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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톡톡] '까대기', '겸배'를 아시나요?

송고시간2020-07-26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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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딱.

똑딱 똑딱.

똑딱 똑딱 똑딱….

일반우편 2.1초. 등기 28초. 소포 30.7초

집배원은 '똑딱' 두 번에 우편 하나를 '뚝딱' 처리해야합니다.

물에 잠긴 길을 건너는 택배기사.
물에 잠긴 길을 건너는 택배기사.

김도훈 기자

집배부하량시스템이 있습니다. 집배원의 출근부터 퇴근까지 해야 하는 모든 업무를 초 단위로 정했습니다. 이 시스템이 도입된 2017년 집배원을 취재했습니다. 이틀간 출근부터 퇴근까지 따라다녔습니다. 제목이 결론입니다. '1,700건' 해도 집배원은 퇴근 못 한다'. '택배 117건, 등기 95건, 일반우편 1,500건, 통화 100통'. 3년 차 집배원의 하루 업무량입니다. 점심은 '거르거나' '간단하게' 입니다. 택배 30초? 턱도 없는 소리입니다. 아파트 현관 우체통에 넣는 일반우편처럼 택배 고객들이 집마다 대기하고 있으면 또 모르겠습니다. 요즘 아파트는 우체통까지 가기도 힘듭니다. 경비원이 아파트 문을 열어줘야 합니다. 전화업무도 상당합니다. "눈이나 비보다 무서운 게 민원"이라고 합니다. 콜센터에 불친절, 내용물 파손 등의 민원이 올라오면 해당 우체국 경영평가에 해가 됩니다. 집배원은 육체노동에 지친 감정노동자입니다.

휴가도 쉽지 않습니다. 내가 쉰다고 내 구역의 우편물이 쉬는 게 아닙니다. 택배의 다른 이름 '겸배'입니다. 다른 근무자들이 나눠서 해야 합니다.

동서울우편물류센터.
동서울우편물류센터.

박동주 기자

택배회사도 사정이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까대기'는 무거운 짐을 나르는 일을 말합니다. 택배회사에서는 물류센터에서 지점으로 온 물건 상·하차 작업입니다. 단순 작업이지만 중노동입니다. 주로 알바를 씁니다. 지옥의 알바 목록에서 빠지지 않습니다. 하루하고 빠지는 알바는 많습니다. 트럭에 쌓인 물건을 보고 도망가는 사람도 있습니다. 알바가 없으면 택배기사가 해야 합니다.

택배기사는 대부분 특수고용직입니다. 개인사업자로 회사와 계약합니다. 배달건수에 따른 수수료가 수입입니다. 돈 버는 건 '본인 하기 나름'이라고 합니다. 경비는 본인 지출입니다. 쉬면 그만큼 손해입니다. 아파서 하루 수수료 손해 보고 쉬려 해도 쉽지 않습니다. 회사에서 쉬는 기사 지역 택배는 '겸배'가 안되면 급한 건 퀵이나 용달을 씁니다. 다 개인비용입니다. '오늘' 못한 배송은 '내일'의 '내 일'입니다.

2019년 올해의 만화에 선정된 '까대기'는 택배 이야기입니다. 이종철 작가는 6년간 택배회사에서 까대기 아르바이트를 했습니다.

"개인 사업자인데 개인 사업자의 자율성은 없고, 노동자인데 노동자의 권리는 없는 게 특수고용직"이라고 까대기 6년 차 알바님은 말합니다. 참 특수합니다.

택배물류센터.
택배물류센터.

류영석 기자

해외 택배기사도 특수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거장 켄 로치 감독의 영화 '미안해요, 리키'는 영국 택배기사 이야기입니다. 원제목은 'Sorry We Missed You'. 물건 받는 사람이 부재중일 때 택배기사가 남기는 글입니다. 주인공 리키는 '본인 하기 나름'이라는 말에 택배를 시작합니다. 아들 일로 회사에 하루 쉬겠다고 하자 개인비용 발생 등을 이야기하는 건 만화 '까대기'와 똑같습니다. 택배기사는 열심히 일하는데 생활은 불안하기만 합니다.

영화나 만화나 택배 일을 담담하게 보여줍니다. 그런데 잔인합니다. 누가 죽은 것도 아닌데 그렇습니다. 무섭습니다. 괴물이 나오는 것도 아닌데 그렇습니다. 이종철 작가의 말처럼 "가진 거는 자기 몸뚱아리와 택배차가 전부인 택배 기사들이 미련할 정도로 정직하게 돈을 버는 것"을 보여주는데 그렇습니다.

시위 중인 집배원 노동자들.
시위 중인 집배원 노동자들.

김도훈 기자

노동현장의 '은어'는 우리가 '무엇'을 노동으로 하고 있나가 아니라, 노동을 '어떻게' 하고 있나를 말해줍니다.

배달노동자가 건수를 올리기 위해 경쟁하는 '전투콜', 화장실 오가는 걸 보고하는 콜센터 '화출, 화착', 택배업계의 까대기와 겸배. 그리고 버티고 버티라는 뜻의 '존버'. 뭐든지 '존버'인 사회. 결국 본인 하기 나름인 걸까요? 모두 개인의 문제인 걸까요? 괴물이 있는 건 아닐까요?

일은 밥벌이입니다. 아니면 관둘 수 있습니다.

작가 김훈은 '밥벌이의 지겨움'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밥에는 대책이 없다. 죽는 날까지 때가 되면 반드시 먹어야 한다. 이것이 밥이다. 이것을 벌기 위하여 이것을 넘길 수가 없도록 몸을 부려야 한다면 대체 나는 왜 이것을 이토록 필사적으로 벌어야 하는가...제발 이제는 좀 쉬라고 말해달라."

일을 멈출 수 없는 몸은 쉼이 필요합니다. 대책은 사회의 몫입니다.

8월 14일은 택배 없는 날입니다.

택배산업 28년 만에 처음입니다.

늦은 밤 택배오토바이.
늦은 밤 택배오토바이.

한상균 기자

xyz@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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