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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도 되나요] 물난리에 도로도 끊겼는데…"전액 환불 안 된다고요?"

송고시간2020-08-0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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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UldSnt11fyI

(서울=연합뉴스) "아니, 도로가 끊기고 산사태가 났는데 왜 환불을 못 해준다는 거예요?"

이달 초 경기도 가평에서는 많은 양의 비로 토사가 무너져 도로가 끊기고, 곳곳에서 가스와 수도 공급이 중단됐습니다.

집중 호우에 산사태주의보까지 내려진 가평으로 휴가를 떠나는 게 위험하다고 판단한 이모(24) 씨는 예약일 하루 전 펜션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그러자 펜션 측으로부터 돌아온 답변은 "절대 환불해줄 수 없다"였습니다.

현지 사정을 알고자 가평군청 산림과에 문의한 이씨는 도로 상황이 위험해 "웬만하면 오지 말라"는 주의를 들었지만 펜션 측은 우회로가 있다고 반박했습니다.

이씨는 "지자체에선 오지 말라고 신신당부하는데, 환불해주기 싫으니 오라고 한다"며 "그 좁은 도로로 가다가 누구 한 명 죽어야 전액 환불을 해줬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한국소비자원에 피해구제 신청을 했는데 (조정의) 강제성이 없어 좌절한 상태"라고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이달 수도권과 중부 지방에는 집중 호우가 쏟아졌습니다.

지난 3일 가평에선 토사가 펜션을 덮쳐 펜션 주인 등 세 명이 사망하는 인명 사고도 발생했는데요.

가평과 양평은 풀빌라 펜션과 수상 레저 시설로 여름철 많은 피서객이 찾는 지역으로 꼽힙니다.

여름 휴가철에는 예약이 가능한 펜션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인데요.

집중 호우가 여름 휴가철과 겹치자 인터넷에는 자연재해에 의한 숙박시설 환불 여부를 묻는 게시글들이 올라오기 시작했습니다.

'펜션 사장에게 전화했더니 환불 못 해준다고 했다'는 하소연부터 환불 방법을 묻는 글까지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집중호우로 국내 숙박시설 계약 취소에 따른 환급 요구 상담' 건수는 7월 다섯째 주 11건에서 8월 첫째 주 221건으로 무려 20배 가까이 증가했습니다.

소비자원의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따르면 사용 하루 전 또는 당일 취소할 경우 성수기(숙박업소 약관에 따로 표시가 없으면 7월 15일~8월 24일) 주중엔 총 요금의 20%, 성수기 주말엔 10%만 환급받을 수 있습니다.

여기서 쟁점은 기상에 따른 천재지변 상황에서도 일반적인 환불 규정이 그대로 적용되냐는 겁니다.

어린 자녀들을 데리고 키즈 풀빌라에 가려다가 취소했다는 김모 씨는 자연재해 때문에 위약금을 내게 된 것이 억울하다고 호소합니다.

"흙 다 무너지고 도로 통제되고 전기도 끊기고. 어린 애들도 있는데 당연히 걱정되죠. 100만원 입금했거든요. 자연재해니까 환불을 해줄 줄 알았죠. 근데 이틀 전이라고 20만원인가 30만원인가만 돌려줄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80만원은 그냥 날리는 거죠."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을 보면 기후변화 및 천재지변으로 당일 계약을 취소할 경우 숙박업소가 계약금을 환급하게 돼 있습니다. 다만 기상 상황에 따른 기준에 한정됩니다.

송선덕 소비자원 홍보팀장은 "규정에는 숙박지역 이동수단(항공기 등) 이용이나 숙박업소 이용이 불가(기상청이 강풍, 풍랑, 호우, 대설, 태풍 등 주의보 또는 경보를 발령한 경우로 한정)해 당일 계약을 취소하는 경우 계약금 환급으로 돼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천재지변에 따른 계약금 환급 역시 권고안일 뿐 법적인 규정은 아닙니다. 그로 인해 개별 숙박업소 환불 규정이 권고안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면 관련 약정이 우선시되는 측면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투숙객 안전을 위해 환불 정책을 실시한 숙박업소도 있습니다.

환불을 진행한 펜션 사장 권순강 씨는 "위험 여부 판단은 솔직히 펜션 쪽에서 할 수 있는 건 아니다"며 "가는 길 어디가 붕괴하고 어디 토사가 무너지고 이런 걸 모르는 상황에서 손해를 좀 보더라도 고객들이 편하게 여행을 결정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천재지변에도 기존 환불 정책을 그대로 적용할 수밖에 없다는 일부 펜션 측은 성수기에 치중하는 숙박업 특성상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토로합니다.

권 사장도 "솔직히 손해 보는 금액이 꽤 크다. 숙박업은 휴가철이 대목이기 때문"이라고 고충을 말했는데요.

하지만 단순 변심으로 '안 가는 것'과 자연재해로 안전을 고려해 '못 가는 것'은 명백하게 다르다는 것이 다수 소비자의 목소립니다.

매년 여름 들려오는 숙박업소 환불 문제, 양측 갈등을 없애려면 이젠 법적 장치가 좀 마련돼야 하지 않을까요.

이은정 기자 이성원 인턴기자 김혜빈 / 내레이션 이성원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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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mi@yna.co.kr

※[이래도 되나요]는 우리 사회에 있는 문제점들을 고쳐 나가고자 하는 코너입니다. 일상에서 변화나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관행이나 문화, 사고방식, 행태, 제도 등과 관련해 사연이나 경험담 등이 있다면 이메일(digital@yna.co.kr)로 보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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