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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외부지원 거부 선언…'재해협력→대화복원' 구상 난망

송고시간2020-08-14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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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대북지원에도 영향 가능성…'투명성 강화해야' 지적도

(서울=연합뉴스) 배영경 기자 =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홍수 피해 복구 과정에서 '외부 지원을 받지 말라'고 공개 지시하면서 내심 재난재해 협력으로 남북 교류의 물꼬를 트려던 정부의 구상도 쉽지 않게 됐다.

14일 조선중앙통신 보도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전날 노동당 정치국 회의를 열어 수해 복구 방안을 논의하면서 "세계적인 악성 비루스 전파 상황이 악화되고 있는 현실은 큰물(홍수) 피해와 관련한 그 어떤 외부적 지원도 허용하지 말며 국경을 더욱 철통같이 닫아 매고 방역사업을 엄격히 진행할 것을 요구한다"고 지시했다.

북한이 외부지원을 거부하는 이유는 표면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차단이다.

실제 북한은 그동안 국가비상방역체계를 최대 수준으로 끌어올리면서 특히 국경 밖으로부터의 코로나19 유입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워 왔다.

남포·송림·청진·흥남항 등 항구로 들어오는 화물을 철저히 소독함은 물론 수입물자 방치 기일을 준수했고, 국경 교두와 철도역에서 반입되는 물자도 엄격하게 검역해왔다. 심지어 해상이나 공중에서 날아오는 물체를 즉시 소각 처리할 정도로 방역에 신경을 썼다.

그러나 이번 북한의 외부지원 거부는 최근 더욱 확고해진 자력갱생 기조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된 직후 4월에 열린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자력갱생을 통한 경제발전을 공식화하며 '정면돌파전'을 벌여왔다.

실제 이번 재난재해 국면에서도 김 위원장은 황해북도 수해 현장을 직접 방문해 비축한 전략물자를 풀거나 코로나19로 완전봉쇄한 개성시에 쌀과 특별생활비를 전달하는 등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모습을 부각해왔다.

북한, 정치국회의 또 열고 수해복구 논의…개성봉쇄 해제키로
북한, 정치국회의 또 열고 수해복구 논의…개성봉쇄 해제키로

(서울=연합뉴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3일 노동당 정치국회의를 열고 수해복구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4일 보도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국가비상방역체계 유지와 개성 및 전연지역 봉쇄 해제, 당 중앙위 부서 신설, 당창건 75주년 기념 행사 점검 등이 안건으로 올랐다.[조선중앙통신 홈페이지 캡처] 2020.8.14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No Redistribution] nkphoto@yna.co.kr

북한이 정부의 교류협력 손짓에 무반응을 넘어 '외부지원 불허'를 선언함에 따라 재난재해 협력을 통해 관계 복원의 첫발을 떼려던 정부의 구상에도 수정이 불가피하게 됐다.

정부는 최근 북한의 수해에도 공식적으로 '대북지원에 나서겠다'고 밝히지는 않았다. 그러나 "인도적 협력은 정치·군사적 사안과 연계하지 않고 일관되게 추진하겠다"는 원칙을 강조하며 "여건이 되면 검토해 실시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북한의 피해가 확인되고 남측에 손을 내밀면 적극적으로 돕겠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그 과정에서 완전히 끊긴 대화 채널이 복원되는 계기가 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있었던 게 사실이었는데 당장은 어렵게 됐다.

북한의 외부지원 거부는 민간 차원의 교류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이 장관 취임 후 통일부는 민간 차원의 인도적 남북교류 사업 여러 건에 대해 신속히 반출 승인을 했다.

남북경제협력연구소가 대북 반출을 신청한 코로나19 진단키트 등 방역물자와 열화상 카메라가 각각 지난달 30일과 지난 5일 차례로 승인받았고, 한 국내 민간단체의 마스크 대북반출 신청 건도 전날 승인됐다.

물론 김정은 위원장이 마다한 것은 '홍수 피해' 관련 외부 지원이지만, 코로나19 유입 우려에 따른 방침이라고 볼 때 방역물품도 거부 대상에 포함될 소지가 다분하다.

일각에선 북한이 그간 코로나19 방역에 사활을 걸며 외부물자 반입에 극도로 민감했던 것을 고려하면, 최근 민간의 대북지원이 북측 수뇌부가 인지한 상황에서 이뤄졌는지에 대한 의구심도 제기될 수 있다.

특히 통일부는 남측 단체의 요청이라며 인도지원 물자의 전달 경로나 북측 수령기관 등에 대해 일절 공개하지 않고 있다. 섣불리 공개했다간 북측이 민감하게 나올 수 있어 사업 성사를 위해선 비공개가 좋다는 인식도 깔려있다.

물론 정부는 대북 반출을 승인하는 과정에서 분배 투명성 등에 있어 문제가 없는지 철저히 검증한다는 입장이지만, 남북관계의 특성상 검증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더구나 북한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등으로 극도로 악화한 국민의 대북 인식을 고려하면 민간 차원의 대북지원이라도 되도록 투명하게 진행해 신뢰를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ykb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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