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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턴액티브] "화장 안 했더니 아프냐고?…여직원 복장품평 이제 그만"

송고시간2020-08-0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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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알바생 10명 중 6명 "근무 중 외모 품평 경험"

(서울=연합뉴스) 정윤경 인턴기자 = "하루는 너무 바빠서 민낯으로 출근했더니 그날 내내 (외모가) 동료 직원들 입에 오르내렸어요."

직장인 최희원(가명·25)씨는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지난 5일 붉은색 계열 원피스 차림으로 국회 본회의에 출석한 것을 두고 복장 논란이 제기된 것을 보고 동병상련을 느꼈다고 했다.

아르바이트할 때나 현재 직장에서나 입은 옷과 화장에 대해 수도 없이 품평을 당했기 때문이다.

최씨는 "류 의원이 입은 원피스는 평범한 여성들이 입는 출근 복장일 뿐인데 왜 그렇게 잣대가 엄격한지 모르겠다"며 "국회의원이든 직장인이든 외모가 아니라 직무능력으로 평가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 "꾸미면 '예의 없다', 안 꾸미면 '어디 아프냐'"…일상화된 외모 지적

최씨뿐 아니라 많은 전·현직 여성 노동자들이 일터에서 복장이나 외모 품평에 시달렸다고 입을 모았다.

2년간 요식업계에서 아르바이트한 대학생 윤솔아씨(가명·23)는 "화장을 하고 오지 않는 날이면 사장님이 '어디 아프냐', '화장 좀 해라'고 눈치를 줘 한동안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털어놨다.

윤씨는 "다른 일자리를 알아보려고 당구장 아르바이트 면접을 보러 갔는데 당구장 사장님이 대뜸 '출근할 때 치마를 입고 와라', '알바생 얼굴 보고 손님 온다'는 말을 하길래 도망치듯 자리를 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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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아르바이트 포털 '알바몬'이 알바생 3천74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근무 중 외모에 대한 품평을 경험한 적 있는가'라는 물음에 55.8%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여성 알바생 중에서는 67.1%가 외모 관련 지시나 제재를 받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 "가부장적 '꾸밈 노동' 관행 개선해야"

전문가들은 여직원에 대한 '꾸밈 노동'(화장, 패션, 용모 관리 등 여성에게만 요구되는 사회적 요구)이 일상화되면 남성과 동등한 노동자로서 인정받기 힘들다며 가부장적 관행 개선을 요구했다.

정보영 청년유니온 정책팀장은 6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여성 노동자는 외모나 복장 등 꾸밈 노동을 강요받는 동시에 자신의 개성이 드러나는 옷차림을 하고 오면 '예의 없다'는 소리를 듣는다"며 "류 의원 논란을 보면서 수많은 여성이 자신의 외모나 옷차림에 대해 지적받은 경험을 직감적으로 떠올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을 한국여성노동자회 활동가는 "한 국회의원 복장이 회자되는 것 자체가 우리 사회에서 여성 노동자를 얼마나 성적 대상화 해왔는지 체감할 수 있는 사례"라며 "이를 계기로 내면에 있던 성차별적 시선을 깨트리고, 조직 내에서는 성 인지 감수성 교육을 시행하는 등 성평등한 문화를 구축해나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논란을 성별 문제로 접근하면 안 된다는 전문가 의견도 있었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2003년 국회에서 흰색 면바지를 입어 논란이 된 것처럼 남성 복장에 대한 품평도 이뤄지고 때문에 전반적인 근무 복장 규정이 완화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19대 국회의원을 지낸 '정치하는 엄마들' 장하나 사무국장은 "남성 노동자라고 해서 외모 지적을 피할 수 있는 건 아니다"라며 "산업화 세대와 이후 세대가 복장 규범, '다름'에 대한 견해를 놓고 충돌한 것"이라고 일축했다.

 (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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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도윤 제작] 일러스트

yunkyeong0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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