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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탈린 폭정 고발' 러 역사학자, 양녀 성추행 죄로 중형

송고시간2020-07-23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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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딸이 야뇨증 앓아 속옷 확인" 피고인 주장 수용 안 돼

유명 역사가로 스탈린 폭정 폭로해와…"인권운동 탄압" 비판도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러시아에서 스탈린 시절 폭정을 폭로하는 인권운동가로 활동해온 역사학자가 입양한 미성년 양녀를 성추행한 혐의로 3년 이상의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일각에선 사법 당국의 조치를 해당 역사학자의 인권 운동에 대한 탄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 북서부 카렐리야 공화국 수도 페트로자봇스크 시법원은 22일(현지시간) 역사학자 유리 드미트리예프(64)에 대한 파기환송심에서 그에게 3년 6개월의 징역형을 선고했다.

피고인은 옛 소련 시절 정치적 탄압을 연구하는 유명 인권운동단체 '메모리알'(기억)의 카렐리야 지부장으로 활동해왔다.

법정 나서는 러시아 역사학자
법정 나서는 러시아 역사학자

(로이터=연합뉴스) 유리 드미트리예프가 22일(현지시간) 선고 공판 뒤 경찰에 이끌려 법정을 나서고 있다.

법원은 미성년 양녀를 성추행한 혐의에 대해 그에게 유죄 판결을 내렸다.

드미트리예프는 입양한 양녀가 8세가 됐을 당시 딸의 속옷에 여러 차례 손을 대는 등 성추행한 혐의를 받았다.

그는 당시 양녀가 야뇨증을 앓고 있어 속옷이 젖었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법원은 다만 검찰이 함께 제기했던 양녀를 이용한 포르노물 제작과 무기 불법 보관 혐의에 대해선 무죄를 선고했다.

변호인은 중형 선고에도 불구하고 드미트리예프가 그동안 구치소에서 보낸 기간 등을 고려할 때 오는 11월에는 출소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드미트리예프는 이오시프 스탈린 소련 공산당 서기장의 폭정을 고발하는 연구자로 유명하다.

1930~40년대 정치범 희생자들에 대한 책을 펴냈고, 지난 1997년에는 스탈린 대숙청기에 9천여 명이 총살돼 묻힌 집단 매장지를 카렐리야 공화국에서 발견해 러시아를 떠들썩하게 한 바 있다.

드미트리예프는 입양한 어린 딸의 나체 사진을 찍어 아동 포르노물을 제작하려 한 혐의로 지난 2016년 12월 처음 구속됐다.

검찰은 드미트리예프의 성추행 혐의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면서 그가 집에 총기 부품을 불법으로 보관해온 혐의도 추가해 구속 연장을 신청하는 등 기소에 열을 냈다.

드미트리예프는 수사 과정에서 저체중증을 앓는 딸의 성장 과정을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정기적으로 사진을 찍었다고 해명했다.

또 딸이 11살이 된 이후에는 촬영하지 않았고 찍은 사진은 자기 컴퓨터에만 보관해 유포한 적도 없다면서 무죄를 주장했다.

페트로자봇스크 시법원은 2018년 4월 드미트리예프의 아동 포르노물 제작 혐의에 대해 무죄 판결을 내리고, 무기 불법 보관 혐의에 대해서만 유죄를 인정해 2년 6개월의 징역형을 선고했다.

하지만 검찰은 이 판결에 불복해 상소했고 카렐리야 공화국 대법원은 2018년 6월 상고심 공판에서 재심을 명령하면서 사건을 원심으로 돌려보냈다.

이후 수사당국은 드미트리예프를 미성년 양녀 성추행 혐의로 다시 체포해 구속 수사를 진행해 왔다.

일각에선 사법당국이 정치범 희생자들에 대한 드미트리예프의 연구를 방해하기 위해 근거 없는 성추행 혐의를 씌워 그를 탄압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유리 드미트리예프
유리 드미트리예프

[타스=연합뉴스 자료사진]

cjyo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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