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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복구 수포 되면 어떡하나"…근심 드리운 구례 수해현장

송고시간2020-09-06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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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복구 중인 오일시장·양정마을, 잇단 태풍에 긴장 속 나날

'아직 복구 중인데'
'아직 복구 중인데'

(구례=연합뉴스) 정회성 기자 = 제10호 태풍 하이선이 한반도를 향해 북상하는 6일 전남 구례군 구례읍 시가지에서 지난달 집중호우의 수해 복구가 진행 중이다. 2020.9.6 hs@yna.co.kr

(구례=연합뉴스) 정회성 기자 = "이제 빗줄기만 보면 소름이 돋아납니다. 심리상담 좀 받아봤으면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예요."

지난달 집중호우 때 침수피해를 본 전남 구례군 오일시장 상인 지찬식(64) 씨는 6일 제10호 태풍 하이선이 북상한다는 소식에 "비가 징글징글하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지씨는 가게에서 숙식까지 해결하며 꼬박 한 달을 복구에 매달렸는데도 창고 한 칸만 겨우 본래 모습으로 돌려놨다.

코로나19 확산세에 자원봉사자의 발길이 끊기면서 지씨뿐만 아니라 오일시장 상인 대부분이 지금껏 일상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온 가족을 동원해 겨우 가게의 모습을 되찾은 상인도 텅 빈 진열대는 채우지 못하고 개점 휴업인 나날을 이어간다.

구례는 여전히 복구 중
구례는 여전히 복구 중

(구례=연합뉴스) 정회성 기자 = 제10호 태풍 하이선이 한반도를 향해 북상하는 6일 전남 구례군 구례읍 한 상점의 진열장이 비어 있다. 이 상점은 지난달 집중호우 때 천장까지 물에 잠기는 피해를 봤다. 2020.9.6 hs@yna.co.kr

일주일 간격으로 세 차례나 태풍이 다가오면서 셔터를 내리고 숨죽이기에 들어간 가게가 태반이다.

이런 사정은 모르면서 시시때때로 전화를 걸어 태풍 대비를 잘하라고 참견하는 건물주의 잔소리도 상인들 가슴에 또 한 번 생채기를 낸다.

오일시장은 8∼9호 태풍 바비와 마이삭이 지나갔을 때는 별다른 피해를 입지 않았으나 극도의 긴장과 공포 속에서 시간이 멈춰버린 듯한 순간순간을 보냈다.

지붕을 때리는 빗방울과 창문을 흔드는 바람 소리에 가슴 졸이며 밤잠을 설쳤다.

구례 오일시장 한 상인은 "우리는 태풍이 덮친다고 해도 더 잃을 게 없다"면서도 "지난 한 달의 복구가 수포가 된다면 다시 일어설 기운조차 안 날까 봐 겁난다"며 넋두리했다.

오일시장 인근 구례읍 양정마을은 코로나19에 잇따른 태풍이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찾아오면서 복구를 아예 중단하고 하늘만 바라본다.

수해 현장에 드리운 먹구름
수해 현장에 드리운 먹구름

(구례=연합뉴스) 정회성 기자 = 제10호 태풍 하이선이 한반도를 향해 북상하는 6일 전남 구례군 구례읍 양정마을 농경지의 하늘에 먹구름이 끼었다. 지난달 집중호우 때 물에 잠긴 양정마을은 코로나19 확산과 잇단 태풍 북상에 복구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2020.9.6 hs@yna.co.kr

농경지와 주택 대부분이 물에 잠긴 양정마을은 철거를 멈춘 비닐하우스가 구부러지고 쓰러진 철골만 남긴 채 곳곳에 방치돼 폐허를 방불케 했다.

비닐이 벗겨진 비닐하우스 안 물웅덩이에는 녹조가 끼고, 치우지 못한 폐기물 더미에서 뿜어져 나온 악취가 무거운 공기 덩이처럼 머물러있다.

농민 박종야(65) 씨는 "동네에 노인들만 살기 때문에 군인들이 복귀하고 코로나 때문에 자원봉사자도 들어오지 못하면서 복구가 완전히 멈춰 섰다"고 말했다.

박씨는 "태풍이 와서 뼈대만 남은 비닐하우스를 쓸어가든지 말든지 신경 쓸 여력도 없다"고 하소연했다.

hs@yna.co.kr

유튜브로 보기

https://youtu.be/ZekRVxBSf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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