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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영원히 이 자리에, 우리 마음에 남아주기를…"

송고시간2020-08-14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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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 75년 맞는 독도…의연한 자태 뽐내

독도경비대 철통 경계 속 유일한 주민 김신열씨 평화로운 일상

(독도=연합뉴스) 김용민 기자 = 제75주년 광복절을 하루 앞둔 14일 오전 5시를 조금 넘긴 시각….

해 뜨는 독도
해 뜨는 독도

(독도=연합뉴스) 김용민 기자 = 14일 오전 독도 촛대바위와 동쪽섬 사이에서 해가 떠오르고 있다. yongmin@yna.co.kr

독도 촛대바위와 동쪽 섬 사이에서 해가 솟아올랐다.

파도가 거세고 날씨가 흐려 해 돋는 모습을 볼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조금씩 얼굴을 드러낸 아침 해는 너무도 환하게 독도의 아침을 비춰주었다.

동도와 서도 두 개의 큰 바위섬과 주위에 있는 89개 바위와 암초로 이뤄진 독도는 우리나라 영토의 0.2%라는 아주 작은 비중을 차지하며 국토의 막내라는 얘기를 듣지만 그 자태만은 어느 곳보다도 의연했다.

광복절이 든 매년 8월에는 특히나 이곳을 찾으려는 국민이 많지만 유독 올해는 독도 가는 길이 쉽사리 열리지 않았다.

너울성 파도로 독도 선착장에 배를 대지 못하는 날이 이어지다가 지난 13일에야 우리 국민 2천여명이 꿈에 그리던 독도에 발을 내디딜 수 있었다.

독도에 배가 들어온 것은 9일 만이었다.

그래서일까 이날 독도는 "아무 걱정하지 말라"고 다독이는 듯 어머니 품처럼 따뜻하게 이들을 맞아주었다.

독도를 지키는 독도경비대
독도를 지키는 독도경비대

(독도=연합뉴스) 류영석 기자 = 13일 오후 경상북도 울릉군 독도에서 독도경비대 대원들이 여객선을 향해 경례하고 있다. ondol@yna.co.kr

방문객들은 20분 남짓한 짧은 시간 동안만 선착장 광장 주변에서 머물 수 있기 때문에 아쉬운 표정이 역력했지만 독도경비대가 철통같이 지켜주고 있다는 사실에 크게 안심하는 모습이었다.

충남 온양에서 온 60대 방문객은 "우리 땅 독도에 처음 왔는데 감개무량하다"며 "독도가 영원히 이 자리에, 우리 마음에 남아주기를 기원한다"며 감격했다.

가끔이나마 외국인의 모습도 볼 수 있어서 독도가 이제는 우리만의 섬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도 해 주었다.

이날 한국인 부인과 독도를 찾은 미국인 제이슨 바이터(40)씨는 "러일 전쟁 당시에 일본이 독도를 나쁘게 이용했다는 역사적 사실을 알고 있다"며 "직접 와 보니 정말 아름답다"고 감탄사를 연발했다.

방문객들의 칭송이 아니더라도 8월의 독도는 충분히 아름답다.

섬초롱, 섬기린초, 땅채송화 등 독도에 자생하는 식물이 절정의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고 그 밖의 이름 모를 풀과 나무들도 거센 바람이 상시로 불어대는 척박한 환경에서도 꿋꿋이 버티며 푸르름을 잃지 않고 있다.

독도가 푸르름을 잃지 않는 건 단순히 나무와 풀이 자라고 있어서만은 아니다.

이곳에 터를 잡고 섬과 하나가 되어 사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독도에서 자라는 풀꽃
독도에서 자라는 풀꽃

(독도=연합뉴스) 김용민 기자 = 14일 독도에서 자라는 각종 풀꽃이 푸르름과 화사함을 뽐내고 있다. yongmin@yna.co.kr

'독도 지킴이'라 불리며 독도 주민으로 살다 2년 전 세상을 떠난 김성도씨의 부인 김신열(82)씨가 묵묵히 이곳을 지키고 있다.

고령에다 남편마저 세상을 떠났지만 건강이 허락하는 한 이곳에서 살 작정이다.

유일한 독도 주민인 김씨는 자녀와 사위의 도움을 받으며 하루하루 평온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

독도를 관할하는 경북 울릉군이 2년 전 정부 예산을 포함한 15억원을 들여 주민 숙소를 새로 꾸미고 전기·통신설비도 바꾸면서 현재 생활에는 큰 불편이 없다고 한다.

독도 방문객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독도 주민과 경비대원을 직접 대면하지 못한 점을 못내 아쉬워했다.

의료 시설도 열악하다 보니 자칫 불상사가 생기면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정범 독도경비대장은 "우리 대원들에게 혹시라도 문제가 생기면 독도 경비에 그만큼 허점이 생기는 것이어서 철저하게 외부인 접촉을 삼가고 있다"고 말했다.

yongm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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