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m 높이 소방차까지 잠겨" 구례 집중호우 현장 소방관들 사투
송고시간2020-08-09 14:16
순직소방관 동료들, 차량 구조하다 물 불어 고립…2시간 만에 구조
(구례=연합뉴스) 장아름 기자 = 피서객을 구하다가 순직한 동료의 안타까운 죽음을 슬퍼할 겨를도 없이 소방관들이 폭우 속에 사투를 벌이며 구조 활동을 펼치고 있다.
집중호우로 물이 불으면서 구조 중인 소방차까지 잠기는 위험한 상황에서도 소중한 인명을 또 구해냈다.
순천소방서 119 산악구조대원들은 지난 8일 오전 6시 33분께 전남 구례군 토지면 피아골 입구가 침수됐다는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했다.
이창우 소방장(38)과 동료들은 깊이를 알 수 없는 거센 물살이 진입로를 뒤덮은 현장에 출동해 주민과 펜션 투숙객 20여명을 무사히 대피시켰다.
임무를 마치고 복귀하던 이 소방장과 동료는 오전 7시 30분께 마산면 냉천리 도로에서 차량 3대가 물에 빠진 것을 발견했다.
1t 트럭 2대에 있던 3명은 지붕으로 대피해 있었고 승용차에 있던 4명은 시동이 꺼진 차 안에서 어찌할 줄을 모르고 있었다.
8.5t급 대형 소방차에 타고 있던 대원들은 즉시 차에서 내려 구조를 시도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차체 높이가 3.5m인 소방차는 운행이 가능했지만 구조 작업 도중 물이 성인 목 높이까지 빠르게 차올랐고 소방차의 시동도 꺼졌다.
섬진강에서 범람한 물이 순식간에 소방차가 있던 국도까지 삼켜버렸다.
대원들은 사람들에게 소방차에 구비된 구명조끼를 입힌 뒤 소방차 지붕 위로 한 명씩 대피시켰다.
다행히 SUV 소방차를 타고 뒤따라오던 대원 2명이 119상황실로 구조요청을 했고 이들은 쏟아지는 폭우 속에 2시간여 만에 구조 보트에 의해 무사히 사지에서 빠져나왔다.
불어난 물은 한때 소방차 지붕 높이까지 육박했던 만큼 이 소방장 등이 트럭과 승용차 탑승자들을 즉시 구조하지 못했더라면 그들의 목숨이 위험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 소방장 등은 지난달 31일 피아골에서 급류에 휩쓸린 피서객을 구조하다 순직한 김국환(28) 소방장과 같은 팀 동료들이다.
이 소방장은 "휴대전화도 침수돼 상황을 알릴 수 없었는데 다행히 뒤차 동료들이 상황실에 연락해 무사히 구조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일을 하는 순간에도 김 소방장이 문득 생각나고 그립다"며 "상황이 안정되면 소방서에서 권장한 상담 치료도 고려하겠지만 지금은 국가적 재난 상황이니 모두 구조 임무에 집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보트를 타고 이들을 구조한 조세훈(48) 소방위는 "김 소방장과 같은 팀 대원들이 마음을 추스를 새도 없이 현장에서 구조 활동을 해 안타깝다"며 "우리 모두 주민 피해가 없다는 점을 위안으로 삼고 구조 활동에 전념하고 있다"고 말했다.
areu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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