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소리만 들어도 가슴이 벌렁"…트라우마 겪는 수재민들
송고시간2020-08-06 11:15
제천 봉양초등학교에 20여명 텐트 생활…집 오가며 수해복구
봉양읍 누적 강수량 500㎜ 육박…계속되는 비에 고통 가중
(제천=연합뉴스) 박재천 기자 = "비가 또 오네 또 와"
6일 오전 충북 제천시 이재민 임시대피소인 봉양초등학교 체육관 입구.
인근 식당에서 아침 식사를 하고 대피소로 걸음을 옮기던 수재민 4명은 하늘을 쳐다보며 긴 한숨을 쉬었다.
수해 악몽이 여전한데 새벽부터 또 굵은 빗방울이 떨어져서다.
봉양읍 원박리에 거주하는 김신재(57·여)씨와 서울에서 동생 집에 쉬러 왔다가 물난리를 겪었다는 옥재(65·여)씨는 빗소리에 잠을 설쳤다.
신재씨는 "밤에 체육관 지붕을 때리는 빗소리에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며 "가재도구를 정리하기 위해 집에 간 남편이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모르겠다고 푸념하더라"며 가슴 아파했다.
옥재씨는 "산에서 물이 폭포수처럼 쏟아져 내리고 진흙이 집안에 밀려들어 간신히 몸을 피했다"며 "그때만 생각하면 아직도 아찔하고 가슴이 벌렁거려 심리치료라도 받아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자매는 산사태로 집 안에 밀려든 토사는 어느 정도 제거했지만, 하수도와 정화조가 막히고 냉장고도 고장 나 4일째 이곳에서 생활하고 있다고 전했다.
같은 마을 김순애(58·여)씨 부부도 근심 가득한 얼굴로 비 내리는 창밖을 응시했다.
경기도 양주에 사는 부부는 원박리에 농막을 짓고 전원생활을 해 왔는데 이번 폭우에 농경지가 유실되는 등 피해를 봐 이곳에서 숙식하고 있다.
부부는 "농막 주변 길이 유실돼 차를 뺄 수가 없는데 비가 계속 내려 걱정"이라며 "도로복구가 먼저 이뤄져야 집에 갈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5일밤 이곳 대피소에는 예닐곱 가구 주민 22명이 묵었다.
수재민들은 한평 비좁은 대피소 텐트에 머물면서 날이 밝으면 수마가 할퀴고 간 집을 오가며 가재도구를 챙기는 등 수해복구에 안간힘을 쏟는다.
봉양읍에는 이날도 오전 10시 30분 기준 29㎜의 비가 내렸다.
제천에서 수해가 가장 심한 곳인 봉양읍은 지난 2일 359㎜의 '물 폭탄'이 떨어졌다.
지난 5일까지 봉양읍의 누적 강수량은 458㎜이다.
jc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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