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연합뉴스 최신기사
뉴스 검색어 입력 양식

[팩트체크] 빌 게이츠의 덕담?…한국 코로나 백신개발 현위치는

송고시간2020-07-27 18:00

이 뉴스 공유하기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본문 글자 크기 조정

문대통령에 보낸 서한서 "韓, 민간 백신개발 등서 선두" 언급

임상단계로는 서방·中에 밀려…인프라·국제연대 등서 잠재력 보유

한국 빌 게이츠
한국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인 빌 게이츠[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김예림 인턴기자 =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인 빌 게이츠 빌 & 멜린다 게이츠 재단 회장이 한국 민간의 코로나19(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백신 개발을 높이 평가한 발언이 주목받고 있다.

윤재관 청와대 부대변인은 26일 게이츠 회장이 지난 20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 내용을 소개하면서 "(게이츠 회장이) 한국의 코로나 대응에 감명 받았다며 훌륭한 방역과 함께 한국이 민간 분야에서는 백신 개발 등에 있어 선두에 있다고 평가했다"고 전했다.

'백신 개발 등'에서 선두에 있다는 표현에 다소 모호함은 있었지만 한국 기업들이 '전인미답'인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위한 전 세계 바이오 기업들의 경쟁에서 선두권을 형성하고 있다는 취지로 받아들여졌다.

제넥신·와이바이오로직스, 코로나19 치료제 공동개발 협약
제넥신·와이바이오로직스, 코로나19 치료제 공동개발 협약

(서울=연합뉴스) 제넥신과 바이오벤처인 와이바이오로직스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항체치료제를 공동 연구개발하기로 합의했다고 20일 밝혔다.
와이바이오로직스는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무력화할 수 있는 중화항체를 발굴했다.
사진은 성영철 제넥신 대표와 박영우 와이바이오로직스 대표. 2020.7.20
[제넥신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韓기업 제넥신 임상 1단계·SK바이오사이언스는 동물시험 중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결승선'으로 설정한다면 한국이 현재 선두를 달리고 있다고 보긴 어렵다.

27일 식품의약품안전처 당국자에 따르면 국내 바이오기업 중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선도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 곳은 제넥신 컨소시엄과 SK바이오사이언스 정도다.

제넥신 컨소시엄은 지난 6월 11일 코로나19의 DNA백신(바이러스의 유전자들 가운데 일부를 복제해 제조하는 백신) 임상시험(제1상)에 들어간 바 있다.

그리고 SK바이오사이언스는 재조합백신(유전자 재조합 기술을 이용해 제조하는 백신)을 개발 중인 가운데, 임상시험 전(前) 단계인 동물 시험을 진행 중이다.

여기에 더해 또 다른 국내 업체인 진원생명과학도 연내 임상시험 진입을 목표로 개발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임상시험 중 1,2상은 건강한 사람에게 백신 후보 물질을 투여해 그 물질이 안전한지와 항체가 생기는지 등을 확인하는 과정이며, 통상 최종단계인 3상은 후보 물질을 투여한 군(群)과 투여하지 않은 군 사이에 감염 비율 차이를 확인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때문에 3상은 시험 대상자 그룹이 커야 하며, 시간도 1,2상에 비해 많이 걸린다.

특히 3상은 감염자와 비감염자 간의 의미 있는 비교가 가능해야하기 때문에 최근 50명 안팎, 많을 때 100명을 넘는 한국의 감염자 발생 수준으로는 3상 시험을 진행하기 어려워 국내 백신 개발 기업들은 감염자가 상대적으로 많이 나오는 외국에서 3상 시험을 해야 할 상황이다.

◇세계적 선두그룹은 현재 최종단계 임상 돌입

그렇다면 외국과 비교하면 한국 민간의 백신 개발 단계는 어디쯤 와 있을까?

현재 전 세계적으로 임상시험 단계에 있는 백신 후보물질은 24종 정도인데, 영국-스웨덴 다국적 기업인 아스트라제네카와 미국 모더나, 중국 시노팜(중국의약그룹·中國醫藥集團) 등이 선두그룹으로 꼽힌다.

아스트라제네카는 현재 3상을 진행 중이고, 모더나는 27일부터 3만명이 참여하는 3상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또 시노팜의 경우 자회사인 중국성우(中國生物·CNBG) 그룹이 백신 3상 임상시험을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승인받았다고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가 지난달 23일 보도한 바 있다.

세계적으로 선두그룹에 포함할만한 기업들은 3상을 진행 중이거나 3상의 입구에 있는 셈이다.

즉, 한국의 선두주자 격인 제넥신 컨소시엄과 SK바이오사이언스는 아직 이들에 비해 개발단계 면에서 최소 수개월 뒤처져 있는 것이 사실이다.

세계적 선두그룹이 내년 중 코로나19 백신을 상용화할 수 있을 것이란 예상이 나오는 가운데 한국 기업들은 그들을 추격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 "개발속도는 한국이 세계 선두에 비해 늦어"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27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모더나, 아스트라제네카, 시노팜이 2상까지 논문이 발표됐으니 여기가 선두권이라 할 수 있다"며 "한국 기업들이 선두권이라고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백신 개발 속도로는 (한국 기업들이 전 세계 선두주자에 비해) 아직 늦은 것이 맞다"고 말했다.

코로나백신 개발중인 SK바이오사이언스 연구진
코로나백신 개발중인 SK바이오사이언스 연구진

[연합뉴스 자료사진] SK바이오사이언스 연구원이 백신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을 진행하는 모습. 2020.5.18 [SK바이오사이언스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韓. 개발 인프라·국제연대 등에서 잠재력 보유

다만 한국이 보유한 백신 개발의 인프라나 잠재력 면에서는 긍정적인 평가가 가능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의 서경원 의약품심사부장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우리나라 기업들은 코로나19 백신을 생산할 수 있는 기술과 시설을 갖추고 있다"며 "백신 개발과 생산을 모두 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다"고 소개했다.

서 부장은 "세계적으로 기술과 생산시설을 모두 갖춘 나라는 많지 않다"며 "지금 코로나19 백신 개발의 단계에 비춰 빠르다고 하긴 어렵지만 백신 개발에 투자하고 있고, 역량도 갖추고 있어 앞으로 선두그룹에 들어갈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재갑 교수는 "아스트라제네카와 옥스퍼드대에서 공공 형태의 공급을 목적으로 개발 중인 백신을 한국기업인 SK바이오사이언스가 생산토록 하는 협력의향서(MOU)를 체결함으로써 백신의 빠른 생산이 가능하게 된 측면을 게이츠 회장이 고려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 교수는 또 "한국이 전반적인 코로나19 방역을 주도하고 국제 연대를 강조하고 있는데, 그런 면에 있어서 한국이 선도국가가 되길 바라는 측면도 있는 것 같다"고 게이츠 회장 발언을 해석했다.

<<연합뉴스 팩트체크팀은 팩트체크 소재에 대한 독자들의 제안을 받고 있습니다. 이메일(jhcho@yna.co.kr)로 제안해 주시면 됩니다.>>

jhcho@yna.co.kr

댓글쓰기
에디터스 픽Editor's Picks

영상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