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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걸려도 안 죽어"…갑질·폭언에 시달리는 유치원 교사

송고시간2020-07-2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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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립 유치원서 원장·원감 갑질…교사들 피해 호소, 도교육청 대책 마련

(창원=연합뉴스) 박정헌 기자 = "다들 겁쟁이 인형이야. 코로나 걸려도 죽지 않고 특히 아이들은 그냥 지나간다고 하던데 뭐가 그리 겁나요?"

지난달 5일 경남 한 유치원에서 근무 중인 A교사는 원장으로부터 황당한 소리를 들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1학기에 비대면 상담을 하고 2학기 코로나19가 종식되면 대면 상담을 하자고 건의했더니 전화상담은 효과가 없다고 역정을 낸 것이었다.

학부모를 대상으로 수요조사를 지시해 결국 조사지를 따로 만들어 들고 갔더니 이번에는 '주변에 어떻게 전달했길래 교육청에서 전화가 오게 하느냐'며 면박을 줬다.

비슷한 시기 코로나19로 현장 체험학습이 어렵다는 의견도 전했으나 이를 계속 고집하다 나중에는 장소를 변경, 편도 40분 거리에 있는 제3의 장소를 요구하기도 했다.

원장은 다른 유치원 관계자들에게 '초등학교 선생님은 똑똑해서 일을 잘하는데 유치원 선생님들은 못 한다', '선생님 같은 퇴주 거리(제사 때 쓰고 버리는 술)가 왜 우리 유치원에 왔는지 모르겠다' 등 비인격적 언행을 일삼았다.

심지어 '애들이 선생님 가슴만 쳐다보지 않겠나'라거나 '선생님 치마 안에는 뭐가 있을까? 무슨 색일까?'와 같이 성적 모멸감을 불러일으키는 말도 서슴지 않았다.

이 유치원 원감은 작년 12월 맹장 수술을 받는 교사에게 다른 병원에 갈 것을 권유했다가 이를 따르지 않았다며 '누구 선생님처럼 그렇게 하지 마라. 부모에게 수술하러 간다고 말 안 한 것과 똑같다'고 다른 선생님들에게 험담했다.

유아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며 아이들 앞에서 교사를 질타하거나 파견 교사 근무평정 점수를 높게 주라고 압박하기도 했다.

유치원
유치원

[연합뉴스 자료사진]

방학 중 돌봄 교사 채용 시기가 되면 '내가 강사 뽑는 사람이냐?', '방학 때 나와 돈 벌어라', '선생님은 허벅지랑 엉덩이가 살이 많아서 그런 바지 입으면 부담스럽다' 등 부적절한 언행도 그칠 줄 몰랐다.

이들 원장·원감은 간식을 자신들의 책상까지 대령하라거나 텃밭 모과를 따다가 청을 만들어 달라고 하는 등 갑질은 계속 이어졌다.

시간 외 수당 신청이나 휴가 등에 부당한 간섭을 하는 것도 물론이었다.

이처럼 작년부터 이 유치원 원장·원감의 상식을 벗어난 언행과 갑질이 끊이질 않자 참다못한 교사 등 피해자 12명은 이를 교육단체에 제보했다.

이에 전교조 경남지부 등 7개 교육단체는 피해사례와 녹취록 등을 모아 최근 도교육청에 진상규명과 강력한 처벌을 촉구했다.

전교조 경남지부 관계자는 "가해자들이 자신들의 행동이나 발언이 갑질인지 아닌지 구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번 경우도 원장·원감이 갑질에 대한 개념이 정립되지 않았을 상태일 가능성이 큰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가해자들에 대한 처벌이 그간 솜방망이에 불과했던 것도 이와 같은 문제가 근절되지 않은 큰 이유"라며 "어떤 행동이나 발언이 갑질이라고 가이드라인을 제시해도 현장에서는 '그래서 뭐?'라는 식으로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갑질 (GIF)
갑질 (GIF)

[제작 남궁선. 일러스트]

도교육청은 내달 말까지 해당 유치원 원장을 직위 해제하고 유치원 운영이 정상화할 수 있도록 지도할 계획이다.

또 9월 1일 원장·원감을 전보 조처하고 갑질 근절을 위한 공립유치원 관리자 역량 강화 연수도 할 계획이다.

home122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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