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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나 다 기억이나" 지옥에서 벗어난 피해자 웃음 못 찾아

송고시간2020-07-24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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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로 지지고, 물 먹이고, 상처 후벼 파고 잔혹행위…경찰 20대 피의자 커플 검찰 송치

가혹행위 피해 증언하는 피해자
가혹행위 피해 증언하는 피해자

[연합뉴스 자료사진]

(광주=연합뉴스) 박철홍 기자 = 아들은 다시 웃음을 되찾지 못했다.

20대 커플에게서 몇 달 간 고문 수준의 가혹행위와 폭행에 시달리다 다시 가족 품에 돌아온 아들 A(24)씨는 건강을 회복하고 "엄마, 나 다 기억났어"라며 지옥 같았던 피해 상황을 하나하나 말하기 시작했다.

A씨를 폭행한 피의자 박모(21)씨는 함께 운동한 인연으로 만난 중학교 후배였다.

결국 악연으로 귀결된 인연은 군 제대 이후까지 이어졌고, "일자리가 있으니 함께 지내자"는 꼬드김으로 악몽 같은 A씨 커플과의 동거 생활이 시작됐다.

다시 떠올려보면 박씨 커플의 목적은 처음부터 돈이었다.

박씨와 여자친구 유모(23)씨는 A씨가 대출받아 중고차를 구매하게 하고, 다시 차를 담보 맡겨 받은 돈을 가로챘고, 그전에는 휴대폰 여러 대를 개통해 이를 담보로 A씨 명의로 대출받기도 했다.

폭행이 시작된 것은 박씨 커플의 꼬드김으로 함께 살면서부터다.

친척 업체에서 성실히 일하고 있던 A씨를 이들 커플은 "한 달에 400~500만원 벌 수 있는 직장을 소개해 주겠다"며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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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Dhu81RNEfpE

늦잠 자서 소개해준다던 직장의 면접에 불참하자 이 때문에 박씨 아버지 회사가 직원 채용을 위해 준비했던 것이 허사로 돌아가 피해를 봤다며 6천만원의 차용증을 쓰게 하고, A씨가 일용직 일감을 벌어온 돈을 빼앗아 갔다.

돈을 제대로 벌어오지 않는다고, 말을 듣지 않는다고 박씨 커플은 A씨를 처음에는 주먹·발길질로 때리다 골프채, 쇠파이프, 야구 배트까지 휘두르는 폭행을 이어갔다.

폭행의 강도는 점점 세져 다친 몸으로 더는 일을 가지 못하자 고문 수준의 가혹행위까지 했다.

불로 온몸을 지졌고, 화장실에서 페트병을 잘라 입에 물리고 물을 계속 들이붓기도 했다.

뜨거운 물을 끼얹고, 찬물을 들이붓기를 반복했으며 화상 부위를 당 체크용 바늘 수십 개를 묶어 찌르기도 했다.

오랜 가혹행위와 폭행으로 A씨의 두피는 화상으로 벗겨졌으며, 근육은 괴사했다.

고문 수준으로 동거인 학대, 20대 연인 영장실질심사
고문 수준으로 동거인 학대, 20대 연인 영장실질심사

[연합뉴스 자료사진]

A씨가 벌어온 돈으로 생활할 작정을 한 이들 커플은 월세 130여만원짜리 방 5개 화장실 3개 딸린 큰 집에서 생활하며 남는 화장실에 수일 동안 A씨를 가두기도했다.

아직 겨울의 추위가 남아있는 2월에는 베란다에 누워있으라며 가둬 찬물을 들이부었다고 A씨는 떠올렸다.

폭행과 가혹행위는 박씨와 유씨가 모두 가담했고, 행위 강도는 유씨가 더 심해 A씨는 유씨에 대한 적대감이 더 컸다.

3월에서 5월까지 이어지는 폭행과 가혹행위로 온몸이 만신창이가 돼 건강을 회복하지 못하자 이들 커플은 A씨를 원양어선 배에 태워 임금을 빼앗으려는 인신매매를 시도하기도 했다.

A씨는 반항도 해봤지만, 더 심한 폭력과 가혹행위가 되돌아와 역부족이었다.

더구나 박씨 커플이 아버지 회사 법무팀, 회계팀, 경호팀, 장기매매팀을 동원하겠다며 가족들 신상까지 협박해 순진한 A씨는 반항의 의지마저 접을 만큼 마음에 깊은 상처를 입었다.

박씨 커플을 구속 수사 중인 경찰은 A씨의 추가 진술을 받고 신속히 수사를 벌여 차근차근 이들의 잔혹한 행위의 증거를 확보했다.

그 결과 최고 30년 이하 실형 선고 가능한 특수중감금치상 외 특수중상해, 영리유인, 영리 인신매매 미수, 특수공갈, 준사기 등 혐의를 적용해 이들을 24일 구속 송치했다.

사건을 검찰로 넘겼지만, 경찰은 A씨의 피해 회복을 위해 노력을 이어갈 방침이다.

광주 북부경찰서를 주축으로 스마일센터, 범죄피해자 지원센터, 장애인단체, 지자체 등과 함께 통합회의를 개최해 검사·치료비, 심리치료, 법률지원, 장애등록 지원 등을 이어갈 계획이다.

A씨의 가족은 "아들이 상처가 회복되면서 말을 조금씩 하기 시작했다"며 "안정을 되찾았지만 웃지는 않는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어 "아들 입에서 나오는 잔혹한 피해 사실을 듣고 있으면 섬뜩하다"며 "가해자들을 두고 인면수심이라고 이야기하지만, 짐승도 이런 짓은 하지 않을 거 같다"고 말했다.

A씨에게 가혹행위 한 박씨 커플을 신상 공개하라는 청와대 국민청원 참여자가 1천명을 넘어섰지만, 가족들은 분노하는 마음을 억누르지 못해 이들의 엄벌을 촉구하는 청원을 다시 올렸다.

pch8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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