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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재도구 나뒹굴고 온통 진흙투성이…아수라장 된 남원 수몰마을

송고시간2020-08-09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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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의에 빠진 주민 "이걸 언제 다 복구한대요"…가족과 힘겨운 재활 희망

금지면 7개 마을 중 2개 아직 물바다…복구인력 태부족·외부 도움 절실

남원 금지면 수해 복구
남원 금지면 수해 복구

(남원=연합뉴스) 임채두 기자 = 장맛비가 비가 그친 9일 오전 전북 남원시 금지면 귀석리 마을 골목에 빗물에 젖은 잡동사니 등이 쌓여 있다.
금지면 7개 마을 연일 이어진 장맛비와 섬진강 제방 붕괴로 침수됐었다. 2020.8.9
doo@yna.co.kt

(남원=연합뉴스) 임채두 기자 = "나는 다리가 아파서 움직이지도 못해요. 복구를 어떻게 해요."

'섬진강 제방 붕괴'와 연이은 장맛비로 물에 잠겼던 전북 남원시 금지면 귀석리의 9일 모습은 아수라장과 다름없었다.

사방이 물에 잠겨 마을 진입조차 어려웠던 전날과 달리 비구름이 점차 걷히면서 접근이 허락됐다.

마을로 들어서자 비릿한 물 내음과 악취가 동시에 코를 찔렀다.

곳곳이 진흙으로 뒤덮여 있고 마을 골목에는 찌그러지고 깨진 집기 도구와 잡동사니 등이 나뒹굴었다.

논과 하우스는 아직 물로 가득했지만, 마을은 어느 정도 물이 빠진 상황이었다.

전날 아들네 집에서 뜬눈으로 잠을 지새우고 이날 오전 7시부터 나와 집 상태를 살폈다는 박서운(75·여)씨는 진흙을 뒤집어쓴 가재도구를 앞에 두고 망연자실했다.

해가 드는 곳에는 물에 젖은 박씨의 1만원권 7∼8장을 고이 놓여 있었다.

물이 빠지자마자 알뜰히 모은 돈부터 건진 것이다.

박씨는 "나는 다리가 아파서 무거운 것도 못 들고 이렇게 앉아만 있다"며 "어제 물이 집 옥상까지 차올랐었다. 죄다 물에 잠기고 깨지고 떠내려갔는데 이제 어떻게 사느냐"고 하소연했다.

그러면서 "아들딸들이 오늘 와서 집을 닦으며 청소하고 있는데 언제나 복구될지는 모르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빗물에 젖은 돈
빗물에 젖은 돈

(남원=연합뉴스) 임채두 기자 = 장맛비가 그친 9일 오전 전북 남원시 금지면 귀석리에서 한 수해민이 빗물에 젖은 만원권을 햇볕에 말리고 있다. 2020.8.9 doo@yna.co.kr

바로 옆 주택의 상황도 다르지 않았다.

조정순(79·여)씨는 가족들과 함께 집 안을 정리할 겨를도 없이 바닥에 깔린 진흙부터 서둘러 밖으로 퍼내고 있었다.

타지에서 거주하는 자녀들부터 사돈에 팔촌까지 불러 복구를 시작했지만, 끝이 보이지 않는다.

조씨는 "가족끼리 바닥을 먼저 청소하고 있는데 방안은 아직 손도 못 댔다"며 "집안이 온통 누렇게 변해서 '이제 어떻게 사나'하는 생각부터 든다"고 말했다.

이어 "지자체에서는 아직 이 마을에 오지도 않은 것 같다"며 "이렇게 처참한 상황인데 도움을 좀 줬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남원시 금지면 7개 마을은 지난 7일부터 연이어 쏟아진 기록적 폭우와 섬진강 제방 붕괴로 침수됐었다.

7개 마을 중 5개 마을은 복구가 시작됐지만, 아직 2개 마을은 물이 빠지지 않은 상황이다.

섬진강 수계가 낮아지지 않아 아직도 붕괴한 제방 사이로 물이 조금씩 새고 있다고 남원시 관계자는 전했다.

시 관계자는 "현재는 개인이 집이나 논, 하우스 등을 정비하고 있으며, 일부 지역에는 자원봉사자가 일손을 돕고 있지만,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아직 전기도 복구되지 않아 애를 먹고 있는 주민이 많다"고 전했다.

유튜브로 보기

https://youtu.be/enojxLw5Lok

d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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