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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닭 5만5천마리 떼죽음…살아남은 것도 살처분해야"

송고시간2020-08-07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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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빠진 양계장 눈 뜨고 못 봐…악취 속 죽어가는 닭 즐비

주인 부부도 간신히 몸 피해 "병아리·사룟값 걱정에 눈물만"

(제천=연합뉴스) 천경환 기자 = 폭우가 휩쓸고 간 충북 제천시 금성면 양화리의 한 양계장은 '아비규환'이라는 말 말고는 다른 표현이 떠오르지 않았다.

물 폭탄 맞은 양계장
물 폭탄 맞은 양계장

(제천=연합뉴스) 천경환 기자 = 5일 충북 제천시 금성면 양화리의 한 양계장이 집중호우에 망가져 있다.

구더기가 들끓는 닭의 사체에서는 숨쉬기 어려울 정도로 악취가 진동했고, 그 사이로 살아 있는 닭이 뒤엉켜 생지옥을 방불케 했다.

진흙을 뒤집어쓴 채 여기저기 널브러져 시름시름 죽어가는 닭도 즐비했다.

현장을 서성이는 주인 최모(69)씨도 절반쯤 넋이 나간 모습이다.

이 양계장은 지난 2일 집중호우 때 산사태에 휩쓸렸다.

기르던 닭 6만5천 마리 중 5만5천마리가 폐사했다.

양계사도 군데군데가 뜯겨 나가거나 주저앉았다. 닭장 안은 천장과 바닥이 거의 맞닿을 정도로 토사가 들어찼다.

가까스로 살아남은 닭들이 허기를 못 이겨 죽은 닭의 몸에 붙은 구더기를 뜯어먹는 모습은 차마 눈 뜨고 보기 힘들었다.

오갈 데 없는 닭들
오갈 데 없는 닭들

(제천=연합뉴스) 천경환 기자 = 5일 충북 제천시 금성면 양화리의 한 양계장이 호우로 인해 토사가 쓸려와 붕괴된 모습.

최씨는 "새벽녘 폭우 속에 산에서 토사가 쓸려 내려와 가까스로 몸을 피했다"며 "날이 밝은 뒤 다시 돌아오니 양계장 전체가 쑥대밭으로 변해있었다"고 한숨지었다.

그는 "5일 동안 복구작업 벌였지만, 겨우 사람이 오갈 수 있는 진입로를 확보한 게 전부"라고 하소연했다.

양계장은 지금 전기와 수도마저 끊긴 상태다. 그도 아내와 마을회관으로 거처를 옮겨 생활하고 있다.

수마가 할퀸 흔적
수마가 할퀸 흔적

(제천=연합뉴스) 천경환 기자 = 5일 충북 제천시 금성면 양화리의 한 양계장이 집중호우에 망가져 있다.

최씨는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그의 농장은 육계를 생산하는데, 침수된 농장의 닭은 위생 문제 때문에 출하 자체가 불가능하다.

그는 이미 거래처로부터 구매 불가 통보를 받은 상태다.

살아남은 닭들은 질병 발생이나 환경 오염에 대비해 모두 살처분해야 한다.

진흙 뒤집어쓴 닭들
진흙 뒤집어쓴 닭들

(제천=연합뉴스) 천경환 기자 = 5일 집중호우로 물 폭탄을 맞은 충북 제천시 금성면 양화리의 한 양계장에서 닭들이 물을 마시고 있다.

최씨는 "거래처에서 공급받은 병아리 6만5천여마리와 100여t의 사룟값을 고스란히 물어내야 하는데 눈앞이 캄캄한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이어 "30년 넘게 양계업을 했고 할 줄 아는 것도 이것밖에 없는데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 망망대해에 혼자 서 있는 것 같다"고 말을 잇지 못했다.

제천시는 이번 폭우로 돼지 농장 15곳(1천20마리)과 양계장 2곳(11만9천200마리)에서 폐사 등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했다.

시 관계자는 "피해를 본 축사에서 시설물 복구공사와 사체 처리 작업 등을 진행하고 있다"며 "복구가 끝나는 대로 정확한 피해 규모를 파악해 지원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물 폭탄 맞은 양계장
물 폭탄 맞은 양계장

(제천=연합뉴스) 천경환 기자 = 5일 충북 제천시 금성면 양화리의 한 양계장이 집중호우에 망가져 있다.

kw@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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