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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동행] 불우이웃은 무료 급식, 학생들은 장학금…대구 최복향씨

송고시간2020-07-25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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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년째 식당 운영하며 어려운 이웃 돕기…5년간 1억원 기부 약정까지

"공황장애로 심신 힘들어도 기부 약속 저버릴 수 없어"

기부 천사 최복향씨
기부 천사 최복향씨

(대구=연합뉴스) 김용민 기자 = 대구에서 기부 천사로 통하는 최복향(68)씨. 2020.7.22

(대구=연합뉴스) 김용민 기자 = "몸과 마음이 힘들지만 내가 약속한 건 지켜야 합니다."

대구에서 32년째 식당을 운영하는 최복향(68)씨는 요즘 무척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3년 전부터 공황장애 증상으로 고생하는 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기침체를 실감한다.

그러나 어려운 이웃을 돕겠다고 한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려는 마음은 조금도 변함이 없다고 한다.

최씨는 2017년 8월 대구 아너소사이어티 102호 회원이 되면서 2022년 6월까지 매월 170만원씩 총 1억원을 기부하기로 했다.

대구 요식업계에서 고액 기부 약정자가 나온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

그가 이웃 돕기에 나선 것은 32년 전인 198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가계에 도움이 되면서도 배고픈 사람에게 한 끼 식사를 해결할 수 있게 해 주는 보람이 있을 것 같아 살던 집을 개조해 칼국수 집을 차렸다.

맛이 좋다며 자주 식당을 찾는 단골이 늘어나면서 식당 문을 연 지 1년가량 지나자 경제적으로 조금씩 여유가 생겼다.

주변에 사는 힘든 이웃들도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특히 주머니 사정이 안 좋은 어르신들이 제대로 된 식사 한 번 못하는 모습을 보고는 수시로 모셔다가 국수와 밥을 대접했다.

어린 시절 남에게 베풀기를 주저하지 않던 친정어머니를 닮은 것 같다고 최씨는 말한다.

2010년부터는 불우 이웃을 위해 써달라며 가까운 주민센터에 쌀과 돼지고기, 라면, 현금 등을 매달 꾸준히 기탁했다.

기부 물품은 지금까지 4천만원어치가 넘는다.

2013년부터는 홀트대구종합복지관에도 매달 쌀과 돼지고기 등을 지원해 지금까지 1천만원어치가 넘는 물품을 기부했다.

1억 기부 약정
1억 기부 약정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 제공.재판매 및 DB금지]

최씨는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 장학금을 내놓는 일에도 열성을 쏟았다.

식당이 대구교육청과 가깝다 보니 평소에 교육청 직원 손님들에게서 장학사업 등에 관한 얘기를 전해 들은 게 계기가 됐다.

2013년 대구일마이스터고교를 시작으로 이듬해에는 수성인재육성재단, 2016년에는 대구시 인재육성재단 등에 장학금을 기탁했다.

지금까지 학교와 장학재단 등에 기탁한 장학금은 4천만원이 넘는다.

장학금을 받은 학생들이 어엿한 사회인이 돼 감사 편지를 보내오거나 전화를 걸어오면 그렇게 기쁠 수가 없다.

나눔 실천을 생활화해 오던 최씨는 2017년 우연히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알게 됐다.

안 그래도 지역 사회를 위해 뭔가 더 기여할 수 없을까 생각하던 차에 잘 됐다 싶어서 고액 기부를 약속했다.

말이 좋아 고액 기부지 매달 170만원을 꼬박꼬박 마련한다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더구나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감염병 사태를 맞아 음식점 운영이 어려워지면서 기한(5년) 안에 1억 기부 약속을 지킬 수 있을지 걱정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는 32년 전 식당 문을 열면서 다짐했던 삶의 자세를 되새기며 어떻게든 약속을 지키겠다는 생각이다.

최씨는 "남을 돕는 게 나의 행복이라는 생각으로 살아왔다"며 "아무리 힘들어도 기부는 빠뜨리지 않을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yongm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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