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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한 르포] ② '코로나 승리' 앞세운 중국…'확산 과오' 덮일까

송고시간2020-09-07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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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 뒤집기' 나선 공산당…"사회주의 제도 우월성 드러내' 주장

'우한일기' 등 내부 비판 목소리는 철저 통제

"시진핑 할아버지가 우리와 함께"
"시진핑 할아버지가 우리와 함께"

(우한=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지난 3일 중국 우한(武漢)시의 창춘제(長春街) 소학교 복도 벽에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 주석을 칭송하는 어린이의 그림이 걸려 있다. 2020.9.7
cha@yna.co.kr

(우한=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우한의 코로나19 싸움, 시진핑 할아버지와 우리가 함께 계신다."

지난 3일 찾아간 중국 우한(武漢)시 창춘제(長春街) 소학교(초등학교)의 복도에 이런 문구가 쓰인 어린이의 그림이 놓여 있었다.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이 친근한 표정을 지으며 손을 흔드는 모습 아래로 전국의 의료진이 우한을 돕기 위해 모여드는 것을 그린 그림이었다.

이 그림이 상징적으로 보여주듯이 시진핑 총서기 겸 국가주석이 이끄는 중국 공산당과 정부는 코로나19 초기 불리했던 상황을 극적으로 반전시키는 데 성공했다.

중국이 사회주의 체제의 장점을 십분 발휘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전대미문의 국난을 극복했다는 중국 당국의 치밀한 선전전은 외부인들은 몰라도 적어도 자국민들에게는 큰 효과를 발휘하는 모습이다.

◇ 코로나 초기 수세 몰렸던 중국, 이젠 '체제 우월' 주장

코로나19 확산 초기 중국 당국은 새로운 전염병의 확산 상황을 숨기다가 사태를 걷잡을 수 없는 지경으로 커지게 했다는 나라 안팎의 광범위한 비난에 직면했다.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 등 중국 인터넷에서는 이례적으로 정부를 노골적으로 비난하는 글이 넘쳐나기도 했다.

코로나19의 존재를 세상에 처음으로 알렸다가 공안에 끌려가 반성문 격인 '훈계서'에 서명을 해야 했던 고 리원량(李文亮) 의사는 코로나19 발생 초기 이를 은폐·축소하려던 중국 당국의 어두운 모습을 드러낸 상징적인 인물로 부각됐다.

우한 초등학교 복도 놓인 리원량 의사 그림
우한 초등학교 복도 놓인 리원량 의사 그림

(우한=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지난 3일 중국 우한(武漢)시의 창춘제(長春街) 소학교 복도에 고 리원량(李文亮·1986∼2020) 의사(가운데)를 비롯해 코로나19 대처 과정에서 노력한 의사들의 얼굴을 그린 그림이 놓여 있다. 2020.9.7
cha@yna.co.kr

치열한 미중 갈등 속에서 미국 정부는 이런 중국의 '아픈 구석'을 집요하게 때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심지어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중국 바이러스'라고까지 부르면서 '중국 책임론'을 제기했다.

코로나19 확산 초기 우한이 세계에서 가장 참혹한 코로나19 피해 장소로 부각되면서 중국 공산당의 지도력은 큰 시험대에 올랐다.

중국은 인구 1천만명이 넘는 우한시를 포함한 후베이성 전체를 전면 봉쇄하는 등 사회주의 체제 특유의 강력한 행정력을 동원해 코로나19 확산을 저지하는 데 성공하면서 국면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

이후 미국과 유럽 등 서방 선진국들의 코로나19 피해가 중국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지면서 많은 중국인이 결과적으로 자국의 대처가 효율적이었는 인식을 널리 갖게 됐다.

실제로 중국은 세계적으로 코로나19 확산 저지에 성공한 몇 안 되는 나라 중 하나다.

중국 당국은 국가의 힘이 강력한 중국식 사회주의 체제가 코로나19 대처에 뚜렷한 강점을 갖고 있다고 자국민들에게 선전하고 있다.

시진핑 주석은 지난 6월 보건 전문가들과의 좌담회에서 "가장 전면적이고 철저한 방제 조치를 해서 코로나19 방제전에서 중대한 전략적 성과를 냈다"면서 "이런 성과는 중국 공산당의 지도력과 중국 사회주의 제도의 우월성을 보여줬다"고 자평했다.

이런 선전은 상당히 큰 효과를 거두는 모습이다.

우한에서 만난 한 안경가게 점원은 "(코로나19 대처에서) 우리나라가 가장 잘했다"며 "백성들의 국가에 대한 만족도는 100%다"라고 말했다.

한 우한의 교민은 "중국인들이 그동안 선진국으로 여겼던 미국과 유럽 국가들이 코로나19로 쑥대밭이 되는 것을 보면서 중국이 최고라는 인식이 급격히 커졌다"며 "역설적이게도 트럼프 대통령이 미흡한 코로나19 대처로 미국 상황이 나빠지면서 위기에 처한 시진핑을 도운 셈이 됐다"고 지적했다.

◇ 미중갈등 속 국난극복 강조하며 내부 결속 도모 분석도

중국 국영 중국중앙(CC)TV는 최근 '단합 방역'이라는 제목의 6부작 코로나19 결산 다큐멘터리를 방영 중이다.

이 다큐멘터리는 코로나19 확산 당시 중국 전역에서 파견된 의료진의 활동, 중국인들의 방역 노력 등을 조명하면서 '코로나 인민 전쟁'에서 승리했음을 강조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일각에서는 미중 신냉전이라는 대외 위기에 직면한 중국 공산당이 극도로 민심이 민감해질 수 있는 시기에 '코로나19 승리'라는 깃발을 흔들면서 대대적인 내부 결속을 노리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처럼 치밀하게 기획된 선전 활동을 통해 중국이 잘한 것을 부각함과 동시에 '어두운 면'이 부각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도 병행되고 있다.

파란 벽으로 둘러싸인 우한 화난수산물도매시장
파란 벽으로 둘러싸인 우한 화난수산물도매시장

(우한=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지난 2일 중국 우한(武漢)시의 화난(華南)수산물도매시장이 파란 벽으로 둘러싸여 있다.각종 야생동물을 식용으로 팔던 이곳은 우한 코로나19 발생 초기 환자가 집중적으로 나왔던 곳이다. 2020.9.7
cha@yna.co.kr

코로나19 발생 초기 환자가 집중적으로 나왔던 화난(華南)수산물도매시장을 지난 1월 방문 이후 다시 찾아가 봤다. 이 시장은 이제 폐쇄된 채 파란 벽으로 둘러싸여 막혀 있었다. 중국의 대표적 검색 엔진인 바이두(百度) 지도에서 화난시장 이름은 아예 사라진 상태였다.

소수의 비판적 내부 목소리에 대한 통제도 심한 편이다. 두 달 넘게 봉쇄됐던 우한 주민들의 힘겨운 삶을 묘사하고 우한시 당국의 잘못을 질책한 '우한 일기' 작가 팡팡(方方)은 '중국 정부의 비공식 대변인'인 후시진(胡錫進) 환구시보 총편집인으로부터 거친 비난을 받고 대중들로부터 '조리 돌림'을 당했다.

후베이대학 문학원 교수인 량옌핑(梁艶萍)은 팡팡의 우한 일기를 "인간성과 양심을 추구하는 글"로 극찬했다가 대학 측으로부터 조사를 받게 됐다.

이런 가운데 시 주석은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국난을 극복한 영웅으로 부각되면서 더욱 권력을 공고히 하는 모습이다.

코로나19 환자 치료 중점 병원이던 우한 퉁지(同濟)대학병원의 탕저우핑(唐洲平) 교수는 지난 3일 연합뉴스를 포함한 외신 기자들과 만나 "1월 20일 시진핑 총서기가 코로나19 관련 중요 지시를 내린 이후 병원의 (공산)당원들과 간부들이 긴밀히 협력해 코로나19에 대응하는 최전선을 구축했다"면서 코로나19 대처 과정에서 시 주석의 역할이 지대했다고 강조했다.

우한 시내 곳곳에서는 시 주석을 절대권력을 상징하는 이런 정치 구호가 곳곳에 나붙어 있었다.

'시진핑 동지를 핵심으로 하는 당 중앙의 주위에서 더욱 긴밀히 단결하자.'

유튜브로 보기

https://youtu.be/zAfQ_TTElFs

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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