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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왔는데…왜 죽음을 막지 못했나 [이래도 되나요]

송고시간2020-08-2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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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정 기자
이은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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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2nB8jD514Fw

(서울=연합뉴스) 지난 17일 대구의 한 식당 여주인 A씨가 흉기에 찔려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사건 발생 1시간 전, 112상황실에 식당에서 싸우는 소리가 들린다는 신고가 접수돼 경찰이 출동했는데요.

A씨는 이미 달아난 남성 B씨가 "도마에 있는 칼을 들고 협박했다"고 진술했지만, 경찰은 식당 주변을 수색한 뒤 철수했습니다.

그런데 그사이 B씨는 현장에 다시 나타나 A씨를 살해하고 불을 지른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누리꾼들 사이에선 출동한 경찰이 특수협박 사건임에도 A씨 신변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했다는 비난이 나왔습니다.

"경찰 한 명이라도 같이 있었으면 한 생명을 구할 수 있었다", "어떻게 단 한 명도 피해자 옆에 남아있지 못했을까. 방금까지 흉기로 협박당했다는데…".

오윤성 순천향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칼을 들고 위협한 건 특수협박으로 단순 위협과 다르게 보고 대처했어야 한다"며 "A씨에게 귀가를 권유했다지만, 살해당할 위험이 있다는 측면에서 (경찰) 한 명 정도는 피해자 근처에서 보호 조치를 했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신고로 경찰이 출동했음에도 피해자가 결국 '큰 화를 당하는' 사건은 처음이 아닙니다.

2018년 10월 서울 강서구 한 PC방에서 아르바이트생이 손님 김성수가 휘두른 칼에 수십차례 찔려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해 사회적인 공분이 일었습니다.

이 직원은 김씨와 서비스 불만과 요금 환불 문제로 시비가 붙었는데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다툼을 말리고 떠나자 김씨는 집에서 흉기를 들고 다시 PC방을 찾아 범행을 저지른 겁니다.

또 가정 폭력 신고를 받은 경찰이 출동했지만, 이후 다툼이 커져 살인 사건으로 비화하는 경우들도 일어나는데요.

상황이 다르더라도 현장 경찰의 판단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이런 사건이 나올 때마다 초동 조치 미흡이란 지적이 반복됩니다.

현행 경찰관직무집행법에 따르면 피의자나 참고인 등이 거부할 경우 임의동행을 강요할 순 없는데요. 현행범 체포는 범죄가 실행 중이거나 직후일 경우, 긴급체포도 중대한 범죄 혐의가 있을 경우 등 적용할 요건이 있습니다.

강서구 PC방 사건 당시 경찰이 "시비가 붙었다고 체포할 법적 근거가 없다"고 해명한 것도 그런 이유입니다. 형사적으로 처벌받을 행위가 아닐 경우, 시비나 다툼 등에서 촉발된 상황이 정리되면 더는 조치하기 어렵다는 겁니다.

경찰청 관계자는 "저희가 강제로 누군가의 인신을 구속한다면 자유권을 제한하는 것"이라며 "자유권을 제한하려면 법적으로 명백한 근거가 있어야 하는데 경찰이 임의로 제한할 수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경찰이 스토킹 등 갖가지 상황에 대처할 조치 수단이 입법으로 보완돼야 한다고 짚으면서도, 경찰력 행사가 과도하면 시민들의 권리 침해 소지가 있어 적절한 균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적극적으로 피해자를 보호하는 법이 먼저 만들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오윤성 교수는 "경찰이 피해자에 대해 판단해서 강제로 귀가나 보호조치를 할 수 있게끔 법적인 조치를 만들어줘야 한다"며 "피해자 본인 의사에 반해 강제로 집행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피해 대상인 사람들은 때론 신변의 위협을 당하는 상황에서 용기 내 수화기를 듭니다.

하지만 믿었던 경찰로부터 상응하는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오히려 신고했다는 사실을 가해자가 알게 돼 더 큰 문제로 이어지곤 합니다.

더는 안타까운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이들을 염두에 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해 보입니다. 경찰도 이런 사건을 반면교사 삼아 효과적인 초동 대처를 하는 노력을 해야 할 것입니다.

이은정 기자 이성원 인턴기자 김혜빈 / 내레이션 이성원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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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m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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