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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컷] 계속 출몰하는 '신림동 그놈'들…오늘도 뒤돌아본다

송고시간2020-08-0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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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UW5kqVFIgBE

(서울=연합뉴스) 지난 6월 대전 서구 도마동.

한 남성이 귀가하는 여성을 쫓아가 강제로 집에 침입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여성을 15분간 뒤쫓은 이 남성은 여성이 비명을 지르자 곧바로 달아났는데요.

용의자는 경찰이 사진과 인상착의가 담긴 수배 전단을 배포한 끝에 시민 제보로 검거됐습니다.

문제는 지난해 서울 관악구 신림동을 비롯해 서울 광진구, 경기도 수원·부천 등지에서 여성을 쫓아 주거 침입을 시도한 유사 범죄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중 신림동 사건이 사회적인 공분을 일으킨 건 폐쇄회로(CC)TV 속 범인의 섬뜩한 모습 때문입니다.

홀로 귀가하는 여성의 뒤를 몰래 쫓은 것도 모자라 간발의 차로 피해자 집에 침입하지 못하자 한동안 문 앞을 서성대는 모습이 대중의 분노를 불러일으켰습니다.

그러나 이 사건 범인이 받은 형량은 징역 1년.

법원은 주거 침입 혐의만 인정하고 강간 미수 혐의에 대해선 개연성만으로 '고의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로 판단했는데요.

혼자 사는 여성들은 이런 사건을 접할 때마다 두려움이 커진다고 말합니다.

22세 여성 고모 씨는 "(사건 이후 귀갓길에) 불안감을 더 많이 느끼고, 주변 친구들에게 조심하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며 "앞으로 얼마나 더 실제 사건이 일어나야 법이 바뀔지 안타깝고 무섭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23세 여성 김모 씨도 "저는 집이 외진 곳에 있고 골목골목을 올라가야 하는데, 밤늦게 취객들을 많이 마주한다"며 "'이리 와봐' 같은 식으로 기분 나쁘게 말을 거는 분들이 있는데 쫓아올까 봐 딱히 대응도 못 하고 그냥 뛰어서 집에 들어온 적이 있다"고 떠올렸습니다.

이렇듯 귀갓길에 범죄에 노출될 수 있다는 불안감은 여성들 일상에 자리 잡았는데요.

이에 여러 지자체는 여성들의 안전한 일상을 위한 각종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충북에선 경찰이 지자체와 손잡고 도내 여성 안심 구역과 여성 안심 귀갓길 등을 설치했고, 제주도는 1인 가구 여성에 '안심 3종 세트'(동작감지센서, 창문열림 경보기, 호신벨)를 지원합니다.

전국 기초 자치단체 중 여성 1인 가구 비율이 높은 서울 관악구는 '여성 안심 원룸 인증제'를 도입했고 '안심 홈 세트'(현관문 보조키, 문 열림 센서 등) 지원, '안심 골목길' 조성, 순찰 강화 등 안전 정책을 시행합니다.

그런데도 여성들의 불안감이 쉽게 사라지지 않는 건 관련 범죄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도 영향을 미칩니다.

"아무래도 형량이 적다 보니 나쁜 마음을 품고 있는 사람들에게 위화감이나 경각심을 줄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고씨)

"비슷한 사건이 계속 이어지는데 형량이 너무 낮은 게 원인이라고 생각해요. 일종의 '혼자 사는 여성을 노린 범죄'인데 제재하려면 여성들에게 '일찍 일찍 다녀라', '문단속 잘하라'고 할 게 아니라 가해자들에 대한 처벌 강도를 높여야 합니다."(김씨)

전문가들은 여성의 뒤를 쫓는 행위가 중범죄로 나아갈 전조 행동으로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공정식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이런 범죄들에 대해 주거침입이나 경미한 정도의 처벌이 많이 이뤄졌으나, 좀 더 능동적·적극적으로 해석해서 중대 범죄로 나아갈 전조증상 또는 행동이라 판단하고, 그에 따라 엄단할 제도적·법적 기준을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습니다.

또 근본적 해결을 위해 올바르지 못한 성 인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는데요.

공 교수는 "그런 범죄적 행동 의도를 가진 사람들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이유는 여성이란 신체적 약자에 대한 잘못된 성 관념이나 왜곡된 인식에서 비롯된다"며 "이런 행동들이 빈번하다는 얘기는 혼자 사는 여성들이 굉장히 취약한 상태에 놓여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비교적 범죄에 노출되기 쉬운 여성들에게 그나마 가장 안전한 장소로 인식되는 집.

제2·제3의 '신림동 그놈'들이 나타나지 않도록 처벌 강화는 물론 범죄 예방을 위한 안전망이 구축돼야 하지 않을까요.

이은정 기자 강지원 인턴기자 / 내레이션 김정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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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m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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