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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에게 묻다] 젊은층 노리는 대장암…첫 대장내시경검사는 '언제'

송고시간2020-09-09 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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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선 50세 이상이면 국가검진 대상…미국암학회, 45세부터 대장내시경 권고

용종은 아무런 증상 없어…금주·금연하며 생활습관 개선 노력해야

(서울=연합뉴스) 조영석 서울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김길원 기자 = #. 김(58)모씨는 올해 국가암검진으로 시행한 분변잠혈검사(대변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았다. 이어진 대장내시경검사에서는 대장의 하행결장에서 직장으로 이어지는 구불결장에 2㎝ 크기의 용종이 발견돼 내시경으로 떼어냈다. 조직검사 결과, 이 용종은 선암(샘암)으로 진단됐고, 점막하층을 미세하게 침범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행히 복부 CT(컴퓨터단층촬영)와 흉부 CT 검사에서 간이나 폐로 암이 전이되지 않았다는 소견에 따라 현재 정기적으로 추적 관찰 중이다.

#2. 박(41)모씨는 평소 배변도 규칙적이고, 복부 불편감 등의 증상도 없었던 터라 대장내시경검사는 남의 일로만 생각했다. 그런데 얼마 전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은 아버지가 여러 개의 용종을 절제했다는 소식을 듣고 처음으로 직장건강검진에서 대장내시경검사를 받았다. 검사 결과, 박씨는 직장에 1.5㎝ 크기의 용종이 발견됐고,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내시경을 이용한 절제술을 받았다. 조직검사에서는 '점막내암'으로 진단돼 정기적으로 추적 관찰 중이다.

대장암
대장암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용종이란 장 점막의 일부가 주위 점막 표면보다 돌출해 마치 혹처럼 보이는 병변을 말한다. 용종은 대부분 양성 종양이고, 그중 조직학적으로 '선종성 용종'이라 불리는 용종이 악성 종양, 즉 대장암으로 발전할 수 있다.

선종성 용종은 크기가 클수록(표면 직경 1.0㎝ 이상), 조직 검사에서 세포의 분화가 고등급 이형성증을 보일수록, 그리고 융모 같은 특성을 보일수록 발암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선종성 용종은 대장암과 마찬가지로 50세 이상 연령, 동물성 지방 또는 포화 지방 섭취, 비만, 당뇨병, 흡연, 음주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또한, 대장암의 5%는 명확히 유전에 의해 발생하고, 약 5∼15%는 유전적 소인과 관계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용종은 아무런 증상 없어…50세 이상이면 국가검진 받아야

용종은 크기가 크거나 직장에 위치할 경우 혈변을 일으킬 수도 있지만, 대부분은 증상이 없어 대장내시경검사로 진단한다.

우리나라는 2018년부터 만 50세 이상 남녀를 대상으로 무료 국가대장암검진을 실시하고 있는데, 대변에 혈액이 묻어나오는지를 확인하는 분변잠혈검사를 매년 시행해 양성이 나올 경우 대장내시경검사로 진단하는 방법을 이용하고 있다.

대장내시경검사는 선종 발견 및 제거에 효과적이고, 선종이 발견되지 않은 경우에는 5년 이상 경과 후에 추적검사를 해도 되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반면, 검사 전 대장정결이 불편하고, 드물지만 천공 등의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는 건 단점으로 꼽힌다.

이에 서구에서는 2000년대 후반부터 대장내시경검사 또는 분변잠혈검사 중 적절한 검진 방법을 찾기 위해 연구를 진행 중이다. 국내에서도 암검진에 대장내시경검사 시범사업을 실시하고 있어 연구 결과에 따라서는 대장암검진 방법에 변화가 있을 수도 있을 전망이다.

대장용종절제술 장면: 대장내시경을 이용해 올가미로 대장의 선종성 용종을 절제하고 있다.(순서: 왼쪽 위 → 오른쪽 위 → 왼쪽 아래 → 오른쪽 아래) [서울성모병원 제공]

대장용종절제술 장면: 대장내시경을 이용해 올가미로 대장의 선종성 용종을 절제하고 있다.(순서: 왼쪽 위 → 오른쪽 위 → 왼쪽 아래 → 오른쪽 아래) [서울성모병원 제공]

◇ 미국암학회, 45세부터 대장암 검진 권고…국내서도 50세 미만 발생 증가

대장암이 흔한 미국에서는 최근 20여년 동안 50세 이상의 대장암 발생률이 감소 추세로 돌아선 것과 달리 50세 미만의 대장암 발생률은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이에 미국암학회는 대장암 검진을 50세에서 45세로 낮추는 권고안을 발표했다.

이런 사정은 우리나라도 비슷하다. 아시아 4개국 연구팀이 50세 미만 연령층을 대상으로 대장암 발생률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한국의 경우 1999년부터 2014년까지 15년 동안 50세 미만의 대장암 발생률이 유의하게 증가했다는 결론이 나왔다.

국내 자체 연구에서도 당뇨병, 고지혈증 등 대사성 질환을 가지고 있거나 남성, 흡연자, 고혈압 등의 요인을 가진 고위험군, 가족력이 있는 경우에는 50세 미만이어도 대장내시경검사를 포함한 대장암 검진을 받는 게 대장암 예방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 대장암 초기엔 내시경절제술로 완치 가능…규칙적인 운동으로 비만 막아야

선종성 용종은 대부분 대장내시경으로 절제할 수 있다. 점막하층에 주사침으로 생리식염수를 주입해 쿠션을 만들고, 올가미로 조인 후 전류를 흘려보내 잘라내는 방식이다.

용종으로 진단할 무렵에 이미 암으로 변화한 경우도 있다. 대장벽은 점막층, 점막하층, 근육층, 장막층의 네 개 층으로 구성되는데, 암이어도 점막층에만 암세포가 있거나 점막하층에 1천 마이크로미터(μm) 미만으로 침범한 경우에는 림프절 전이가 거의 없다고 본다. 따라서 내시경으로 완전히 절제된 경우에는 추적관찰만으로도 충분하다.

최근에는 내시경 절제를 위한 도구들이 많이 개발돼 2㎝ 이상의 큰 용종이나 조기암도 안전하게 절제할 수 있다.

용종절제술의 주요 합병증으로는 천공과 출혈이 있는데, 외국의 연구에서는 천공 0.2∼1.1%, 출혈 0.3∼1.3%의 빈도로 발생한다는 통계가 있다.

그러나 국내 10개 3차 의료기관에서 대장용종 절제술을 받은 8천여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천공 0.01%, 출혈 0.78%로 서구보다 합병증 비율이 낮았다. 이는 숙련된 전문의가 용종 절제술을 시행할 경우 비교적 안전한 치료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내시경 절제 후에는 선종성 용종이 3개 이상, 크기가 1㎝ 이상, 고등급 이형성 또는 융모 같은 고위험군 선종을 가지고 있었던 경우에는 3년 후 추적 대장내시경검사를 권한다.

또한, 생활습관 개선도 중요하다. 대장암 예방을 위해서는 규칙적인 운동을 통해 비만을 막고, 금주·금연하면서 붉은 고기 섭취량을 줄여야 한다.

조영석 서울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서울성모병원 제공]

조영석 서울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서울성모병원 제공]

◇ 조영석 교수는 1993년 가톨릭의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7년 미국 에모리대에서 암치료를 위한 나노입자를 이용한 약물 및 유전자전달 시스템 개발을 주제로 연수했다. 서울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연구부장과 임상분과장을 맡고 있다. 대장용종, 대장암, 크론병, 궤양성 대장염, 과민성장증후군, 기능성 위장질환 등이 전문 분야다. 대한내과학회 총무이사, 대한장연구학회 교육이사, 대한기능성질환·운동학회 장내세균치료 연구회 위원장 등 학회 활동도 활발하다.

bi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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