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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행정수도 이전'이 박정희 전 대통령의 꿈?

송고시간2020-07-28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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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원식 의원 "행정수도 이전은 노무현의 꿈이자 박정희의 꿈"

朴, 1977년 '행정수도건설 백지계획' 추진…법안 만들고 각종 연구

전문가 150명 투입 총력검토…現세종시 지역 포함된 최종후보지까지 선정

행정수도 이전 논의 (PG)
행정수도 이전 논의 (PG)

[김민아 제작] 일러스트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노무현 정부 때부터 시작된 행정수도 이전을 완성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가운데 여당 일각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도 행정수도 이전을 추진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관심을 모았다.

27일 열린 더불어민주당 행정수도완성추진단 1차 회의에서 추진단장을 맡은 우원식 의원은 "국토균형발전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꿈이자 1977년 서울시 연두순시에서 행정수도이전을 천명하고 같은 해 7월 임시행정수도건설 특별조치법을 통과시킨 박정희 전 대통령의 꿈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행정수도 이전 완성을 두고 미래통합당발로 반대 목소리가 나오자 보수층으로부터 대체로 높은 평가를 받는 박정희 전 대통령을 거론하며 돌파에 나선 모양새였다. 이 문제를 이념적 대립 또는 정쟁의 대상으로 삼아선 안 된다는 메시지였다.

소위 '강남 개발'에 앞장섰던 박 전 대통령이 사실은 노 전 대통령보다 앞서 행정수도 이전을 추진했다는 주장에 대해 온라인상에선 뜨거운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선 "박 전 대통령도 서울 집중보다는 대구·경남 산업단지 개발 등 각 지역의 발전을 꾀했다. 행정수도 이전은 국가 발전에 득이 되는 일"이라는 반응이 나오는 반면 "부동산 문제로 괜히 여론이 안 좋으니 박 전 대통령이 지나가듯 했던 말을 죽자고 물고 늘어지고 있다"는 상반된 반응도 나온다.

행정수도 완성추진단 회의서 발언하는 김태년
행정수도 완성추진단 회의서 발언하는 김태년

(서울=연합뉴스) 임화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가 2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에서 열린 행정수도 완성추진단 1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0.7.27 hwayoung7@yna.co.kr

◇ 행정수도 건설 법안 국회 통과까지 시켰지만…10.26으로 좌절

우 의원의 발언처럼 박 전 대통령은 행정수도 이전에 대해 '꿈'이라고 칭할 만큼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었을까?

박 전 대통령의 행정수도 이전 구상은 1977년 2월 10일 서울시 연두순시 과정에서 처음 공개됐다. 시정보고가 끝난 뒤 박 전 대통령은 지시사항을 전달하면서 서울 인구 억제와 도로 확충을 위해 '통일될 때까지의 임시 행정수도'를 서울이 아닌 곳에 새로 건설하겠다는 방안을 발표했다. 냉전시기 남북대치 상황에서의 안보상 이유도 고려됐다는 것이 정설이다.

이어 박 전 대통령은 그해 3월 16일 '행정수도 건설을 위한 백지계획'을 수립하라고 지시한 뒤 2년 동안 청와대가 직접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복안을 밝혔다.

곧바로 청와대 직속 기관인 '중화학공업추진위원회' 산하에 '행정수도 건설을 위한 실무기획단'을 구성했고, 1977년 6월 8일엔 실무기획단이 보고한 '행정수도 건설 종합보고서'를 토대로 행정수도 연구사업계획을 전격 재가했다.

박 전 대통령은 단순히 정책 검토에 그치지 않고 구체적인 법안을 마련하는 등 행정수도 이전에 매우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같은 해 6월 27일 행정수도 이전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임시행정수도건설을위한특별조치법안'을 정부 입법으로 국회에 발의했다.

법안은 국회 발의 9일 만인 7월 6일 국회 본회의에서 재석 185명 중 135명 찬성으로 가결됐다. 신민당 등 일부 야당 의원들의 반대가 있었지만, 정부가 법안 통과에 강력한 의지를 내보이면서 전광석화처럼 입법이 이뤄졌다.

하지만 1979년 10월 26일 박 전 대통령 사망으로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이듬해 8월 실무기획단이 폐지되면서 박 전 대통령의 행정수도 이전 구상은 좌절됐다.

'행정수도 건설을 위한 백지계획 선정 2차 조사' 문건 중 행정수도 후보지
'행정수도 건설을 위한 백지계획 선정 2차 조사' 문건 중 행정수도 후보지

[자료=세종시 홈페이지]

◇ 2년간 전문가 150명 투입해 연구…정권 차원서 총력

그렇다면 박 전 대통령의 행정수도 이전 구상은 어느 정도까지 진행됐을까? 당시 실무기획단이 내놓은 연구 보고서 등을 살펴보면 박 전 대통령의 구상은 상당히 구체적인 수준까지 연구가 진척된 것으로 평가된다.

2년 동안 150여명의 국내·외 전문가가 투입돼 마련된 행정수도 건설 계획에는 당시엔 생소한 개념이었던 '도시기본구조 계획'은 물론 '중심지구 공간계획'과 '주택모형 계획', '도시유통 계획', '지역냉난방 계획', '주거지 배치 계획', '도시조경 식재 계획' 등 다양한 연구결과가 포함됐다.

격자형 도로망을 이용해 도시의 주요 영역을 행정지구와 상업지구, 주택지구 등으로 구분하는 공간계획과 생필품을 비롯한 주요물자 공급체제를 최적화하는 도시유통 계획 등은 지금도 눈여겨볼 만한 신도시 건설계획이란 평가도 나온다.

뿐만 아니라 '재원조달방안'과 '민간기업 참여방안' 등 재정확보를 위한 구체적인 연구결과와 '행정수도 광역권 개발'과 '2000년대 국토구상' 등 행정수도 이전에 따른 후속대책까지 연구대상으로 삼았다. 정권 차원에서 총력을 기울인 사업이었던 셈이다.

◇ 행정수도 최종후보지에 현 세종시도 포함

박 전 대통령의 행정수도 이전 구상은 현재 민주당이 추진하는 정책과 여러 면에서 비슷하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민주당 행정수도 정책의 구체적인 모습이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이 추진했던 방안과 마찬가지로 청와대와 행정 각부, 입법부인 국회, 대법원 등 사법부까지 주요 헌법기관을 다 이전하는 방향일 것으로 관측된다.

박 전 대통령이 추진한 행정수도 이전도 대통령관저와 중앙청, 국회, 대법원 등 주요 국가기관은 물론 서울 소재 주요 대학도 함께 이전하도록 해 사실상 서울의 주요 기능을 대부분 옮기는 방안이었다.

당시 행정수도 최종후보지로 선정된 부지가 현 행정중심복합도시인 세종시 지역을 포함한 일대였다는 점도 흥미롭다. 당시 실무기획단은 2차례에 걸쳐 행정수도 후보지 10곳을 검토해 당시 공주군 장기면 일대인 '장기 지구'를 최종 후보지로 선정했다. 현 세종시 도심지인 연기면과 바로 서쪽에 위치한 장군면 일대를 모두 포함한 곳이다.

당시 실무기획단에 참여했던 박병호 충북대 도시공학과 명예교수는 28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박 전 대통령이 구상했던 행정수도는 중앙청과 국회, 대법원 등 국가의 주요기능을 모두 이전하는, 정권 차원에서 총력을 기울인 도시계획 사업"이었다며 "지금의 세종시도 당시 최종 후보지로 선정된 공주군 장기면 일대의 동쪽 부분에 해당하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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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y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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