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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동행] "필요로하는 곳 어디든 갑니다" 진천 봉사왕 유재윤씨

송고시간2020-08-23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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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째 현안 해결·봉사에 발 벗어…올해만 일손돕기 60여 차례 참여

"자립·자조 공동체 만드는 게 중요"…주민 참여 예산 성공 이끌어

(진천=연합뉴스) 박종국 기자 = "새벽 4시에 일어나 논과 밭을 살피고 빵으로 아침을 때운 뒤 급히 달려왔어요. 수확 철을 놓치면 안 되는데 보고만 있을 수 없잖아요"

아로니아 수확 돕는 유재윤씨
아로니아 수확 돕는 유재윤씨

[촬영 박종국 기자]

충북 진천의 '봉사왕' 유재윤(57)씨가 지난 22일 오전 6시 진천읍 주민자치회원 10여명과 진천의 한 아로니아밭을 찾았다.

긴 장마 뒤 찾아온 불볕더위 탓에 가만히 있어도 온몸에서 땀이 비 오듯 쏟아지는 날씨 속에 유씨 일행은 사투하듯 아로니아를 수확했다.

일손이 부족하다는 연락을 받고 발 벗고 나선 것이다.

진천읍 주민자치회장인 그의 하루는 늘 이런 식이다.

3만3천㎡의 논과 고추 등을 심어놓은 밭이 있지만, 자신의 농사일은 뒷전이다.

오전 4시에 일어나 3∼4시간 자신의 농경지를 살피는 게 전부다.

비닐하우스에서 모종 심기 돕는 유재윤씨
비닐하우스에서 모종 심기 돕는 유재윤씨

[유재윤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나머지 시간은 일손이 부족한 농가를 돕거나 궂은일이 필요한 '현장'으로 달려간다.

진천 주민들은 "지역 대소사에는 항상 그가 있다"고 말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급속히 확산하던 지난 1월 중국 우한에서 온 교민들이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 머물던 보름 동안은 주민들에게 나눠줄 마스크를 포장하고 방역하는데 온종일 매달렸다.

2013년 진천 이장단 회장을 맡으면서 주민자치센터를 알게 된 것이 그의 봉사 인생 출발점이었다.

그 후 진천 이장단 회장과 진천읍 주민자치회장으로 일하면서 소외된 이웃을 돕고 주민들의 애로를 해결하는 것이 일상이 됐다.

올해 들어서만 이미 60차례 생산적 일손 봉사에 나섰다.

"다른 분들이 저는 하루를 48시간처럼 사는 것 같다고 해요. 농사짓는 틈틈이 부르는 곳은 어디든 가니 힘들지만, 공동체가 잘 되려면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죠"

그는 서로 보듬고 정을 나누는 사회 공동체를 만드는데 각별히 공을 들인다.

장날이면 장터에 나가 주민들의 애로사항이나 민원을 접수해 해결책을 찾는다. 휴경지에 고구마를 경작해 이웃들에게 나눠주기도 한다.

영화관이 없는 농촌을 돌며 신작 영화를 상영하고, 마을의 특성에 맞게 풍물·한지·목공예를 가르치는 '1 마을 1 장기'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사랑의 수건 모으기 캠페인 모습
사랑의 수건 모으기 캠페인 모습

[유재윤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장롱 속 수건을 깨웁시다' 캠페인도 5년째 해오고 있다. 가정마다 사용하지 않는 수건을 모아 요양원 등에 보내는 것으로, 지금까지 20여곳에 2만장을 전달했다.

그가 주도한 진천읍 주민 참여예산제는 전국의 모범 사례가 됐다.

80개 마을에서 제각각 원하는 사업을 제안하면 마을 대표로 구성된 400여명의 선거인단이 투표로 당장 추진할 사업이나 우선순위를 정하는 방식이다.

이 같은 모델은 이미 시·군까지 알려져 주민 자치의 상징이 됐다.

그는 사회 공헌 공로를 인정받아 2017년 진천군민 대상을 받았다.

진천 주민자치회도 2018년 충북도 자원봉사센터 으뜸 봉사상을, 지난해는 충북도 생산적 일손 봉사 특별상을 받았다.

유씨는 "소외된 이웃을 돕는 것도 필요하지만 주민들의 자립, 자조하는 공동체 만들기도 중요하다"며 "주민들과 공동체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필요한 곳은 어디든 달려가겠다"고 말했다.

pj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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