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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남자끼리 엉덩이 툭 친 정도는 추행 아니다?

송고시간2020-08-20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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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관 추행의혹사건에 송영길 "남자끼리 엉덩이 한번 친것" 발언 논란

한국법률상 동성간에도 강제추행 성립…행위양태·사회통념 등 관건

송영길 의원
송영길 의원

[서울=연합뉴스 자료사진] 윤동진 기자 =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송영길 외통위원장이 7월14일 오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0.7.14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김예림 인턴기자 =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인 송영길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전(前) 뉴질랜드 주재 한국 외교관의 성추행 의혹 사건 관련 발언으로 구설에 올랐다.

송 의원은 지난 19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한 자리에서 뉴질랜드 사건에 대해 언급하며 "(피해자는) 40대 초반에 180cm, 덩치가 저만한 남성직원"이라며 "가해자로 알려진 영사하고 친한 사이였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그냥 같은 남자끼리 배도 한 번씩 툭툭 치고 엉덩이도 한번 치고 그랬다는 건데…"라고 말한 것이 논란을 불렀다.

'한-뉴질랜드 간에 문화적 차이가 있고, 한국에서는 남자들 간에 배나 엉덩이를 툭 치는 정도의 행동은 용인될 수도 있다'는 인식을 피력한 것으로 해석되면서 비판의 목소리가 제기된 것이다.

송 의원이 언급한 행위들이 뉴질랜드 사건 피해자가 당한 내용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지는 현 단계에서 정확히 판단키 어렵다. 그것을 별론으로 하고라도 송 의원이 거론한 행위가 2020년 한국사회에서 용인될 수 있는지를 따져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同性 사이에도 성추행 성립 가능하다.

우선, 동성 간에 이뤄진 행위도 한국 형법상 강제추행죄로 처벌받을 수 있을까?

강제추행죄를 규정한 형법 제298조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에 대하여 추행을 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추행의 주체와 피해자를 성별 언급없이 '사람'으로 규정하고 있기에 이성에 대한 추행 뿐 아니라 동성에 대한 추행도 강제추행으로 처벌될 수 있는 것이다.

이은의 변호사는 20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강제추행죄 처벌은 "(가해자와 피해자가) 동성이냐 이성이냐에 좌우되는 것은 아니다"며 "상황은 개별적으로 다양하나 동성 간의 성폭력도 성범죄로 의율해온 지는 오래됐다"고 소개했다.

이 변호사는 "객관적으로 봤을 때 성별이 같은 경우 성적 수치심을 느낄 상황이 조금 더 완화되어 평가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같은 상황의 문제 제기가 일어났을 때 동성이라고 해서 추행이 안된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남성간 추행도 강제추행죄 성립가능(PG)
남성간 추행도 강제추행죄 성립가능(PG)

[제작 최자윤] 일러스트

◇대법원 판례는 '사회통념상 추행으로 볼 수 있느냐' 중시

그렇다면 엉덩이를 툭 치는 정도의 행위는 법적으로 추행에 해당할까? 이는 간단히 '그렇다' 또는 '아니다'라고 답하기 어려운 문제다.

한국 대법원 판례는 객관적으로 가해자의 행위가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할 정도인지 여부, 가해자-피해자의 관계, 행위의 경위와 양태, 주변 상황, 당대의 성적 도덕관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추행인지 여부를 판단토록 하고 있다. 바꿔 말하면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는 피해자 주장만으로 유죄가 선고되지는 않는다는 얘기다.

대법원은 2018년 2월 선고한 강제추행 사건 판결문에서 "강제추행죄에서 추행은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로서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여기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피해자의 의사, 성별, 나이, 행위자와 피해자의 이전부터의 관계, 그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구체적 행위태양(양태), 주위의 객관적 상황과 그 시대의 성적 도덕관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신중히 결정되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서혜진 변호사(더라이트하우스 법률사무소)는 "사회 통념상 객관적으로 강제추행이 인정될만한 행위여야한다는 것이 우리나라 법원 판례의 기준"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형법 조문상 강제추행은 상대방에 대한 폭행 또는 협박을 전제로 하지만 이른바 '기습추행'도 포함된다고 대법원은 판단한 바 있다. 폭행이라는 것이 반드시 상대방의 의사를 억압할 정도여야만 인정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 의사에 반하는 유형력의 행사가 있기만 하면 폭행으로 인정된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의 취지다.

남녀고용평등법 시행규칙에 예시된 직장내 성희롱 기준
남녀고용평등법 시행규칙에 예시된 직장내 성희롱 기준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사이트 캡처=연합뉴스]

◇'직장내 성희롱'에 해당할까?…韓법규에 '엉덩이 만지는 행위' 예시

뉴질랜드 주재 한국대사관이라는 '직장'에서 일어난 일인 만큼 송 의원이 언급한 엉덩이 치기 등이 한국서 직장 상사와 부하 직원 사이에 이뤄졌다면 직장내 성희롱에 해당하는지 여부도 따져볼 필요가 있다.

한국 국내법인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지원에 관한 법률'은 "'직장 내 성희롱'이란 사업주ㆍ상급자 또는 근로자가 직장 내의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와 관련하여 다른 근로자에게 성적 언동 등으로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거나 성적 언동 또는 그 밖의 요구 등에 따르지 아니하였다는 이유로 근로조건 및 고용에서 불이익을 주는 것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이 법률의 시행규칙은 '직장내 성희롱을 판단하기 위한 기준의 예시'를 적시하고 있는데 거기에는 '가슴·엉덩이 등 특정 신체 부위를 만지는 행위'가 있다.

아울러 같은 시행규칙은 "성희롱 여부를 판단할 때는 피해자의 주관적 사정을 고려하되 사회통념상 합리적인 사람이 피해자의 입장이라면 문제가 되는 행동에 대하여 어떻게 판단하고 대응하였을 것인가를 함께 고려하여야 하며, 결과적으로 위협적·적대적인 고용환경을 형성하여 업무효율을 떨어뜨리게 되는지를 검토하여야 한다"고 규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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