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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톡톡] 사람들을 뭉치게 하고 눈멀게도 하는 것은?

송고시간2020-07-2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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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균 기자
한상균기자

(서울=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 "큰 힘은 큰 책임이 따른다."

영화 스파이더맨에서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유전자 조작 거미에게 물린 주인공은 큰 힘이 생깁니다. 우연히 얻은 힘을 사회를 위해 사용합니다. 영웅이 됩니다.

영화에서 세계평화를 위해 싸우는 영웅들은 가면을 벗은 일상에서 서툰 모습을 보입니다. 슈퍼맨, 스파이더맨, 아이언맨 등이 그렇습니다. 가면이 두꺼워지면 더 그렇습니다. 아이언맨은 고집불통입니다. 사회성도 꽤 떨어져 보입니다.

세계평화보다 일상이 어려운 걸까요?

가면 쓴 시위대.
가면 쓴 시위대.

윤동진 기자

"거대한 이념의 틀 속에서 승리를 일구는 영웅들이 오히려 일상에서 패배합니다…. 인간의 인격과 동력이 진정으로 나타나는 곳은 구체적인 일상입니다."

최진석 교수의 '생각하는 힘, 노자 인문학'에 나오는 말입니다. '거대한 것'은 오히려 어렵지 않다고 합니다. 작고 구체적인 것이 어렵다고 합니다.

신념을 말하기는 쉽습니다. 일상에서 실천은 어렵습니다.

사회에서 자유와 평등을 외쳐도 집에서는 꼰대일 수 있습니다. 세상의 변화를 꿈꾸지만, 본인과 자식의 일은 변해야 하는 세상과 별개일 수도 있습니다.

사람은 영웅을 따릅니다. 자신이 원하는 세상은 결국 '큰 힘'을 가진 사람이 만들기 때문입니다.

같은 가면 같은 신념.
같은 가면 같은 신념.

영화 '브이 포 벤데타' 제공

"가면 뒤엔 한 사람의 신념이 있다"

영화 '브이 포 벤데타'의 대사입니다. 영화 속 가면은 현실의 시위에서 자주 등장합니다. 신념은 도덕과 같습니다. 같은 신념을 가진 사람들은 집단이 됩니다. 같은 가면을 씁니다. 한 사람이 됩니다. 힘을 가진 사람의 신념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도덕은 사람들을 뭉치게도 하고 눈멀게도 한다."

미국의 심리학자 조너선 하이트의 '바른 마음'에 나오는 말입니다. 사람들이 진보와 보수 등 공통된 도덕을 가진 공동체로 나뉘는 이유를 설명합니다. 같은 도덕적 서사를 가진 정치적 집단은 대안이 되는 다른 도덕 세계는 보지 못한다고 이야기합니다. 우리의 도덕이 현실을 반영하는 건지, 이념을 실현하는 건지 생각해 볼 일입니다. 생각이 다른 사람과 편을 가르고 싸우고 있는 건지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반성도 책임입니다. 힘이 됩니다.

독일통일 전문가 김누리 교수는 '우리의 불행은 당연하지 않습니다'에서 '도덕적 우월감'을 비판합니다. 독일 작가 브레히트가 외친 "파시즘 최악의 유산은 파시즘과 싸운 사람들의 내면에 파시즘을 남기고 사라진다는 사실이다"가 한국 사회의 정곡을 찌른다고 말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불행합니다.

가면의 내면은 어떻게 변하고 있을지 아무도 모를 일입니다.

'큰 힘'은 '큰 책임'이 따릅니다.

사람이 따르기 때문입니다.

가이 포크스 가면을 쓴 해외 시위대.
가이 포크스 가면을 쓴 해외 시위대.

EPA

xyz@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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