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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20여년 만에 이름 바꾸는 국정원, 불가역적 개혁 기대한다

송고시간2020-07-30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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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국가정보원이 대외안보정보원으로 이름을 바꾼다. 직무에서 국내 정보를 없애 정치 관여 소지를 원천 차단하고 해외·북한 정보에 특화한 정보기관으로 다시 태어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청와대가 30일 협의회를 거쳐 내놓은 국정원 개혁안은 대공 수사권을 폐지하고 국회에 의한 민주적 통제를 강화한다는 구상도 담았다. 국회 외 감사원의 외부적 통제 강화, 감찰실장 직위 외부 개방, 집행통제심의위원회 운영 등 내부적 통제 강화, 직원의 정치 관여 등 불법행위 시 형사처벌 강화 역시 입법을 통해 실현할 목표로 제시했다. 여러 세부 조처가 거론되지만, 국내 정치 개입 차단, 대공 수사권 이관, 민주적 통제 강화 등 세 갈래로 개혁의 큰 방향이 잡힌 듯하다. 국내 정치에 동원되어 특정 정권의 이익을 지키는 데 물불을 가리지 않았던 국정원의 흑역사를 떠올린다면 백 번이고 천 번이고 바람직한 진로 설정이다. 부디, 돌이킬 수 없는 개혁을 이뤄 정권과 관계없이 국민의 정보기관으로 신뢰받는 길을 활짝 열길 바란다.

권력기관 개혁을 중시하는 문재인 정부에서 국정원 개혁은 일찌감치 시작됐다. 전임 서훈 초대 원장이 취임과 동시에 국내 부문 정보관(IO) 제도를 폐지한 것이 대표적이다. IO의 부처·기관·단체·언론 출입을 금지해 국내 정보 수집과 정치 악용 유혹을 스스로 떨친 것이다. 개칭을 비롯해 이날 제시된 다양한 조치도 이미 지난 20대 국회 때 입안된 것들이다. 그러나, 이들 내용을 담은 여야 의원들의 법안은 20대 국회의 임기 종료와 더불어 폐기됐다. 안보정보원, 통일해외정보원, 해외안전정보원 등 법안에 담긴 명칭 후보도 여럿 있었지만, 당·정·청은 결국 대외안보정보원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이로써 1961년 박정희 군사 정부가 만든 중앙정보부는 전두환 신군부 집권기 국가안전기획부로 바뀐 뒤 1999년 김대중 정부에서 오늘날의 국정원으로 환골탈태했다가 다시 한번 새로운 이름으로 대변신을 모색할 것으로 예상된다.

20여 년 만의 개칭이어서 시선을 끌지만, 그보다 필요한 개혁의 요체는 불가역적 개혁 조치의 입법 완성이라는 데 이견이 없을 것이다. 새천년 들기 전, 안기부는 국정원으로 간판을 바꿔 달고 변모했지만, 이명박, 박근혜 정부 때 이 기관이 한 일 중에는 민간인 사찰, 간첩 사건 조작, 불법 선거 개입, 정치공작, 청와대 특수활동비 상납,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관리, 보수단체 지원 같은 것이 있었다. 국정원은 항상 같은 국정원이 아니었던 셈이다. 어떤 정부냐에 따라 표변하며 운명이 달라지는 정보기관의 불행한 역사가 더는 반복돼선 안 된다. 그래서 더욱 중요한 것은 어떤 경우에도 흔들리지 않을 입법 디테일이다. 예컨대 국가 기밀 사항과 관련된 중대한 상황이 발생하면 국정원장이 국회 정보위에 "즉시" 보고할 수 있게 한다거나 예견할 수 없는 비밀활동비라고 하더라도 총액으로 다른 기관의 예산에 계상할 수 "없도록" 하는 법 규정을 삽입하는 문제 등에서 입법 전에 전후방 연관 효과와 부작용을 숙의할 필요가 있다. 현행 국정원법에 따르면 "즉시" 보고할 책무가 없고, 다른 기관의 예산에 계상할 수 있다. 정권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검찰총장처럼 국정원장에 대해서도 임기제를 둬야 한다는 대안도 있지만 이 역시 깊은 토의가 요구된다. 압도적 과반 의석을 가진 슈퍼 여당의 존재로 입법 환경은 무르익은 상태다. 여당의 최근 입법 속도전 양상으로 미뤄 보면 국정원법 개정도 급류를 탈 가능성이 있다. 마지막이 될지 모를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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