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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 영화에서 용인해 온 잘못된 관습 고쳐나가야죠"

송고시간2020-08-0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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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홍원찬 감독

(서울=연합뉴스) 한미희 기자 = 2015년 스릴러 영화 '오피스'로 칸 국제 영화제에서 데뷔한 홍원찬 감독이 5년 만에 내놓은 신작은 '하드 보일드 액션 추격극'이다.

'오피스'가 회사 건물과 사무실이라는 한정된 공간을 배경으로 인물들의 심리적인 서스펜스를 쫀쫀하게 살렸다면, 신작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이하 '다만 악')는 일본과 한국, 태국을 넘나들며 광란의 추격을 이어간다.

촬영 현장의 홍원찬 감독
촬영 현장의 홍원찬 감독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개봉을 앞두고 최근 만난 홍 감독은 "신인 감독의 데뷔작은 아무래도 예산을 비롯한 물리적인 제약이 있고 외적인 조건에 맞춰야 했는데, 이번에는 마음껏 돌아다녔다"며 웃었다.

나홍진 감독의 '추격자'와 '황해' 등 청소년 관람 불가의 '센 영화' 시나리오 작업에 참여했던 그이기에, 비슷한 장르의 이번 영화 역시 비슷한 수위일 거라는 예상은 처음부터 보기 좋게 빗나갔다. 이번 영화는 15세 이상 관람가다.

마지막 임무를 마친 청부살인업자 인남(황정민 분)과 그를 쫓는 잔혹한 살인마 레이(이정재 분)는 목적을 위해 사람의 목을 베고, 손가락을 자르고, 칼과 총을 휘두르지만, 신체가 훼손되는 장면을 직접 보여주지는 않는다. 그래서 심지어는 영화가 '약하다'는 반응도 있었다.

홍 감독은 "막상 잔인한 걸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 장면이 필요하지만 상황과 분위기만 보여주면 되지 그걸 묘사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 처음부터 찍지도 않았다"고 했다.

또 "누아르 장르에서 관습적으로 용인해 왔던 여성과 아이에 대한 폭력적이고 잔인한 묘사와 표현은 고쳐 나가야 하는 것이고, 조심해야 한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다. 꼭 필요한 수준으로 최소화하려고 노력했다"고 했다.

영화 연출을 전공했으나 시나리오 작가로 먼저 인정받으면서 여러 작품에 참여해 왔고, '다만 악' 역시 '외국에 나가 아이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아버지의 이야기'를 써 달라는 제안을 받고 쓰기 시작했다.

시나리오를 쓰는 중에 스토리라인이 비슷한 '아저씨'가 먼저 개봉해 흥행에 성공하면서 묵혀둘 수밖에 없었다. 제작자인 최윤진 대표가 쓴 '오피스'를 각색해 연출 데뷔를 한 뒤 다시 꺼내 본 '다만 악'이 "여전히 재미있었다"며 캐릭터를 보완하고 연출을 결정했다.

무자비한 살인마 레이
무자비한 살인마 레이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시나리오를 쓰는 단계에서는 예전에 좋아했던 영화의 캐릭터들을 떠올리며 대사를 썼기에, 배우 캐스팅 이후 촬영을 하며 배우들의 입말에 맞게 대사를 수정하는 작업이 필요했다. 비현실적인 인물인 레이의 경우 특히 그랬다.

'왜 그렇게 죽이려고 하느냐'는 질문에 "이유는 중요한 게 아니야. 이제 기억도 안 나네"라고 한 레이의 대사가 코엔 형제의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에서 살인마 안톤 시거(하비에르 바르뎀)가 한 대사와 비슷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홍 감독은 "워낙 좋아하는 영화고 그 캐릭터의 영향을 받았다"고 인정했다.

그는 "영화 안에서 가장 심플하게 레이의 캐릭터를 설명하는 데 필요한 대사라고 생각했다"며 "시나리오를 구현하는 건 배우이기 때문에 상황과 배우의 말투에 따라 디테일이 달라지고, 캐릭터를 오래 고민한 배우가 내놓는 아이디어들이 좋을 때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바르뎀의 역대급 캐릭터라 레이와 비교해 언급해 주시는 건 오히려 감사하다"라고도 덧붙였다.

다만, 엘리베이터 신이 '신세계'의 장면과 비슷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완전히 다른 상황이었고, 공간이 주는 좁은 느낌이 중요했기 때문이지, '신세계'의 장면을 의식하지는 않았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차기작 역시 액션과 스릴러가 가미된 사극이다. 시대 배경을 담고 있어 자료 조사가 많이 필요해 공부 중이라고 했다.

줄곧 장르 영화를 만들어 왔지만, 줄리아 로버츠와 휴 그랜트가 주연한 '노팅힐'이나 미하엘 하네케의 '아무르'를 '인생 영화'로 꼽으며 언젠가는 멜로 영화도 해보고 싶다고 했다.

"지금 당장은 저한테 멜로 영화가 들어오긴 힘들 것 같고요. (웃음) 한동안은 서스펜스가 있는 장르물을 더 하는 게 도리인 것 같아요. 하네케 감독도 문제적이고 센 영화들을 만든 감독인데도 나중에 그런 영화 만들었던 것처럼, 저도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뒤에 제가 멜로를 이야기 할 수 있을 때가 되면요."

홍원찬 감독
홍원찬 감독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mih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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