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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배터에 남은 하트 모양 인공수초섬…떠내려간 것은?

송고시간2020-08-11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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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 2개 조성 계획…17년 전 설치한 수초섬이 떠내려가

인공수초섬 계획도
인공수초섬 계획도

[독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춘천=연합뉴스) 양지웅 기자 = 강원 춘천 의암호 선박 전복 사고의 발단이 된 인공수초섬은 애초 2개를 설치할 예정이었다.

춘천시는 지난해 10월 북한강 지류인 의암호 수질을 개선하고자 18억5천만원을 들여 공지천에 있는 기존 인공수초섬을 확장하고 나머지 하나를 추가로 조성할 계획이었다.

이에 2003년 의암공원 인근 공지천에 900㎡ 면적으로 설치된 수초섬을 지난 5월 의암호로 옮겨 확장 작업에 들어갔다.

지난해 11월 의암공원 앞 공지천변의 수초섬(우측)
지난해 11월 의암공원 앞 공지천변의 수초섬(우측)

[연합뉴스 자료사진]

직사각형 모양의 수초섬을 하트(♡)모양으로 바꿔 1천890㎡ 면적으로 넓히는 작업이다.

수질 개선은 물론 춘천시 새 브랜드를 본떠 경관 가치를 높여 관광 효과까지 노렸다.

하지만 온전한 하트 모양으로 완성되기도 전인 지난 6일 기록적인 폭우를 만나 의암호의 급류에 휩쓸려버렸다.

11일 현재 삼천동 옛 중도배터 인근에는 짝을 잃은 하트형 인공수초섬 하나만 거센 빗줄기를 맞고 있다.

중도배터 인근에 홀로 남은 하트형 인공수초섬
중도배터 인근에 홀로 남은 하트형 인공수초섬

[촬영 양지웅]

하트형 인공수초섬이 춘천시의 새로운 명소가 될 것이라 생각했던 시민들은 이제 차가운 눈길을 보내고 있다.

평소 배터 인근 산책로를 즐겨 찾는 한 시민은 "반짝이는 의암호 위에 뜬 하트섬을 보고 많은 관광객이 인증샷을 남기는 곳이 될 것이라 기대했다"며 "많은 사람이 희생된 지금, 수초섬을 보면 사람들이 비극을 떠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거센 물살에 휩쓸려 내려가다 의암댐 상류 신연교에 걸려 있는 거참한 모습의 수초섬은 원래 많은 생명이 깃든 곳이었다.

봄·여름이면 개개비가 날아와 노래했고 혹한이 찾아오면 흰뺨검둥오리가 이곳에서 몸을 웅크리고 추위를 피했다.

낚시꾼들에게는 손맛을 느낄 수 있는 배스 포인트였다.

수초섬에서 추위 피하는 오리
수초섬에서 추위 피하는 오리

[연합뉴스 자료사진]

춘천시는 이 수초섬을 리모델링해 새로 만든 하트형 인공수초섬과 함께 중도배터 산책로 변에 임시 계류 중이었다.

설치 장소를 확정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이번 폭우에 소양강댐 방류로 생긴 거센 물살을 견디지 못하고 계류장소에서 유실돼 하류인 의암댐 방향으로 떠내려갔다.

이를 강가에 고정하려다 한차례 실패하고 철수하는 순간 사고가 발생했다.

일각에서는 다시 옮길 것을 고려해 수초섬을 제대로 정박시키지 않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현재 남아있는 하트섬을 살펴본 결과 나일론 끈 다섯 가닥으로 고정된 상황이다.

수초섬 고정하는 끈
수초섬 고정하는 끈

[촬영 양지웅]

지난 3일 폭우로 의암호 물살이 세졌을 때도 하트섬 모양이 흐트러지고 하류로 살짝 떠내려가 급히 복구작업을 하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애초 쌍으로 곁을 지키기로 계획된 하트섬은 지금 제 짝을 잃고 의암호에 빛을 잃고 떠 있다.

홀로 남은 하트섬
홀로 남은 하트섬

[촬영 양지웅]

yangd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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