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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어때] 산머루 와인과 거대한 숲, 그리고 풍류…경남 함양

송고시간2020-09-23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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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양=연합뉴스) 성연재 기자 = 지리산 자락에 있는 경남 함양은 그야말로 산 좋고 물 좋은 고장이다.

해발 1천m가 넘는 산이 즐비하다 보니 아름다운 산과 계곡이 많다.

구릉 지대에 자리 잡은 산머루 와이너리와 1천100년 전 최치원 선생이 조성한 상림(上林) 등 가을에 찾기 좋은 곳들이 널려있다.

경남 함양 하미앙 와인밸리의 하늘계단 [사진/성연재 기자]

경남 함양 하미앙 와인밸리의 하늘계단 [사진/성연재 기자]

◇ 하미앙 와인밸리

지리산 줄기 해발 500m 언덕에 있는 함양읍 두레마을의 하미앙 와인밸리는 산머루 와이너리다.

연간 강수량이 1천300㎜가량이며, 연평균 20∼25도에 이르는 기온은 산머루 생육에 최적이다.

하미앙(Hamyang)이라는 단어를 처음 들었을 때 발음상 함양이라는 이름과 닮았다고 생각했는데 실제 외국인들도 쉽게 부르게 하기 위해 만든 이름이라고 한다.

하미앙은 단순히 와이너리를 넘어 하나의 예쁜 데이트코스 같다는 느낌을 줬다.

20년 이상 정성껏 조성한 공간이라 풍경이 그림 같다. 특히 푸른 가을 하늘을 배경으로 동화 같은 건축물이 주변과 조화를 이루는 모습은 찬사를 받기에 모자람이 없다.

주차장 바로 앞에 있는 홍보관에서 나오면 곧바로 그림 같은 풍경이 펼쳐진다.

왼쪽 건물은 하미앙 브루어리인데 유럽풍 건물이 청명한 하늘과 어울려 가슴이 탁 트이는 풍경을 만들어낸다.

브루어리는 수제 맥주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낮은 언덕을 오르면 와인이 저장된 지하 숙성실과 와인 동굴이다.

하미앙 와인밸리의 브루어리 앞 전경 [사진/성연재 기자]

하미앙 와인밸리의 브루어리 앞 전경 [사진/성연재 기자]

차곡차곡 놓여있는 검은 와인병과 오크통을 지나 위로 올라가면 레스토랑이다.
이곳 메뉴 가운데는 산머루 와인 돈가스가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메밀국수도 시원한 계절 메뉴로 사랑을 받는다.

레스토랑 바깥에는 언덕 아래 시원한 전망을 바라보며 앉아있을 수 있는 파라솔과 의자가 있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걱정을 덜어준다.

카페 뒤쪽에는 마치 하늘로 향해 놓인 것처럼 보이는 철제로 된 '하늘 계단'이 있어 관광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 최치원의 지혜가 숨은 상림

하늘에서 본 상림과 위천. 멀리 뒤쪽에 대봉산이 보인다. [사진/성연재 기자]

하늘에서 본 상림과 위천. 멀리 뒤쪽에 대봉산이 보인다. [사진/성연재 기자]

유난히 거세고 끈질긴 장마가 사람들을 괴롭힌 여름이었다. 논밭은 물론, 가재도구까지 쓸고 내려가 버렸다.

1천100년 전 경남 함양도 걸핏하면 하천이 범람하던 곳이었다.

함양군의 옛 명칭인 천령군 태수로 부임한 최치원 선생은 거대한 숲을 조성할 것을 명했다. 면적 20만㎡가 넘는 우리나라 최초의 인공 조림 숲이다.

선생의 지혜 덕분에 함양은 아무리 큰 비가 와도 좀처럼 수해를 입지 않는다.

천연기념물 제154호로 지정된 이곳은 '아름다운 숲'의 대명사가 됐다. 2001년 제2회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수상하기도 했다.

숲 아래 난 오솔길을 따라 지역민과 여행자들이 뒤섞여 거닌다.

졸참나무, 느티나무, 개서어나무, 상수리나무 등 120여 종류의 수목 2만여 그루가 서식하고 있다.

아침 일찍 상림을 찾은 필자는 우선 숲이 어디에서 어디까지 펼쳐져 있는지 파악하고 싶었다. 규모가 워낙 컸기에 상림 숲 앞의 널따란 잔디밭에서 드론을 띄웠다.

맥문동이 핀 상림 공원 내부 [사진/성연재 기자]

맥문동이 핀 상림 공원 내부 [사진/성연재 기자]

해발 1천228m 대봉산을 배경으로 흐르는 위천과 그 옆을 따라 S자로 조성된 상림의 모습이 한눈에 잡혔다.

최치원 선생의 지혜에 탄복했다. 거대한 숲이 완벽하게 위천을 커버해 함양읍을 보호하고 있었다.

상림에는 맨발로 걷는 사람들이 많았다. 맨발로 걷기 알맞은 굵기의 모래가 깔려 있다.

인근에 산다는 73살의 정복자 할머니는 "평생 건강을 생각해 아침마다 맨발로 걷는다"고 말했다.

상림 한쪽에는 맨발로 걷는 사람들이 발을 씻을 수 있는 시설이 있다.

숲 아래서는 서늘한 바람이 흘러나왔다. 각기 다른 나무의 몸체가 붙은 채 자라는 연리지도 많이 눈에 띄었다.

곳곳에 쉴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었고 시민들은 거대한 숲 그늘에서 편안하게 쉬고 있었다.

◇ 고불고불 고갯길 매력 지안재·오도재

지안재 앞 노점에서 파는 오미자 음료수 [사진/성연재 기자]

지안재 앞 노점에서 파는 오미자 음료수 [사진/성연재 기자]

하미앙에서 지리산 뱀사골 쪽으로 향하는 길목인 함양읍 구룡리에는 지안재라는 고개가 있다. 지안재는 몇 겹씩 S자로 굽은 길이 매력인 고갯길이다.

산 위에서 바라보면 고불고불한 길이 뱀처럼 보인다. 지안재를 넘어가면 다시 고불고불 고갯길이 나오는데 이곳이 오도재다.

오도재 위쪽에는 휴게소가 있어 주차하기도 쉽고 화장실도 있다.

저 멀리 대봉산이 바라보이는 전망은 오도재가 낫고, 고불고불한 고갯길을 바라보기는 지안재가 낫다.

지안재에 휴게소는 없지만, 몇 년 전 공사를 해 차량 몇 대가 주차할 수 있는 주차장이 생겼다. 주차장에는 한 상인이 시원한 음료수를 팔고 있었다.

◇ 정자 문화의 본고장 함양

계곡의 정자 중 가장 크고 화려한 동호정 [사진/성연재 기자]

계곡의 정자 중 가장 크고 화려한 동호정 [사진/성연재 기자]

함양은 예로부터 '좌안동 우함양'이라 할 만큼 양반 문화가 꽃피던 곳이다.

수동면의 남계서원(南溪書院)은 1552년 일두 정여창의 학문과 덕행을 추모하기 위해 창건된 곳으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곳이다.

서원 말고도 함양의 양반문화를 엿볼 수 있는 곳들은 다양하다.

안의면에서 전북 장수군으로 난 국도 26호선을 따라가면 꽃과 초목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골짜기라는 뜻의 화림동(花林洞) 계곡이 나온다.

이 물길에서 정자를 발견하며 가는 여행도 재미있다. 함양을 찾은 많은 시인과 묵객들이 이곳에서 풍류를 즐겼다고 한다.

달을 희롱한다는 뜻을 가진 농월정(弄月亭)을 비롯해 고풍스러운 정자가 여럿 남아 있다. 농월정 앞에는 거대한 월연암(月淵岩)이라 이름 붙은 너럭바위가 넓게 자리 잡고 있다.

시냇가에 자리 잡은 화림동 계곡의 정자 중 크고 화려한 동호정(東湖亭)도 빼놓을 수 없다. 이곳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손꼽히는 거연정(居然亭)은 '화림교'라는 작은 아치형 다리를 건너야 한다.

다리 아래로는 소(沼)처럼 잔잔한 물이 흐르는데, 옛 선비들은 이 물을 '방화수류천'(訪花隋柳川)이라 했다. '꽃을 찾고 버들을 따라간다'는 뜻이다.

◇ 솔송주

솔송주 문화관의 술 빚는 곳 [사진/성연재 기자]

솔송주 문화관의 술 빚는 곳 [사진/성연재 기자]

함양에 왔으면 솔송주를 맛보지 않으면 섭섭하다.

함양 개평 한옥마을은 미스터 션샤인, 다모, 토지 등 인기 드라마 촬영지로 유명하다.

노참판댁 고가 등 다양한 문화재를 찾아볼 수 있으며 솔송주 문화관 등에서 다양한 프로그램도 체험할 수 있다.

솔송주는 함양을 대표하는 우리술로, 원래는 소나무 새순으로 만들었다고 해 송순주(松筍酒)라고 했지만, 지금은 솔송주로 불린다.

솔송주는 누룩을 만드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어 찹쌀로 죽을 끓인 후 전통 방식으로 만든 누룩과 함께 버무려 저온 발효시키는 방법으로 만든 술이다.

개평 한옥마을에는 여러 전통 가옥이 있지만, 술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솔송주 문화관을 다녀오는 것도 좋다.

술을 빚는 야외 공간이 고즈넉하고 아름답다.

※ 이 기사는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20년 9월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polpor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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