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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실종·초토화된 농촌…폭우가 충남에 남긴 상처 컸다(종합2보)

송고시간2020-08-04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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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사에 떠밀린 노인 2명 수색작업 난항…천안·예산 비닐하우스 100여곳 침수

끊긴 다리 잇고 무너진 둑 쌓고…폭염 속 복구 '이중고'

폭우에 물에 잠긴 천안시 도로
폭우에 물에 잠긴 천안시 도로

[연합뉴스 자료 사진]

토사가 비닐하우스 덮쳐
토사가 비닐하우스 덮쳐

(천안=연합뉴스) 김준범 기자 = 4일 오후 충남 천안시 동남구 병천면 가전리 한 농가에 있는 비닐하우스가 전날 내린 폭우 영향으로 무너져 있다. 2020.8.4 psykims@yna.co.kr

(천안·아산·예산=연합뉴스) 이은중 양영석 이재림 기자 = 물폭탄을 방불케하는 폭우를 쏟아낸 먹구름이 걷힌 4일 충남 북부권 곳곳에서는 수해에 시름 하는 주민 한숨이 종일 이어졌다.

주저앉은 비닐하우스 속에서 자식 같은 다 익은 수박이 흙탕물을 뒤집어쓴 채 나뒹구는 모습에 탄식했고, 3년 전 보수한 둑이 다시 무너진 상황에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토사에 휩쓸리면서 하천에 빠져 실종된 주민 2명 수색은 돌무더기를 하나 하나 걷어내며 힘겹게 진행됐다.

충남도 등에 따르면 전날 0시부터 천안과 예산에는 200㎜ 넘는 비가 내리는 등 북부지역에 강우가 집중됐다.

아산에는 시간당 63㎜의 장대비가 쏟아졌다.

집중호우로 주택 623가구와 상가 112곳이 침수됐다. 차량 44대도 갑자기 불어난 물에 잠겼다.

피해가 특히 컸던 천안·아산에서만 주민 595명이 대피했고, 도내 7개 시·군 농경지 2천807㏊가 침수됐다.

애타는 농심
애타는 농심

(천안=연합뉴스) 김준범 기자 = 4일 오전 충남 천안시 수신면 장산리 한 하우스 농가에서 주인이 수해 피해 상황을 확인하고 있다. 2020.8.4 psykim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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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rV7tuLdfju0

도는 구호품 300세트와 매트리스 360개, 담요 500장, 텐트 300개를 긴급 지원하는 한편 파손됐던 도로와 하천 제방 등 공공시설 325곳을 보수했다.

범람 위기에 놓였던 천안·병천·곡교·온양천 등 하천 수위가 낮아지면서, 임시대피 시설에서 고된 밤을 보낸 대피자들이 귀가해 집 안팎을 쓸고 닦았다.

아산 송악면에서 산사태로 떠밀려 온 토사에 휩쓸린 70∼80대 주민 2명의 수색작업도 진행 중이다.

군·경찰·시 등 유관기관 인력 200여명은 한낮 기온이 30도 가까이 오르는 폭염 속에 실종 지점 주변에 쌓인 돌무더기를 일일이 제거하며 수색에 안간힘을 썼다.

헬기, 보트, 드론 등 장비도 동원했다.

앞서 탕정면에서 맨홀에 빠졌던 남성은 숨진 채 발견됐다.

애플수박…니가 왜 거기서 나와
애플수박…니가 왜 거기서 나와

(예산=연합뉴스) 양영석 기자 = 4일 충남 예산의 한 수박 비닐하우스 주변 제방에 애플수박 하나가 걸려 있다.
전날 내린 집중호우에 비닐하우스가 잠기면서 하우스 밖에는 떠밀려 나온 수박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2020.8.4 youngs@yna.co.kr

둑 3곳이 폭 30∼50m 넓이로 무너진 천안시 수신면 장산리 병천천 일대에서는 안이근(60·장산3리 이장)씨가 "3년 전 폭우에 터진 둑이 이번에 또 터졌다"며 울분을 쏟아냈다.

비닐하우스 20동에서 멜론을 키우는 그는 "월말에 멜론을 출하할 수 있었는데, 물이 하우스 지붕까지 차올라 모두 못쓰게 됐다"고 안타까워했다.

이 마을 곳곳 비닐하우스에는 지붕 꼭대기까지 황토색 토사가 남아 있었고, 외양간 소는 아직 남은 물웅덩이를 피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벌써 썩기 시작해 시큼한 냄새까지 진동하는 예산 수박 농가에는 줄기에 탐스럽게 달려 있어야 할 수박들이 흙탕물을 뒤집어 쓴 채 바닥에 나뒹굴었다.

한 주민은 "이 일대에서만 수박 비닐하우스 100여 동이 물에 잠겼다"고 말했다.

사정은 도심도 마찬가지여서, 물이 완전히 빠지지 않은 지하차도에서는 양수기 소음이 끊이지 않았다.

당진시에서도 침수로 진흙과 부유물이 쌓인 곳에서 청소 인력들이 구슬땀을 흘렸다.

40명의 주민이 경로당과 초등학교 등지로 임시 대피했던 세종시에서도 피해 복구가 이어졌다.

시는 침하했던 소정면 대곡1리 마을 진입도로와 50m가량 유실된 대곡리 맹곡천 제방을 보수하는 한편 미호천 금강 보행교에 걸린 1t 유류 운반차를 밖으로 빼낼 방침이다.

무너진 하천 둑
무너진 하천 둑

(천안=연합뉴스) 이은중 기자 =4일 충남 천안시 수신면 장산리 병천천에서 안이근(60) 씨가 폭우로 불어난 물의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터진 둑을 가리키고 있다. 2020. 8. 4 jung@yna.co.kr

먹구름은 다시 몰려오고 있다.

기상청은 중국 산둥반도 인근에서 서해상으로 길게 형성된 또 다른 구름대가 중부 지역에 영향을 주면서, 시간당 50~100㎜의 비가 더 내릴 것으로 예보했다.

5일까지 충남 북부에 100∼300㎜, 많으면 500㎜ 이상 비가 올 전망이다.

wald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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