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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징용기업 자산매각 절차 임박…일본의 결자해지 거듭 촉구한다

송고시간2020-08-02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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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삐걱대는 한일 관계가 8월 또 한 번 중대한 고비를 맞을 조짐이다. 일제 강제징용과 관련된 일본 전범 기업의 한국내 자산매각 절차가 곧 개시되는 데 따른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어서다. 우리 법원의 결정에 따른 일본제철(신일철주금) 재산 압류 명령의 공시송달 기한이 4일 오전 0시로 다가왔다. 이 시점을 넘기면 서류가 송달된 것으로 간주되며, 신일철주금이 즉시 항고하지 않는다면 주식압류명령은 일주일 뒤 확정된다. 물론 해당 기업의 의견 청취와 자산감정 절차 등을 거쳐야 해 당장 자산의 현금화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그러나 매각절차의 개시라는 상징성 하나만으로도 한일 관계는 재차 격랑에 휩싸일 가능성이 커졌다. 공교롭게도 이번 달에는 한일 관계에 중요한 기념일과 이정표가 집중되어 있어 갈등이 예상외로 증폭할 개연성이 크다. 14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에 이어 15일 우리의 광복절이자 일본의 패전기념일, 22일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연장 기한 도래 등은 크고 작은 시험대가 될 것이다.

양국 간 위기감의 조성은 일차적으로 일본의 비타협적 '오불관언' 태도에서 비롯되는 측면이 강하다. 일본 정부는 자산 현금화 절차를 회피하기 위한 대화 모색이나 출구찾기보다는 그런 상황이 일어나지 말아야 한다는 일방적 당위론만 고수하고 있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주말 방송에 나와 일본 정부의 향후 대응 방침과 관련해 "방향성은 확실히 나와 있다"며 내부 검토가 끝났음을 강하게 시사했다. 일본 현지에선 관세 인상, 송금 중단, 비자 발급 조건 강화, 금융 제재, 일본내 한국자산 압류 등 다양하고 강도 높은 보복성 조처가 거론되고 있다고 한다. 자국에서 생산되는 핵심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3개 품목에 대한 수출규제를 1년 넘게 유지하고 있는 일본이 현상타개 보다는 상황악화 쪽에 방점을 찍고 있는 셈이다. 설상가상으로 일본은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선거에서 한국의 유명희 후보 대신 아프리카 후보를 지지하기로 방침을 정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어떤 전략적 고려가 우선했는지는 모르겠으나, 아시아의 대표선수 격인 이웃 나라 후보 대신 굳이 먼나라 후보를 택하겠다는 일본의 방침은 비상식적으로 들린다. 강제 징용 문제와 관련한 보복이 그런 발상의 원천이라면 선린의 포기선언이나 마찬가지라 하겠다.

이처럼 일본이 한국에 대해 보복 조치를 가하면 한국내 반일 여론을 극도로 자극할 게 자명하다. 한국내 일본 제품 불매운동은 더욱 힘있게 전개될 수도 있다. 이미 철퇴를 맞은 일본제 맥주는 물론 유니클로 등 일본상품의 퇴출을 재촉할 개연성이 크다. 강원도의 한 민간 식물원에서 소녀상에 사죄하는 '아베상' 설치 문제를 놓고 일본이 크게 반발할 정도로 한일관계는 성냥불만 닿아도 폭발할 지경의 아슬아슬한 국면의 연속이다. 그런데도 일본이 뻔히 보이는 파국 행로에는 애써 눈을 감아 버린 채 강공 일변도로 나온다면, 양국 관계를 회복 불능 상태에 빠뜨리거나 우리의 백기투항을 견인하겠다는 의도 말고는 달리 해석할 도리가 없을 것이다.

곧 일본은 제2차 세계대전 패전 75주년을 맞는다. 아시아 전역을 전쟁의 포연과 참화로 몰아넣은 과오를 진심으로 반성하고 성찰한다면 그 전쟁 수행을 돕기 위해 군수공장, 탄광, 토건 공사 등에 강제 동원한 조선인들에 대한 사과와 배상을 더는 미뤄선 안 된다. 일본 정부는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징용과 관련한 모든 문제가 해결됐다는 주장을 전가의 보도처럼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의 수정주의 역사관이 기승을 부리기 전인 2000년대 이전의 멀지 않은 과거에 일본 외무성의 조약국장, 일본 최고재판소 등은 국제인권법적 관점에서 개인청구권이 소멸하지 않았다는 견해를 밝혔던 점을 겸허하게 되새겨봐야 한다. '그 때는 틀렸고, 지금이 맞는다'고 강변한다면 그 협량함을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일본 정부가 자국 이익에만 복무하는 역사 해석의 편의주의에서 벗어나 진정성 있게 강제 징용 문제에 화답해야 하는 시점이 왔다. 이를 실행에 옮기기에 과연 8월만큼 역사성 있고 적절한 시기가 있을까 싶다. 아베 정부의 결자해지 노력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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