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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도 되나요] 내 아이 목숨 내가 거둔다고요? 극단적인 아동학대입니다

송고시간2020-07-2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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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rOYTRW_L_Rc

(서울=연합뉴스) "자녀 살해 후 자살은 극단적 형태의 아동학대다."

자녀 살해 혐의로 법정에 선 A씨에게 재판부가 지난달 1일 징역 4년을 선고하며 남긴 말입니다.

A씨는 경제적 어려움에 우울증이 겹쳐 아이를 살해한 뒤 자신도 자살하려 결심했다고 진술했는데요.

결국 아이는 목숨을 잃고 이후 병원에서 A씨만 의식을 되찾았습니다.

A씨는 숨진 아들에 대한 언급에서 눈물을 글썽이거나, 수사기관 조사에서 "자러 가자고 하면서 아들을 안고 들어갔다. 아들에게 미안하고 죽고 싶은 심정이다"고 진술했죠.

최근 몇 년간 한국에서 비슷한 사건이 자주 일어나고 있는데요.

지난 1일에는 재판부가 남편과 공모해 10살 딸과 6살 아들을 재운 뒤 착화탄을 피우고 잠든 B씨에게 징역 3년 6월을 선고했습니다. 남편과 아들은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숨졌죠.

올해 2월 남편이 부인과 자녀 2명을 모두 살해한 뒤 투신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도대체 왜 이런 비극적인 사건들이 되풀이되는 걸까요?

전문가들은 자녀를 부모의 소유물로 생각하는 그릇된 사회적 분위기를 이유로 말합니다.

윤명숙 전북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해당 사건의 대략 75% 정도가 10대 미만 미성년자인 자녀를 살해하고 자살했다"며 "내 아이의 목숨은 내가 얼마든지 거두어 갈 수 있다는 잘못된 가족주의가 깔린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자녀 살해 후 자살'은 엄연한 범죄 행위임에도 불구하고 안타깝다고만 여기는 시각이 존재합니다.

특히 동반 자살이라는 단어에 이러한 잘못된 인식이 반영돼 있는데요.

어떠한 결정권도 없이 오직 부모의 선택에 의해 죽었음에도 불구하고 동반 자살이라 표현하고 있는 겁니다.

범죄를 막기 위한 제도적인 예방책도 미비한데요.

부모에 의해 몇 명의 아이들이 사망했는지에 대한 국가의 공식적 통계 자료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세이브더칠드런에 따르면 지난해 최소 25명의 아이가 부모에게 죽임을 당했는데요.

이마저 언론에 보도된 사건들을 총합한 수치일 뿐입니다.

이에 지난 2월 세이브더칠드런은 성명서를 내고 자녀 살해 후 자살 범죄를 막기 위한 정부의 대응 마련을 촉구했습니다.

고우현 세이브더칠드런 권리옹호부 매니저는 "복지 사각지대 발굴시스템과 e-아동행복지원시스템 연계를 통한 데이터로 문제를 예방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지역 사회의 고위험 요소를 가진 아동과 보호자들의 자살 위험 신호를 미리 파악하는 게 필요해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가해 부모의 범행을 온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에 동의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국가와 사회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재판부는 자녀를 살해한 A씨에 대한 판결문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동을 보는 올바른 시각과 사각지대에 놓인 부모들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더해져 '자녀 살해 후 자살'이란 이름으로 목숨을 잃는 아이들이 더는 없어야겠습니다.

박성은 기자 한명현 인턴기자 / 내레이션 이성원 인턴기자

[이래도 되나요] 내 아이 목숨 내가 거둔다고요? 극단적인 아동학대입니다 - 2

junepen@yna.co.kr

※[이래도 되나요]는 우리 사회에 있는 문제점들을 고쳐 나가고자 하는 코너입니다. 일상에서 변화나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관행이나 문화, 사고방식, 행태, 제도 등과 관련해 사연이나 경험담 등이 있다면 이메일(digital@yna.co.kr)로 보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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