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청댐 초당 2천500t 방류…하류 주민들 "20년만에 수해 날벼락"

(청주=연합뉴스) 이승민 기자 = 8일 오후 3시께 충북 청주시 서원구 현도면 노산리 대청댐 하류는 흙탕물이 빠른 속도로 흐르고 있었다.

강변 산책로와 농경지는 완전히 물에 잠겼다. 나무도 윗부분만 남긴 채 잠겼고, 간신히 물 위로 고개를 든 나뭇가지에는 백로들이 앉았다.

한국수자원공사 대청지사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청댐 방류량을 초당 1천800t에서 2천500t으로 늘렸다. 초당 방류량을 2천500t까지 늘린 것은 1999년 이후 처음이다.

많은 양의 물이 하류로 쏟아지면서 하류 지역 강변에서 농사를 짓던 농민들이 침수 피해를 봤다.

노산리에서 복숭아 농사를 짓는 유승은(62)씨는 "나무 130그루가 몽땅 물에 잠겨 수확을 앞둔 복숭아를 모두 버렸다"며 "과수원이 물에 잠긴 것은 20년 만에 처음"이라고 말했다.

유씨는 "물에 잠긴 복숭아나무는 뿌리가 썩어 죽게 된다"며 "더는 복숭아 재배를 못 하는데,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생각을 하니 막막하다"고 털어놨다.

자두밭이 침수한 유도형(63)씨는 방류량을 조절하지 못해 피해를 키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씨는 "지난달 30일부터 댐 방류량을 갑자기 늘리면서 수자원공사가 이장한테만 문자를 보내고 주민에게는 보내지 않아 피해가 컸다"고 주장했다.

그의 4천여㎡ 규모 자두밭은 말 그대로 강물 속으로 들어갔다 나오면서 폐허가 됐다.

나무에 달린 자두는 찾을 수 없었고, 열매가 대부분 떨어져 바닥에서 썩고 있었다.

농막도 침수돼 농작물 선별기, 냉장고, 과일 운반차도 모두 못 쓰게 됐다.

유씨는 "방류량을 늘린다는 공지를 제대하지 않았다"며 "갑자기 강물이 불어나는 것을 보고 농자재라도 건져 나오려다가 급류에 휩쓸릴뻔했다"고 말했다.

청주시가 지난달 30일부터 지금까지 파악한 현도면 일대 침수 농경지는 2.8㏊에 달했다.

시 관계자는 "비가 많이 와서 수위가 높아진 것이 아니라, 댐 방류로 농경지가 침수된 것이기 때문에 자연재해로 분류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류승돈 현도면 노산리 이장은 "댐 방류량 조절에 실패해 갑자기 많은 양의 물을 내려보낸 수자원공사가 침수 피해를 본 농가에 보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자원공사 관계자는 "하천 부지로 설정된 곳에서 발생한 침수 피해에 대해서는 농민들이 보상받기 어렵다"며 "다만, 강물이 제방을 넘은 지역이 있는지에 대해서 현장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방류량을 늘리기 전에 하류 지역 이장을 대상으로 공지 문자를 보내고 있다"며 "지자체와 협의해 강변에서 농사를 짓는 농민들에게도 문자를 보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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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0/08/08 16:08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