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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는 안된다" 절박한 롯데, 회장 측근 교체하며 '쇄신'

송고시간2020-08-13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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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화학부문 극심한 실적 부진에 악재 계속…예정없던 '충격 요법' 인사

'물갈이 인사' 재계 확산 여부 주목…황각규, 이사회 의장은 유지

(서울=연합뉴스) 김보경 홍유담 기자 = 롯데그룹이 13일 '그룹 2인자'로 불렸던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 퇴진 등 예정에 없던 임원인사를 전격적으로 단행하자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특히 롯데 경영권 분쟁과 신동빈 회장의 구속에 따른 경영 공백기에도 그룹을 지켰던 황 부회장의 갑작스러운 용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롯데그룹의 위기 상황을 타개해보려는 '충격 요법' 성격이 강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재계는 이번 롯데의 임원인사를 위기상황 타개를 위한 물갈이 인사의 신호탄으로 해석하면서 여타 그룹으로 확산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논의하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왼쪽)과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오른쪽)
논의하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왼쪽)과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오른쪽)

[연합뉴스 자료사진]

◇ 측근도 교체하는 신동빈의 '충격요법'…다른 대기업 영향 주목

이번 임원인사에선 황 부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고, 롯데물산·롯데렌탈·롯데액셀러레이터 등 계열사 대표들이 대거 교체됐다. 다만 황 부회장은 롯데지주 이사회 의장 역할은 유지한다.

재계에서는 이번 인사를 두고 코로나19 여파를 유독 강하게 받은 그룹의 쇄신 필요성을 절감한 신동빈 회장이 자신의 측근까지 포함한 인사로 그룹 임직원에게 강력한 신호를 보낸 것으로 보고 있다.

정기 인사철이 아닌 시기에 측근을 포함한 임원 인사를 단행한 것은 신 회장이 느끼는 위기감이 그만큼 크다는 방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롯데그룹 두 축인 유통과 화학 부문은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이 각각 98.5%, 90.5% 급감하며 부진에 빠졌다.

충남 서산 롯데케미칼 대산공장에서는 폭발사고가 발생했고 최근에는 롯데리아에서 코로나19 집단 감염이 발생하는 등 크고 작은 악재도 계속되고 있다.

신 회장은 그동안 기회가 있을 때마다 코로나19 사태를 두고 위기 극복 방안과 장기 경쟁력 강화 등을 주문해 왔지만 상황이 나아지지 않자 예정에 없던 인사를 통해 분위기 쇄신을 노린 것으로 보인다.

재계 관계자는 "비정기 인사로 부회장이 갑작스럽게 용퇴한다는 것 자체가 이례적인 일"이라면서 "신 회장이 그룹 전체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보고 황 부회장 퇴진으로 쇄신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롯데그룹의 이번 인사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10대 그룹 고위 임원이 퇴진한 첫 사례라는 점에서 앞으로 다른 대기업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코로나19가 외부 변수이긴 하지만 이에 대한 대응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인사로 책임을 물을 수 있고 쇄신을 꾀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인 만큼 다른 대기업들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계속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한편 이번 인사에서 그룹 컨트롤타워의 쌍두마차였던 송용덕 롯데지주 부회장은 자리를 지켰다.

황 부회장은 해외 진출과 인수합병, 사업확장 등 전략 중심의 경영활동을, 송 부회장은 지배구조 개편과 준법경영, 재무 등 내부살림을 맡았다.

이를 고려할 때 황 부회장의 퇴진과 송 부회장의 유임은 롯데그룹이 외부확장보다는 내실 다시기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해석된다.

물러나는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
물러나는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 경영일선서 떠나는 '신동빈 심복' 황각규

퇴진하는 황 부회장은 '신동빈의 남자'로 불릴 만큼 신 회장의 '최측근', '심복'으로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

1979년 호남석유화학(현 롯데케미칼)로 입사한 황 부회장은 신 회장이 호남석유화학 상무이사로 한국롯데 경영에 처음 참여했던 1990년에 직속 부장으로 인연을 맺었다.

이후 신 회장은 5년 뒤 그룹 기획조정실 부사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황 부회장을 기조실 산하 국제부장으로 앉히며 인연이 계속됐다.

황 부회장은 이후 롯데 정책본부 운영실장, 경영혁신실장을 맡으며 그룹의 전반적인 경영관리와 쇄신작업을 이끌었다. 2016년에는 롯데그룹의 비자금 조성 등 비리 의혹 수사가 진행되자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하기도 했다.

2017년 10월 롯데가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되면서 황 부회장은 신 회장과 함께 공동대표를 맡았다. 이듬해 1월 정기인사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했고, 2월 신 회장이 법정구속 되자 비상경영체제를 책임졌다.

황 부회장은 신 회장이 석방된 뒤에도 롯데지주 이사회 의장직을 수행하며 미래 사업과 글로벌 사업 전략, 재무, 커뮤니케이션 업무를 맡아왔다.

viv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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