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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주독미군 감축으로 주한미군 관심…미대선 돌발변수 잘 대비해야

송고시간2020-07-30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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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미국이 독일 주둔 병력 감축을 공식 발표해 주한미군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쏠린다. 현재 주독 병력 3만6천명 중 1만2천명가량을 줄여 미국과 유럽 내 다른 지역으로 재배치한다는 게 미국 국방부 발표의 골자다. 현 수준의 3분의 1이나 철수시키는 규모이니 전 세계 미군 배치 전략의 큰 변화다. 감축 규모도 규모지만 더욱 눈길이 가는 대목은 미국이 병력을 빼내는 이유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독일이 국방비를 더 지출하지 않아 병력을 줄인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더는 호구가 되길 원치 않는다"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출했다. 독일이 방위비를 더 쓰면 감축을 재고할 수 있다는 식으로 증액을 압박하기도 했다.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한국을 압박하는 모양새와 비슷하다. 다만 한국에 대해선 미군 감축 카드를 공식적, 노골적으로 내보이지는 않는다는 것이 다르다. 그렇더라도 트럼프 행정부가 주한미군 감축과 방위비 협상을 연계할 가능성은 늘 잠복한 형국이라서 주독 미군 감축이 남의 일만은 아닌 게 엄연한 현실이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은 2024년까지 방위비 지출을 국내총생산 대비 2%까지 늘리기로 했지만, 독일은 지난해 기준 1.36%에 머물렀다. 유럽에서 가장 부자 나라인 독일이 더 써야 한다는 게 트럼프 대통령의 집요한 요구다. 상호 전략적 이익과 그에 따른 책임의 무게를 따지기에 앞서 돈 문제를 최우선으로 두는 태도다. 트럼프 행정부가 동맹보다 돈을 중시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11월 대선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이 유권자에게 보일 '성과'에 급급한 나머지 주독 병력 감축을 서두른다는 지적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방식은 한국에도 적용될 수 있다. 현재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은 전년 대비 무려 50%나 올려 13억 달러를 받아내려는 미국과 13% 인상을 제시하는 한국의 입장이 맞서며 접점을 찾지 못하는 상황이다. 미국은 작년 협상 초기엔 50억 달러라는 비상식적인 액수를 요구해 한국 내 공분을 샀고 미국에서도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미국이 13억 달러로 물러서긴 했지만, 여전히 지나친 수준이다. 한미가 전략적 이익을 공유하는데도, 한국이 훨씬 더 많은 혜택을 받는다는 시각을 '공정'의 잣대로 삼는 트럼프 행정부의 태도가 협상의 최대 걸림돌이 아닐 수 없다.

트럼프 행정부는 방위비 협상과 주한미군 문제 연계를 공식적으론 부인한다. 마크 에스퍼 국방부 장관은 지난주 주한미군 감축설과 관련해 "한반도에서 병력을 철수하라는 명령을 내린 적이 없다"면서도 주한미군이 배치된 인도·태평양사령부 역시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병력 최적화를 위한 조정을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감축 결정은 없다면서도 가능성은 열어놓는 발언이 아닐 수 없다. 문제는 주한미군 감축 카드를 대선에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한반도 정책에서 내세울 게 별로 없는 상황에서 한국으로부터 분담금을 대폭 받아 낸다면 트럼프 대통령에겐 과시할 성과가 될 수 있다. 이른바 '미치광이 전략'을 구사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돌발 행동을 경계해야 한다. 미국 대선이 다가오는 만큼 유사시를 대비해 협상 논리를 더욱 탄탄히 다져야 한다. 미국 민주당은 정강 초안에서 방위비 협상에 대해 '한국을 갈취하려고 했다'는 표현까지 써가며 정부를 강력히 비판했다고 한다. 경쟁 정당의 정책이긴 하지만, 트럼프식 동맹 정책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미국에서도 거센 현실을 잘 말해준다. 설령 차후 감축 논의가 제기되거나 감축을 피할 수 없는 상황에 부닥친다 해도 의연히, 당당히 맞서며 국익을 지켜야 한다. 한국엔 그럴만한 명분과 논리가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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