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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기괴괴 성형수'로 외모지상주의 지옥도 보여주고 싶었죠"

송고시간2020-09-08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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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연기자

전병진 프로듀서·조경훈 감독 인터뷰

'기기괴괴 성형수'의 전병진 PD(왼쪽)와 조경훈 감독(오른쪽)
'기기괴괴 성형수'의 전병진 PD(왼쪽)와 조경훈 감독(오른쪽)

[에스에스애니멘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외모에 대한 타인의 시선이 폭력이라는 점을 냉정한 시선으로 보여주면서 우리가 이런 '지옥도' 안에 살고 있다는 것을 표현하려 했죠."

동명의 웹툰을 기반으로 외모지상주의 사회를 독특한 상상력과 비주얼로 꼬집는 애니메이션 '기기괴괴 성형수'를 탄생시킨 조경훈(45) 감독과 전병진(49) 프로듀서는 영화의 주제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바르기만 하면 예뻐진다는 기적의 물 '성형수'를 소재로 한 이 애니메이션은 전 PD와 조 감독의 합작품이다. 전 PD는 2013년부터 애니메이션화 프로젝트를 시작해 시나리오를 개발했고, 공동 제작을 맡은 조 감독이 시나리오를 영상으로 옮겼다.

8일 종로구 삼청동에서 만난 전병진 PD는 "처음부터 해외 시장 진출을 염두에 두고 기획했다"고 말했다.

"2013년 당시 모두가 관심 있었던 중국 시장을 지켜봤더니 중국 만화시장은 섹시·코미디·로맨틱 장르와 호러·미스터리·괴담 장르의 두 축이 중심이더라고요. 이 중 전 세계에서 서브컬처로 발달한 장르는 호러·괴담이라고 판단하고 그 장르에 맞는 만화와 웹툰을 조사했죠. 그중 오성대 작가님의 '기기괴괴'가 독창적이고 아이디어가 뛰어난 데다가 당시 중국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었죠. 그래서 판권 계약을 하게 됐어요."

중국을 주요 시장으로 작품을 기획해 소비시장을 확보하고 투자도 받고자 하는 계획이었지만, 한한령(限韓令)으로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전 PD는 "메리트가 리스크가 돼서 돌아왔다"라며 "결국 자체적으로 투자하며 출혈을 감수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애니메이션 '기기괴괴 성형수'
애니메이션 '기기괴괴 성형수'

[에스에스애니멘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각 에피소드가 있는 웹툰을 애니메이션이라는 영상으로 어떻게 옮길지 역시 과제였다.

조경훈 감독은 "웹툰은 성형수에 중심을 뒀다면 영화는 주인공 예지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뚱뚱한 몸매와 못생긴 얼굴에 대한 콤플렉스를 가진 예지는 성형수를 통해 완벽한 미인으로 태어나고, 곧 성형수의 효과에 중독돼 파멸의 길을 걷는다.

"예지의 사연과 그를 중심으로 한 여러 관계, 그 관계와 연결된 전반적 상황을 설계하는 데 중점을 뒀어요. 그래서 관객들이 예지가 느끼는 감정을 공감까진 아니더라도 이해하고 따라갈 수 있도록 선명하게 날을 세워야겠다 싶었죠."

기괴하고 끔찍한 시각적인 장면은 웹툰보다 완화돼 표현됐다.

"아무래도 애니메이션은 웹툰보다는 현실적인 요소들이 작용하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어느 정도 자제하고, 보여주지 않기로 했죠."(조 감독)

"전 사실은 (원작보다 수위가) 약해서 걱정했거든요. 프로젝트를 너무 오래 하다 보니 거기에 빠져있었나 봐요. 너무 완만하고 무난하게 다듬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다듬길 잘했다 싶네요."(전 PD)

애니메이션 '기기괴괴 성형수'
애니메이션 '기기괴괴 성형수'

[에스에스애니멘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국내 애니메이션이 주로 유아나 어린이를 타깃으로 제작되는 것과 달리 '기기괴괴 성형수'는 청소년 이상의 관객용으로 만들어졌다. 전 PD는 애니메이션이라는 형식이 한국적 특성을 만나 전 세계를 겨냥할 수 있을 것이라는 포부를 드러냈다.

전 PD는 "청소년 이상이 보는 애니 중에는 대부분 일본 것이 많은데, 지금의 대중적 정서와는 분명 거리가 있는 것들이다"라며 "한국 관객들이 좋아하는 사실적인 이야기와 애니메이션이 만나면 충분히 지금의 일본 애니메이션과 같은 위치를 차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6년이라는 기간 동안 우여곡절을 겪으며 완성된 작품은 지금까지 해외 5개국에 선판매되고 해외 영화제 12곳의 초청을 받았다.

전 PD와 조 감독은 해외 관객의 호평에 기뻐하면서도 "코로나 사태로 인해 영화를 제대로 선보이지 못해 아쉽다"고 털어놨다.

특히 전 PD는 "베니스 영화제에서도 초청 의사를 전달했는데, 조건이 '월드 프리미어'(전 세계 최초로 선보이는 것)였다"며 "그 시점에 이미 부천영화제에서 월드 프리미어를 해버리는 바람에 아쉽게 초청되지는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그러면서 두 사람은 영화의 메시지가 잘 전달된 것에 감사를 전했다.

"제한된 여건 속에서 가다 서기를 반복했던 작품인데 우리가 영화의 장점이라고 생각했던 점을 받아들이고 칭찬해주셔서 기분이 좋고 뿌듯합니다."(조 감독)

"만약 '기기괴괴 성형수'가 흥행에 성공하면 다음 작품을 추진할 수 있는 동력이 될 것 같습니다."(전 PD)

dy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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