립기념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무라카미는 코로나19로 위기감이 커진 가운데 사회의 폐쇄성이 강해지고 자기중심주의, 자국 중심주의가 확산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위기적 상황'이라고 진단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인터뷰에 앞서 이뤄진 라디오 방송 녹음에서 아돌프 히틀러의 선전에 관한 말을 인용하고서 분별력보다는 감정에 호소하는 강한 메시지에 불편한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무라카미는 이와 관련해 "나는 1960∼1970년대 학원 분쟁 시대에 말이 혼자 걸어가고 강한 말이 점점 거칠게 나가는 시대에 살았으므로 강한 말이 혼자 걸어가는 상황이 싫고 무섭다"고 메시지를 전하는 방식에 관한 의견을 밝혔다.

그는 "결국 그 시대가 지나면 그런 말이 전부 사라지고 만다.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 그런 것을 봤기 때문에 이렇게 말에 대한 경보를 발신하고 싶다는 마음이 강하다, 오른쪽이든 왼쪽이든"이라고 덧붙였다.

트위터를 이용해 일방적 메시지를 늘어놓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소통 방식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무라카미는 "지금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에서 하는 것처럼 제한된 문자로 말하고 싶은 것만 말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일종의 발신 중심이 되고 있다"며 "그런 문장으로 말하고 싶은 것을 말할 수 있을 리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나는 그렇지 않은 방식으로 그렇지 않은 메시지를 발신하고 싶다"고 언급했다.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가 2019년 2월 23일 프랑스 파리에서 젊은이들과의 대화 행사에 참가하고 있다. [교도=연합뉴스 자료사진]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가 2019년 2월 23일 프랑스 파리에서 젊은이들과의 대화 행사에 참가하고 있다. [교도=연합뉴스 자료사진]

무라카미는 코로나19 긴급사태가 발령됐을 때 라디오를 진행하며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하는 음악을 선곡해 들려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는 이에 관해 "음악의 힘은 꽤 크다고 생각한다"며 "'기분이 정말 편안해졌다', '구원받았다', '용기를 불어넣어 줬다'는 등의 반응을 보인 사람이 많았다"고 회고했다.

무라카미는 "나는 성명(聲明) 같은 것은 별로 신용하지 않는다. 감탄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지만 그렇게 길게, 강하게 남지 않는다고 나는 생각한다"며 "하지만 음악은 논리를 넘은 것이며 공감시키는 능력이 크다. 소설도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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