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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길원의 헬스노트] 가습기살균제, 전신질환 유발 '근거' 있다

송고시간2020-07-29 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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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균제 노출 전신피해와 유사"…인하대병원 연구팀, 국제학술지에 논문

"명백한 다른 원인 아니라면 가습기살균제 피해로 인정돼야"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가습기살균제 사용에 따른 피해 인정 범위를 두고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정부가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겠다며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법 시행령 개정안'을 내놨지만,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는 실질적인 피해 질환 인정 범위가 너무 협소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정부가 피해 인정 범위를 확대하겠다면서도 정작 시행령에는 '과학적 근거가 확보된 질환'이라는 단서조항을 둔 게 논란의 핵심이다.

이런 가운데 가습기살균제에 노출된 사람들에게서 나타나는 전신 피해 증상이 기존에 살균제 피해로 이미 보고됐던 장애와 동일하다는 연구 결과가 제시됐다.

29일 국제학술지 '환경 분석과 건강 독성'(Environmental Analysis and Health Toxicology) 최신호에 따르면, 인하대병원 직업환경의학교실 임종한 교수팀은 가습기살균제 사용이 전신에 미치는 독성 메커니즘이 기존 유사 살균제(biocide)에서도 동일하게 보고된 것으로 확인됐다는 내용의 논문을 발표했다.

국제학술지 '환경 분석과 건강 독성'(Environmental Analysis and Health Toxicology) 최신호에 실린 가습기 살균제 관련 논문.인하대병원 직업환경의학교실 임종한 교수팀은 이 논문에서 가습기살균제 사용이 전신에 미치는 독성 메커니즘이 기존 유사 살균제(biocide)에서도 동일하게 보고됐다고 밝혔다.

국제학술지 '환경 분석과 건강 독성'(Environmental Analysis and Health Toxicology) 최신호에 실린 가습기 살균제 관련 논문.인하대병원 직업환경의학교실 임종한 교수팀은 이 논문에서 가습기살균제 사용이 전신에 미치는 독성 메커니즘이 기존 유사 살균제(biocide)에서도 동일하게 보고됐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이 논문에서 가습기살균제가 인체에 들어가면 폐에서 간, 신장, 골수, 근육, 신경, 면역계 등의 전신으로 퍼진다고 지적했다.

이렇게 각 신체 부위에 도달한 가습기살균제는 염증, 활성산소(ROS) 증가는 물론 암세포 생성에 중요 역할을 하는 나치(NOTCH) 신호 전달경로와 미토콘드리아 기능 장애 등으로 이어져 결국 세포 손상을 초래한다는 게 연구팀의 분석이다.

더욱이 이런 경과는 여러 신체 부위의 세포에서 동일하게 관찰되는데, 이는 기존의 유기인제, 파라쿼트, 글리포세이트와 같은 제초제, 피레스로이드 등 유사 살균제(biocide) 노출에서 보고된 것과 같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따라서 신경계 장애(ADHD, 우울증,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근육 장애(운동 불내증, 근육통), 에너지 대사 장애(만성피로증후군), 면역학적 장애(류마티스관절염) 등도 가습기살균제 노출로 인한 건강피해 질환으로 인정돼야 한다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현재 정부가 인정하는 가습기살균제 관련 질환은 폐 질환, 천식, 태아 피해, 독성간염, 아동·성인간질성폐질환, 기관지확장증, 폐렴, 기관지염, 상기도 질환군으로 국한돼 있다.

임종한 교수는 "가습기 살균제가 전신에 영향을 미치는 독성 메커니즘은 이미 유사 살균제 연구에서 과학적으로 규명된 사실"이라며 "가습기 살균제에 대한 연구가 부족한 만큼 유사 살균제에서 확인된 건강 피해는 가습기살균제 건강 피해 범위를 확대하는 중요한 근거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연구팀의 이런 분석은 사참위의 주장과도 일맥상통한다.

묵념하는 사회적참사특조위 (서울=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 27일 중구 사회적참사특조위에서 최예용 부위원장(왼쪽 세번째) 등이 가습기살균제 피해규모 정밀추산 연구 결과를 발표 전 피해자 추모 묵념을 하고 있다. 특조위는 가습기살균제 관련 특정 질병 진단 인구 중 사망자는 1만 4천여 명으로 추산했다. 2020.7.27 xyz@yna.co.kr

묵념하는 사회적참사특조위 (서울=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 27일 중구 사회적참사특조위에서 최예용 부위원장(왼쪽 세번째) 등이 가습기살균제 피해규모 정밀추산 연구 결과를 발표 전 피해자 추모 묵념을 하고 있다. 특조위는 가습기살균제 관련 특정 질병 진단 인구 중 사망자는 1만 4천여 명으로 추산했다. 2020.7.27 xyz@yna.co.kr

앞서 황전원 사참위 지원소위원장은 "환경부가 피해인정을 앞으로 어떻게 확대할 것인지 밝히지 않고 있다"며 "막연히 '과학적 근거가 확보된 질환에 대해 장관이 고시한다'는 설명만 제시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천식과 태아 피해, 독성간염, 아동 간질성 폐 질환 등 4개 질환을 피해로 인정하기까지 무려 6년이나 걸렸는데, 향후 다양한 질환을 인정하는 데 얼마나 더 걸릴지 알 수 없다"며 "관련 연구가 부족한 상황에서 '과학적 근거'가 밝혀질 때까지 기다리라는 것은 국민의 생명을 보호할 책무를 저버리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는 특정 물질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할 때 역학. 독성연구 자료가 부족할 경우 유사한 성격을 가진 물질의 독성을 참고로 한다. 가습기살균제 사용에 따른 건강 피해의 경우 전 세계에 유례가 없었던 만큼 이 피해자들에게도 당연히 이런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는 게 대다수 전문가의 의견이다.

임 교수는 "명백히 다른 원인으로 질환이 발생한 게 아니라면 가습기살균제 피해로 인정돼야 한다"면서 "가습기살균제 피해 구제를 위한 특별법 시행령이 과학적, 사회적. 법적 형평성을 갖춰 개정되도록 하는데 이번 논문이 근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bi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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