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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광복 75주년' 바다 3면 항공 순찰…'독도 수호 이상무'

송고시간2020-08-14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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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역초계기 챌린저호 탑승…서해 가거초·남해 이어도 거쳐 동해 독도까지

152m 상공에서 바라본 독도
152m 상공에서 바라본 독도

(독도=연합뉴스) 김상연 기자 = 지난 12일 오후 해양경찰 초계기 챌린저호에서 내려다본 서도(왼쪽)와 동도의 모습. goodluck@yna.co.kr

(독도=연합뉴스) 김상연 기자 = "좌측 11시 방향으로 보이는 곳이 서도와 동도, 바로 우리 땅 독도입니다."

광복 75주년을 앞둔 지난 12일 오후 5시 경북 울릉도에서 동쪽으로 85㎞ 떨어진 상공 400m 지점.

항공기 챌린저호(CL-604)를 타고 서해와 국토 최남단 이어도를 거쳐 4시간여 이동한 끝에 해상에 드리운 구름 너머로 독도의 형상이 보이기 시작했다.

시속 800㎞ 수준으로 내달리던 챌린저호는 500피트(152m)까지 고도를 낮춰 저공비행을 이어갔고 독도는 마침내 선명한 모습을 드러냈다.

항일과 반일, 극일의 상징이 된 독도는 동해의 세찬 바람과 험한 파도를 견디며 여느 때와 같이 제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해양경찰 초계기 챌린저호
해양경찰 초계기 챌린저호

(서울=연합뉴스) 김상연 기자 = 지난 12일 오후 서울 강서구 김포국제공항에서 해양경찰 초계기 챌린저호가 대기하고 있다. goodluck@yna.co.kr

◇ 광복 75주년…20년째 한국 바다 지키는 챌린저호

거센 장맛비가 숨 고르기에 들어간 지난 12일 김포국제공항 중부지방해양경찰청 고정익항공대.

항공기 3대를 수용할 수 있는 널찍한 격납고 앞으로는 해양경찰 초계기 챌린저호가 정비를 마치고 출항을 기다렸다.

올여름 한반도를 뒤덮은 장마 전선 탓에 전날까지 정상 비행이 어려웠지만, 이날은 기상 상황이 나쁘지 않아 운항 허가가 떨어졌다.

챌린저호는 배테랑 기장 김진호 경위의 능숙한 손놀림과 함께 서서히 움직였고 이따금 들려오던 '조류충돌 방지용' 총성 소리를 배경 삼아 힘차게 날아올랐다.

2001년 해경에 처음 도입된 챌린저호는 광복 75주년을 맞는 올해까지 꼬박 20년째 한국 영공에서 경계 작전과 불법 조업 어선 퇴거에 힘쓰고 있다.

해경은 지난해 기준 독도·이어도 순찰 152회 등 약 1천188시간(일수로 49일)의 항공 운항을 통해 해양 경계 작전을 펼쳤다.

또 같은 기간 무허가 중국어선을 16회에 걸쳐 269척을 퇴거했으며 불법 고래 포획 등 어선들의 불법 행위 13건을 적발했다.

챌린저호는 최대 속력이 시속 833km에 달해 전국 어느 해역이든 이륙 후 1시간이면 도착할 수 있는 기동력을 바탕으로 바다를 누비고 있다.

항로 살펴보는 조종사와 정비사
항로 살펴보는 조종사와 정비사

(서해=연합뉴스) 김상연 기자 = 지난 12일 오후 해양경찰 초계기 챌린저호에서 기장 김진호 경위(왼쪽부터)와 정비사, 부기장이 서해상 항로를 살펴보고 있다. goodluck@yna.co.kr

◇ "신원 미상 구명벌 발견" 신고…해상 동향 파악

이날 챌린저호는 시속 740km로 순항하며 인천 옹진군 선재도와 영흥 화력발전소를 거쳐 서해 특정해역에 들어섰다.

서해 특정해역은 안전조업 등을 목적으로 북방 어로한계선 남쪽의 일정 수역을 지정해 조업 기간과 조업 수역 등을 엄격하게 관리하는 수역을 말한다.

전탐사 박진훈 경장이 담당하는 레이더 화면에는 출항에 나선 수백척의 배들이 노란 점으로 표시됐다.

당일 서해 먼 해상에 내린 풍랑주의보 탓인지 불법으로 조업하는 중국어선들은 출몰하지 않았다.

비행을 이어가던 챌린저호에 전북 부안군 남서방 42㎞ 떨어진 해상에서 미상의 구명벌(구명보트) 1개가 발견됐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챌린저호는 한국 배타적경제수역(EEZ)을 따라 남서해로 이동했다.

해당 지역에 가까워지자 적외선 감시 장비(FLIR)를 조작하는 전탐사의 양손도 바삐 움직였다.

구명벌 안에서 사람은 발견되지 않았지만, 주변에 조난자가 있을 수 있어 추가 정찰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전탐팀장 안상대 경감은 "발견된 구명벌은 중국 어선 물건으로 추정된다"며 "조난자 발생이나 불법 침투 등 특이 동향을 배제할 수 없어 하늘에서 꼼꼼히 살펴야 한다"고 설명했다.

가거초 해양과학기지
가거초 해양과학기지

(가거초=연합뉴스) 김상연 기자 = 지난 12일 오후 전남 가거도 서쪽 47km 해상에 가거초 해양과학기지가 설치돼 있다.goodluck@yna.co.kr

◇ 해양과학기지 가거초·이어도 망망대해서 우뚝

챌린저호가 전남 홍도와 흑산도를 지나서 오후 2시 50분께 도착한 곳은 전남 가거도에서 서쪽으로 47km 떨어진 서해의 가거초 해양과학기지였다.

이곳 해양과학기지는 이어도 해양과학기지에 이은 국내 2번째 종합 해양과학기지로 2009년 10월에 준공됐다.

총 높이 46m를 자랑하는 가거초 기지를 내려다보니 각종 기상관측 장비와 풍력·태양광 발전기가 한눈에 들어왔다. 연구원들이 머무를 수 있는 숙소용 컨테이너도 마련된 모습이었다.

한국 최남단 이어도 기지는 남서쪽으로 40여분을 더 날아가 도착할 수 있었다.

가거초 기지와 마찬가지로 수중 암초를 딛고 망망대해 한가운데 우뚝 솟은 모습이었다.

비슷한 외관의 두 해양과학기지는 바다를 거점 삼아 종합적인 해양·기상관측소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다만 이어도 인근 해역의 관할권을 둘러싼 한중 간 갈등은 계속되고 있어 언제, 어디서 긴장 상황이 벌어질지 모른다.

중국 Y-9 정찰기로 추정되는 군용기는 지난 6월 이어도 서방에서 한국과 중국의 방공식별구역이 중첩되는 상공으로 진입한 뒤 대마도 남쪽을 경유해 북상하기도 했다.

경비함과 이어도해양과학기지
경비함과 이어도해양과학기지

(이어도=연합뉴스) 김상연 기자 = 지난 12일 오후 제주 마라도 남서쪽 149㎞ 해상 이어도해양과학기지 앞에서 3천t급 경비함 3006호가 소화포를 내뿜고 있다. goodluck@yna.co.kr

◇ 4시간여 달려 도착한 마지막 행선지 독도

이날 해양 순찰의 마지막 행선지는 국토 최동단 독도였다.

희뿌연 구름에 숨어있던 독도는 챌린저호가 가까이 다가서자 장엄한 모습을 드러냈다.

섬의 절벽을 휘감는 거친 파도 속에서도 서도와 동도는 사이좋게 동해를 지키고 있었다.

최근 1주일에 2회 간격으로 독도 인근 해상에 모습을 드러내는 일본 해상보안청의 순시선은 이날 보이지 않았다.

대신 3천t급 경비함 3007호가 양 갈래로 굵은 소화포를 내뿜으며 위용을 뽐냈다.

'독도는 우리 땅'
'독도는 우리 땅'

(독도=연합뉴스) 지난 13일 오후 독도 인근 해상에서 경비함 3007호에 승선한 해양경찰관들이 태극기를 들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중부지방해양경찰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goodluck@yna.co.kr

해경은 독도 영해와 이어도 주변 해역에 대형함정을 배치하고 항공기를 이용해 순찰을 이어가고 있으며 독도경비대와 협업해 사전 탐지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김기연 중부해경청 항공단장은 "우리 바다의 주권을 수호하고 국민의 안전을 위해 빈틈없이 경계 작전을 수행하겠다"고 말했다.

독도 상공을 3차례 선회한 챌린저호는 특이 동향이 없는 것을 확인한 뒤 다시 김포공항으로 향했다.

5시간에 걸친 챌린저호의 해양 순찰은 무사히 마무리됐다.

독도와 경비함
독도와 경비함

(독도=연합뉴스) 김상연 기자 = 지난 12일 오후 국토 최동단 독도 인근 해상에서 3천t급 경비함 3007호가 경계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 goodluck@yna.co.kr

goodluc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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