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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담요청에 문전박대' 지하차도 참사 유족 두번 울린 부산시

송고시간2020-07-27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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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호 기자
김선호기자

"장례식장에 코빼기도 안 비쳐…철저한 진상규명 이뤄져야"

CCTV로 본 부산 지하차도 침수 모습
CCTV로 본 부산 지하차도 침수 모습

(부산=연합뉴스) 양 대로에서 흘러내린 빗물로 인해 부산 동구 초량 제1지하차도가 '저수지'로 변하는 과정이 담긴 CCTV를 24일 동구청이 공개했다. 2020.7.24 [부산 동구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부산=연합뉴스) 김선호 기자 = "누구도 이번 참사에 대한 공식 입장을 말해주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부산시 책임자인 변성완 권한대행을 만나러 왔지만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며 문전박대만 당했습니다."

23일 호우경보가 발효된 부산에서 시간당 80㎜ 폭우로 침수된 동구 초량 제1지하차도에 갇혔다가 숨진 3명의 유족이 장례식 후 27일 부산시청을 찾았다.

그동안 장례를 치르느라 억울한 사고에 대한 분노조차 억눌렀던 유족들이 이번 참사에 대한 부산시 입장을 듣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유족들이 마주친 것은 싸늘한 부산시 대응이었다.

지하차도 침수 사고로 숨진 50대 남성의 유족은 "시 권한대행 면담 신청을 했는데 시스템이 어쩌고저쩌고 한동안 기다리게 하더니 결국 담당 국장을 만나보는 게 좋겠다며 연락처를 하나 주고는 끝이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함께 온 50대 사망자 유족은 "권한대행을 만나는 시스템이 없다는 말에 기가 찼다"며 "성추행으로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물러났다고 해도 부산시가 이렇게 계통이 없는지 한심하다는 생각뿐이었다"고 말했다.

특히 유족들은 "변 권한대행이 장례식에는 코빼기도 비치지 않으면서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이 사고 현장을 방문했을 때는 달려간 모습을 보며 정말 화가 났다"고 말했다.

유족들은 변 권한대행을 만나 이번 사고에 대한 철저한 진상조사를 요구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숨진 20대 여성의 유족은 "이번 사고가 부주의한 운전 때문에 발생했다는 일부 의견 때문에 가슴이 미어진다"며 "지자체가 행정안전부 지침에 따라 호우경보 발표 시 지하차도만 통제했어도 이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족들은 폭우가 쏟아지는데도 지자체는 물론 사고 현장 인근에 소방서, 경찰서가 있었는데도 사고를 막지 못한 것을 보면 재난 시스템이 완전히 멈춘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유족은 "하다못해 지하차도 입구에 침수 시 진입하지 말라는 안내판조차 없었다"며 "온천천 같은 곳은 다 막았는데 왜 여긴 안 막았느냐"고 분노했다.

유족들은 "철저한 진상조사로 다시는 이 같은 일이 되풀이돼선 안 된다"고 요구했다.

27일 오전 부산시청 앞에서 이언주 전 국회의원과 시민단체가 지하차도 참사 진상조사와 대책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벌이고 있다. [김선호 기자]

한편 이날 오전 9시 부산시청 광장에서는 이언주 전 국회의원과 부산여성100인행동, 정치개혁 부산연합 등 10여 개 단체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지하차도 참사는 행정 무능으로 인한 인재"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부산시와 관계 당국이 희생자와 유족에게 공식 사과하고 철저한 진상 규명, 정당한 피해 배상, 재발 방지 대책 등을 요구했다.

win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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