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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길원의 헬스노트] 돌연사 주범 심혈관질환, 어릴적 허리둘레에 달렸다

송고시간2020-09-01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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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서울대병원, 10∼18세 청소년 8천여명 분석결과

허리둘레 상위 10% 청소년, 고혈압·고중성지방 위험 3~5배↑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어른들의 허리둘레 크기와 심혈관 질환 사이에 연관성이 크다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연관성이 언제부터 나타나는지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확인된 게 없다.

그런데 청소년기 허리둘레가 큰 아이일수록 커서 심혈관질환이 생길 위험이 높다는 분석 결과가 국내 처음으로 제시됐다.

분당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송영환 교수팀은 2005∼2014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참여한 10∼18세 청소년 8천153명(남 4천319명, 여 3천834명)을 대상으로 어릴 적 허리둘레와 성인기 심혈관질환 발생의 연관성을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1일 밝혔다.

이 연구결과는 대한심장학회가 발행하는 국제학술지(Korean Circulation Journal) 최신호에 발표됐다.

소아 비만
소아 비만

[제작 최자윤] 일러스트

보통 비만 여부를 가늠하는 지표로는 체질량지수(BMI)와 허리둘레 두 가지가 흔히 쓰인다. BMI는 몸무게(㎏)를 키의 제곱(㎡)으로 나눈 것으로, 이 수치가 25 이상이면 비만, 30 이상이면 고도비만으로 각각 분류된다.

BMI가 전체적인 비만도를 가늠하는 잣대라면, 허리둘레는 복부 내장 지방의 위해성에 주목한 비만 지표다. 허리둘레 수치가 남자 90㎝(36인치), 여성 85㎝(34인치) 이상이면 각각 복부 비만으로 본다.

다만, 여기서 말하는 허리둘레는 일반적인 바지 치수와는 다른 개념이다.

세계보건기구(WHO) 권고를 보면, 복부비만을 가늠하기 위해 허리둘레를 잴 때는 양발을 25∼30㎝ 벌려 체중을 고루 분산시키고 숨을 편안히 내쉰 상태에서 측정해야 한다. 줄자는 갈비뼈 가장 아래와 골반의 가장 높은 위치(장골능) 중간부위를 지나야만 정확한 허리둘레를 잴 수 있다. 바지 허리띠가 지나는 부위보다 조금 위쪽인 셈이다. 또 피하지방이 많아 허리가 겹치는 경우에는 똑바로 선 상태에서 피하지방을 들어 올린 다음 측정하도록 WHO는 권고한다.

[분당서울대병원 제공]

[분당서울대병원 제공]

BMI와 허리둘레 수치는 서로 비례하는 편이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대표적인 게 BMI 수치에서는 비만이 아닌데도 유독 배가 볼록 나와 허리둘레 수치로는 비만인 '올챙이배'다. '마른 비만'으로도 불리는 올챙이배는 중년층에서 흔히 볼 수 있는데, 심혈관질환 위험을 높이는 요인으로 꼽힌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평소 허리둘레 수치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권고한다.

이번 연구결과는 이런 허리둘레 수치가 청소년기에 이미 결정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연구팀은 조사 대상 청소년의 허리둘레 수치를 상위 10%와 하위 90%로 나눠 심혈관질환 위험도를 비교했다.

이 결과, 허리둘레가 큰 그룹(상위 10%)의 고혈압 위험도는 하위 90%에 견줘 남성 3.5배, 여성 1.9배였고, 고콜레스테롤 위험도는 같은 조건에서 남성 3.9배, 여성 1.9배로 각각 분석됐다.

또한, 고중성지방(남 4.9배, 여 3.2배), 고LDL콜레스테롤(남 5.0배, 여 1.8배), 저HDL콜레스테롤(남 2.6배, 여 3.0배) 수치도 비슷한 연관성을 보였다.

[분당서울대병원 제공]

[분당서울대병원 제공]

성별로 보면, 남학생의 경우 큰 허리둘레와 고혈압, 고중성지방, 저HDL콜레스테롤의 연관성이 10∼12세부터 보이기 시작했다. 반면 고콜레스테롤 고LDL콜레스테롤과의 연관성은 13∼15세부터 연관성이 관찰됐다.

여학생은 10∼12세부터 큰 허리둘레와 고콜레스테롤, 고중성지방, 저HDL콜레스테롤의 연관성이 있었다. 고혈당과의 연관성은 이보다 늦은 13∼15세부터 나타나기 시작했고, 고혈압과 고LDL콜레스테롤은 16∼18세에 두드러졌다.

송영환 교수는 "매우 어린 나이 때부터 허리둘레가 크다면 대사증후군을 거쳐 중증 심혈관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이번 연구로 확인했다"면서 "중년 이후 심혈관질환을 예방하려면 소아청소년기에 허리둘레가 두꺼워지지 않도록 식생활습관을 조절하고, 만약 이게 조절되지 않는다면 비만 치료 등을 시작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권고했다.

분당차여성병원 소아청소년과 김성혜 교수는 이 논문과 함께 게재한 논평(Editorial)에서 "심혈관질환은 소아와 청소년에서는 드물지만, 증상 없이 어릴 때부터 시작될 수 있다는 증거가 있다"면서 "BMI만으로는 체지방 비율이 높은 어린이를 감지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허리둘레 수치의 효용성을 입증한 연구 결과"라고 평가했다.

bi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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