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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개헌없이 국회·대법원 옮길 수 있을까?

송고시간2020-07-20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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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년 "국회·청와대 옮기자" 제안에 야당 "헌재서 위헌결정" 반대

"그렇다면 입법·사법부만 개헌없이 이전하자" 주장 제기

헌재, '입법부 이전은 개헌 사항' 판단…사법부는 개헌없이 가능

세종특별자치시
세종특별자치시

[연합뉴스TV 제공]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청와대와 국회를 세종시로 옮기자'는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의 발언이 정치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수도 이전은 헌법개정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2004년 헌법재판소 결정에 배치되는 말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등 논란이 뜨겁다.

김 원내대표가 20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국회가 통째로 세종시로 내려가야 한다. 청와대와 정부 부처도 모두 (세종시로) 이전해야한다"고 주장한 것이 발단이었다.

김 원내대표가 직접 '개헌'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라 관습헌법의 지위를 갖는 수도를 변경하려면 개헌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개헌 논의 개시에 대한 희망을 내포한 발언이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에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은 '반대'에 가까운 신중론을 폈다.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대위원장은 "행정수도를 옮기자는 건, 지난번 헌법재판소 판결문에서 그렇게 할 수 없다는 게 결정됐다. 이제와서 헌재 판결을 뒤집을 수는 없다"고 했고, 주호영 원내대표도 "더 신중하게 논의해봐야 할 사항"이라고 말했다.

교섭단체 대표연설 하는 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
교섭단체 대표연설 하는 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

(서울=연합뉴스) 안정원 기자 =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가 20일 오전 국회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2020.7.20 jeong@yna.co.kr

◇ 헌재 "수도이전은 헌법개정해야"…야당 반대에 '입법·사법부만 이전' 대안 거론

김 대표의 제안에 야당이 반발한 것은 '수도=서울'은 관습헌법에 해당하기 때문에 수도를 옮기기 위해선 헌법을 개정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헌재 결정 때문이다.

헌재는 2004년 10월 '신행정수도의건설을위한특별조치법'에 대해 위헌결정을 내리면서 "수도이전을 확정하고 이전절차를 정하는 법률은 '우리 수도가 서울'이라는 불문의 관습헌법 사항을 헌법개정 절차를 이행하지 않은 채 법률의 방식으로 변경한 것"이라며 "국민의 헌법개정 국민투표권을 침해했으므로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단했다. 수도 이전을 하려면 법률이 아닌 헌법개정 절차를 거치라는 취지다.

그런데 개헌은 4·15 총선이 만든 현재의 '여대야소' 국회에서도 제1야당의 협조 없인 불가능하다.

헌법 개정을 하려면 재적의원 2/3 이상 찬성으로 의결한 뒤 국민투표를 통해 투표자의 과반수 찬성을 얻어야 한다. 결국 현재로선 103석(전체 300석의 34.3%)을 가진 미래통합당의 협조를 얻지 못하면 헌법개정안은 국회의 문턱도 넘을 수 없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개헌 논란을 피하기 위해 수도의 핵심적 요소인 청와대는 서울에 그대로 두고 입법부인 국회와 사법부인 대법원·헌법재판소만이라도 세종시로 옮기자는 '대안'이 거론되고 있다. 야당의 협조가 필요한 헌법개정 대신 여당 단독으로 가능한 입법 절차를 추진하자는 것이다.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선 "수도를 본격적으로 옮기는 대신 청와대는 서울에 남고 국회와 대법원만이라도 세종시로 옮겨 개헌 논란을 피해야 한다"라거나 "행정부가 있는 곳이 수도이니 입법부와 사법부만 옮기면 개헌 없이 법률만으로 가능하다" 등의 반응이 나왔다. 수도이전은 부담되니 국회와 대법원 등 일부 국가기관만 세종시로 옮기자는 것이다.

이런 방안이 가능할까?

김태년 "국회·청와대 통째로 세종으로 가야"
김태년 "국회·청와대 통째로 세종으로 가야"

(세종=연합뉴스) 김주형 기자 =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가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적극적인 논의를 통해 국회와 청와대, 정부 부처 모두 세종시로 이전해야 서울·수도권 과밀과 부동산 문제를 완화할 수 있다"고 강조한 20일 오후 세종시 어진동 세종국회의사당 이전 예정 부지로 알려진 인근에 펜스가 설치되어 있다. 2020.7.20 kjhpress@yna.co.kr

◇ '수도의 결정적 요소' 국회 이전은 개헌 필요…대법원·헌재는 개헌없이 가능

우선 국회를 세종시로 이전하는 것은 사실상 수도를 옮기는 것에 해당해 '개헌 필요 사안'으로 평가될 가능성이 크다. 헌재는 2004년 결정에서 "수도란 최소한 정치·행정의 중추적 기능을 수행하는 국가기관의 소재지를 뜻하는 것이라 할 것"이라며 국회를 청와대와 더불어 '수도를 결정하는 결정적인 요소'로 평가했다.

당시 헌재 재판부는 "입법기관의 '직무소재지'라는 것은 수도로서의 성격의 중요한 요소의 하나"라며 "국민의 대표기관으로서 국민의 정치적 의사를 결정하는 국회의 소재지가 어디인가 하는 것은 수도를 결정하는데 있어서 특히 결정적인 요소가 된다고 할 것"이라고 판시했다.

다만 당시 결정은 국회뿐만 아니라 청와대와 행정부처 등 모든 국가 행정기관을 세종시로 옮기는 것에 대한 판단이기 때문에 국회만 옮기는 것도 개헌을 요하는 '천도'에 해당하는지는 헌재의 구체적인 판단이 별도로 필요하다는 견해가 나올 수도 있다.

반면 대법원과 헌법재판소 등 사법부를 옮기는 것은 법률만으로도 가능하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헌재가 2004년 결정에서 행정부·입법부와 달리 사법부는 수도성립의 결정적 요소가 아니라고 봤기 때문이다. 당시 헌재 재판부는 "헌법재판권을 포함한 사법권이 행사되는 장소와 도시의 경제적 능력 등은 수도를 결정하는 필수적인 요소에는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볼 것"이라고 판단했다.

헌법연구관 출신인 이황희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0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독일도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는 수도 베를린이 아닌 프랑스 국경 근처 도시인 카를스루에(Karlsruhe)에 두고 있다"며 "대법원과 헌재는 수도의 필수적 요소가 아니기 때문에 헌법 개정 없이도 이전이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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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y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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