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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톡톡] '식빵'과 도쿄올림픽

송고시간2020-08-02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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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와 얼굴보호대를 한 일본 시민.
마스크와 얼굴보호대를 한 일본 시민.

REUTERS

(서울=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 코로나19가 아니었으면 도쿄올림픽으로 시끄러웠을 요즘입니다. 1년 연기한 도쿄올림픽은 내년 7월 23일 개막합니다.

얼마 전 '식빵 언니' 김연경 선수가 국내리그로 돌아왔습니다.

2016년 한일전에서 김 선수가 '답답한 마음'을 표현하는 입 모양이 TV 화면에 나왔습니다. 동료의 실수를 비난한 게 아닙니다. 자신의 실책에 화가 났습니다. 욕이지만 승부욕이라며 팬들은 이해합니다. 비속어가 아니라 '식빵'이라며 응원합니다. 김 선수의 별명이 됐습니다.

'배구 여제' 김연경이 국내리그를 선택한 이유는 도쿄올림픽입니다. 코로나19 때문에 해외에 있으면 이동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자신의 마지막 올림픽을 최고의 컨디션으로 출전하기 위해 연봉도 삭감하며 내린 결정입니다. 연봉을 깎으면서까지 올림픽 출전입니다. 올림픽은 운동선수에게 그런 의미입니다.

2016 리우올림픽 김연경.
2016 리우올림픽 김연경.

임헌정 기자

정치인에게는 다른 의미일 수 있습니다. 아베 일본 총리는 1년 뒤 완전한 형태로 올림픽을 개최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개최여부가 불확실합니다. 자신의 임기 내에 올림픽을 개최하기 위해 2년 연기를 거부했다는 일본 내 의견도 있습니다. 일본은 31일 확진자가 1천5백여명을 넘어서며 연일 최다기록을 세우고 있습니다.

일본의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1년 연기한 도쿄 올림픽을 '더 늦춰야 한다'가 35%, '취소해야 한다'가 31%로 나타났습니다. 예정대로 내년 7월 개최는 26%에 그쳤습니다. 개최한다고 해도 후쿠시마 방사능, 욱일기 허용 등의 논란은 여전합니다.

올림픽 개최 반대하는 일본 시민.
올림픽 개최 반대하는 일본 시민.

REUTERS

코로나19로 '뉴노멀(New normal)'을 이야기합니다. 새로운 기준입니다. 올림픽에서는 향상된 기록과 기술이 새로운 기준입니다.

'배구 여제' 김연경이 원하는 도쿄올림픽은 배구와 관련이 많습니다. 1964년 도쿄올림픽에서 배구가 첫 정식종목으로 등장합니다. 일본 여자배구는 금메달을 획득합니다. 키 큰 선수들이 유리한 배구에서 일본의 우승은 이변입니다. 당시는 배구는 공격수의 힘에 의존하는 오픈 공격이었습니다. 일본은 단신 극복을 위해 '시간차 공격'을 만듭니다. 두 명의 공격수와 한 명의 세터가 한 몸처럼 움직여야 합니다. 키 큰 선수들이 맥을 못 춥니다. 그 후 '시간차 공격'은 전 세계 팀의 기본 전술이 됐습니다.

'준비'
'준비'

신준희 기자

육상 단거리는 출발이 중요합니다. 1896년 제1회 아테네올림픽에서 미국의 토머스 버크 선수가 손을 바닥에 대고 엉덩이를 바짝 올린 크라우칭 스타트 자세로 100m 출발선에서 섭니다. 다른 선수들은 어정쩡하게 서 있습니다. 버크의 자세는 웃음거리였습니다. 웃음은 곧 환호가 됩니다. 1등입니다. 이후 다들 출발선에서는 엉덩이 바짝입니다.

2m 이상을 등으로 훌쩍 넘어버리는 높이뛰기 '배면 자세'는 1968년 멕시코 대회에서 딕 포스베리가 올림픽 신기록(2.24m)으로 우승하며 표준이 됐습니다. 포스베리가 앞으로 뛰는 기존 방식으로 1.52m도 넘지 못하고 예선 탈락하자 고정관념을 깨보기로 한 결과입니다.

'넘어간다'
'넘어간다'

신준희 기자

스키점프에서 스웨덴 얀 보클뢰브가 1985년 선보인 'V 자세 활강'은 처음엔 심판이 자세 불량으로 감점을 줬습니다. 선수들도 비웃었습니다. 조롱도 기록을 이길 수는 없습니다. 1992년 알베르빌 올림픽에서는 모든 선수가 발로 'V'자를 그리며 하늘을 날았습니다.

평창동계올림픽 스키점프.
평창동계올림픽 스키점프.

신준희 기자

서로 다른 기준이 걸림돌이 된 경우도 있습니다.

하계와 동계 올림픽은 같은 해에 열렸으나 시청률 등 경제적인 이유로 1992년 이후 2년 차이로 열리게 됐습니다.

정치가 문제인 적도 있습니다. 1980년 모스크바 올림픽은 미국 등 서방 60여 개국이 불참했습니다. 1984년 LA 올림픽은 소련 등 동유럽 국가 18여 개국이 참가하지 않았습니다. 88서울올림픽에서야 전 세계 160개국이 참가했습니다. 1916년 베를린, 1940년 도쿄 대회 등은 전쟁으로 열리지 않았습니다. 전염병으로 연기된 건 이번 올림픽이 처음입니다. 어떤 식으로 개최를 하든 새로운 기준입니다. 취소도 그렇습니다.

지구촌은 코로나19로 복잡합니다.

비웃지 마세요. 엉덩이 바짝, 등으로 훌쩍, 발로 브이 쫙. 발상의 전환은 없을까요?

이래저래 '답답한 마음'입니다.

코로나19로 모두 제 코가 석 자입니다.

xyz@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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