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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급한 트럼프, 이번엔 코로나구제책 독자행동…감세카드도 불쑥

송고시간2020-08-09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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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회권한' 세금·예산지출, 행정조치 발동 '우회로'…권한논란 '소송 불씨'

재선국면서 표의식, 사회보장 재정 고갈 우려…바이든 "무모한 전쟁"

기자회견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기자회견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2020.8.8 REUTERS/Joshua Roberts

(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추가 구제책이 여야간 협상 결렬로 벽에 부딪히자 의회의 승인이 필요 없는 행정조치 발동이라는 우회로를 택했다.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다급한 상태에서 위기 관리자로서의 면모를 과시, 지지율 하락 국면을 돌파하고 유권자들의 표심을 얻겠다는 재선용 승부수로 보인다. 그러나 의회의 권한인 세금과 예산 지출 문제에 대해 '독자행동'을 밀어붙인 것을 두고 권한 논란을 둘러싼 소송 제기 가능성이 제기되는 등 벌써 시끄럽다.

특히 급여세를 연말까지 유예하면서 '재선 시 급여세 영구 감면'을 선언, 감세 카드를 불쑥 꺼내 든 것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민주당 대선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 민주당 지도부도 강력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행정조치에 서명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행정조치에 서명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2020.8.8 (AP Photo/Susan Walsh)

◇ 의회 안 거치고 '마이웨이' 스타일 재연…'소송 불씨' 권한 논란

8일(현지시간) 이뤄진 이번 조치는 트럼프 대통령의 독불장군식 국정운영 스타일을 다시 한번 보여준다는 지적이다.

CNN방송은 "특정 국가에 대한 여행 금지에서 국가비상사태 선포를 통한 장벽예산 마련에 이르기까지 의회를 거치지 않고 '창의적 방식'을 찾는 것은 트럼프 시대의 특징 중 하나"라고 꼬집었다.

이날 서명이 이뤄진 행정조치는 추가 실업수당 연장과 급여세 유예, 학자금 융자 상환 유예, 세입자 강제퇴거 중단 등 4건이다. 이 가운데 세입자 강제퇴거 중단은 '행정명령'이고 나머지는 '각서'(memorandum) 형식이다. 각서는 관보 게재가 의무화돼 있지는 않은 등 행정명령보다는 법적 구속력이 상대적으로 낮다.

트럼프의 참모들은 재선 가능성을 높이려면 경제가 안정되고 성장의 징후를 보이는 일이 중요하다고 믿고 있으며, 이에 따라 이번 행정조치들이 위기의 시대에 행동을 취한다는 신호로 각인되길 기대하고 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하지만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는 새 행정조치를 통해 헌법이 의회에 부여한 가장 근본적인 권한인 '세금 및 지출' 정책 결정권에 대해 의회를 비틀어 빼앗아오려고 하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의회를 거치지 않고 세금과 지출 정책에 극적인 변화를 가하려고 시도했다고 지적했다. 의회와 백악관간 권한의 경계를 허물려 한다는 것이다.

4건의 조치가 전체 상황을 상당 부분 관리할 수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과 달리, 입법화의 뒷받침이 되지 않은 행정조치로는 실제 집행과정의 실효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행정조치에 대해 '법안'이라고 부르며 그 성격을 잘못 규정했다고 WP는 꼬집었다.

CNN은 "트럼프의 조치가 민주당으로 하여금 고소를 부추긴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완벽과는 거리가 먼 해결책으로 법적인 도전과제에 직면해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의회를 거치지 않은데 대해 '방해자'인 민주당 때문이라며 정당성을 주장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2020.8.8 REUTERS/Joshua Roberts

◇ 감세 띄우기 '뜨거운 감자'…사회보장 재원 고갈 우려

무엇보다 연봉 10만 달러 미만 국민을 대상으로 급여세를 유예하는 방안이 가장 논란거리가 될 것이라고 CNN은 전했다. 이는 민주당 뿐 아니라 공화당도 반대해온 내용이다.

행정조치를 통해 '급여세 유예'를 관철한 트럼프 대통령은 한발 나아가 재선에 성공하면 급여세 영구감면을 시행하겠다고 돌연 선언했다.

또한 추가적인 소득세 및 양도소득세 감면에 대해 살펴볼 것이라고 했다.

내심 표를 의식하며 내놓은 인기영합적 카드라는 해석도 나온다.

무엇보다 급여세가 사회 보장과 의료보험의 재원이 된다는 점에서 급여세 유예 및 감면이 사회보장 재원 결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WP도 "이는 관련 (사회보장 등의) 프로그램의 미래에 골칫거리로 작용하며 달성하기 어려운 '정치적 수'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더욱이 세금 체계에 주요 변화를 가하는 일은 의회에 달린 문제이니 만큼 트럼프 대통령 혼자서 세법에 영구적 변화를 가할 수 없다고 WP는 지적했다.

CNN은 "입법화 없는 이러한 조치는 불법일 수 있다"며 위헌 소지도 제기했다. 살얼음판 위에 있는 것처럼 불안한 조치라는 것이다.

실업수당을 연장하면서 비용의 25%를 각 주에서 부담하라고 한 것도 각 주의 반발을 살 수 있는 대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이 이 문제를 법정으로 가져간다면 실업수당 연장에 반대하는 셈이라면서 반격을 시도했다.

그는 미지출 예산이 많다고 했지만, 구체적인 실업수당 연장 재원 등에 대해서도 명확히 언급하지 않았다.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

(AP Photo/Andrew Harnik)

◇ 바이든 "사회보장에 대한 무모한 전쟁"…민주, 강력 성토

바이든 전 부통령은 성명에서 급여세 유예에 대해 "사회보장에 대한 무모한 전쟁"이라며 "사회보장의 전체 재정 기반을 약화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과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도 공동성명에서 "대통령이 문제를 풀려고 노력하는 대신 수백만 명이 절박하게 필요로 하는 실업수당을 깎고 노년층의 사회보장 및 의료보험을 위태롭게 한 데 대해 실망했다"고 비난했다.

이날 조치는 전날 뉴저지주 베드민스터의 개인리조트 기자회견에서 예고된 뒤 하루 만에 같은 장소에서 발표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주말 개인리조트에 머물 때 기자회견을 하는 것 자체가 다소 이례적인 일이다.

낸시 펠로시 미국 민주당 하원의장과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
낸시 펠로시 미국 민주당 하원의장과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

EPA/TING SHEN

hanks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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