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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시선] 대통령의 마스크 착용과 코로나19 사망자 수의 상관관계

송고시간2020-08-02 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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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망자 많은 1∼4위 국가 정상들, 초기에 마스크 착용 꺼려

일부 정상 입장 바꿨지만 멕시코 대통령 "효과 입증 안돼" 미착용 고수

왼쪽부터 미국, 영국, 멕시코, 브라질 정상.
왼쪽부터 미국, 영국, 멕시코, 브라질 정상.

사진 속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은 마스크를 썼지만 네 정상 모두 대체로 마스크를 기피하는 편이다. [AP=연합뉴스 자료사진]]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최근 한 멕시코 일간지는 마스크를 착용하는 국가 정상과 그렇지 않은 정상, 그리고 그 나라들의 코로나19 사망자 수를 비교한 사진을 실었다.

마스크를 잘 쓰지 않은 정상으론 미국, 브라질, 멕시코, 영국 정상이, 반대로 마스크를 비교적 잘 쓰는 정상으로는 한국과 독일, 쿠바 정상 등이 제시됐다.

공교롭게도 지도자가 마스크를 잘 쓰지 않는 4개국은 현재 전 세계 코로나19 사망자 수 1∼4위를 나란히 달리고 있다.

물론 지도자의 마스크 착용 여부와 그 나라의 코로나19 사망자 수를 직접 연관시키는 데엔 상당한 무리가 있다.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이 해당 보도를 비판하며 말했듯이 각국의 코로나19 사망자 수에는 인구 규모와 기저질환자의 비율 등 다양한 요인들이 영향을 미친다.

마찬가지로 우리나라를 비롯해 상대적으로 코로나19 치명률이 낮은 나라들에도 단순히 '대통령이 마스크를 잘 쓴다'는 것 이상의 많은 요인이 작용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망자 수 1∼4위 나라 정상이 모두 마스크의 팬이 아니라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사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은 단순히 마스크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 외의 더 큰 공통점이 있다.

지난달 워싱턴에서 마스크 없이 만난 미국과 멕시코 정상
지난달 워싱턴에서 마스크 없이 만난 미국과 멕시코 정상

[AFP=연합뉴스 자료사진]

'반(反)기득권'을 자처하는 아웃사이더 정치인이자 이념 성향을 떠나 포퓰리스트라는 점이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코로나19의 심각성을 경시하거나, 근거없는 낙관론을 펼쳤고, 전문가들의 의견 대신 자신의 비과학적인 믿음에 더 무게를 실었다.

미국 싱크탱크 미주대화의 마이클 시프터는 최근 AP통신에 "코로나19 사태는 전문가와 과학이 해결해야 할 보건 위기"라며 "포퓰리스트 정치인들은 본래 기득권으로 여겨지는 전문가나 과학을 무시한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마스크를 쓰지 않는 것은 이러한 태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일 수 있다.

네 정상 중에서도 끈질긴 것으로 말하자면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을 당할 사람이 없다.

마스크를 거부해온 트럼프 대통령은 "마스크 착용이 애국"이라며 갑작스러운 태세 전환을 보여줬고, 코로나19에 걸렸던 존슨 총리도 최근 들어 공개 석상에서 마스크를 쓰기 시작했다.

마스크 쓰는 것은 "게이 같은 것"이라며 동성애 비하 표현까지 섞어 말했던 보우소나루 대통령도 가끔은 마스크를 쓰고, 코로나19에 걸렸을 땐 더 자주 썼다.

그러나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이 마스크를 쓴 채 포착된 것은 지난달 미국으로 가는 여객기 안에서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대부분 항공사가 승객의 마스크 착용을 강제하고 있다.

그는 공공장소에서의 마스크 착용 필요성이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았다며 "의사들은 거리를 유지한다면 마스크를 쓸 필요가 없다고 했다"고 말했다.

"AMLO(멕시코 대통령 이름 약칭)에게 마스크를 씌워주세요"
"AMLO(멕시코 대통령 이름 약칭)에게 마스크를 씌워주세요"

[야당이 만든 캠페인 사이트(http://www.amlopontecubrebocas.com/) 캡처]

멕시코 언론들은 대통령의 발언에 반박하는 의사와 과학자들의 주장을 연일 기사화하지만 대통령의 입장은 쉽게 바뀌지 않고 있다.

대통령이 마스크를 쓰게 해달라는 청원까지 등장하고 야당은 법원 명령을 요청하겠다는 계획도 밝혔지만, 대통령은 "부패가 사라지면 마스크를 쓰겠다"며 '계속 안 쓰겠다'는 선언과 다름없는 말을 하기도 했다.

다행스러운 점은 대통령이 '마스크 무용론'을 고수하는 중에도 멕시코 국민은 마스크를 꽤 신뢰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달 30일 현지 일간 엘피난시에로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일반 성인 응답자의 86%가 마스크가 "매우 또는 상당히 유용하다"고 답했다. "전혀 쓸모 없다"는 답은 3%였다.

비록 강제성은 약하지만 수도 멕시코시티 등 여러 지자체들이 마스크 사용을 의무화하고 있어 공공장소 내 착용 비율도 낮은 편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마저 마침내 마스크를 쓴다면, 그래서 대통령의 '콘크리트 지지자들'도 마스크 전도사로 변한다면, 5개월째 악화일로인 멕시코 코로나19 상황도 조금은 나아지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영국 마담투소 박물관의 마스크 쓴 미국과 영국 정상 밀랍인형
영국 마담투소 박물관의 마스크 쓴 미국과 영국 정상 밀랍인형

[AFP=연합뉴스 자료사진]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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