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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리면 그냥 맞아야 하나" 국가직 됐어도 서글픈 소방관 [이래도 되나요]

송고시간2020-09-1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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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bRna7O6w7Ds

(서울=연합뉴스) "저희는 어느 선까지 대응해야 합니까. 팔만 잡아도 쌍방 (폭행)입니다. 구급차 안에선 도망갈 수도 없습니다."

폭력을 행사하는 취객을 제압하려다 전치 6주의 상처를 입힌 혐의(상해)로 기소된 소방관 A씨가 국민참여재판에서 한 최후진술입니다. A씨는 결국 항소심에서도 1심과 마찬가지로 벌금형을 선고받았는데요.

상대방이 먼저 욕설을 하고 주먹을 휘둘렀지만, 범죄인 취급을 한 건 명백한 잘못이라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었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의 글쓴이는 "이렇게 처벌한다면, 누가 소방관을 하려고 하겠냐"며 법원이 다시 판단해 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지난 4월, 오랜 숙원사업이던 '국가직 전환'의 꿈을 이룬 소방 공무원들. 하지만 아직도 현장에서 심심치 않게 이런 일들이 생기고 있는데요.

위험을 무릅쓴 채 불을 끄고 환자를 옮기지만,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고의 책임은 소방관 개인에게 전가하는 구조.

지난달 부산 지하차도 침수사고 현장에 출동했던 소방관의 누나라고 밝힌 청원인은 "목숨 걸고 일하는 소방관들에게 책임을 미루지 말라"고 호소하기도 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선 대원들은 심리적으로 위축될 수밖에 없는데요.

매 맞는 소방관이 매년 줄어들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정당방위의 적정 수준을 고민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대한변협 소방관법률지원단 부위원장을 맡고 있는 주어진 변호사는 "공격행위가 들어와 제압행위를 했음에도 유죄 판결이 나왔다는 것은 소방관이 적극적 방어 행동을 할 경우 형사상 전과자로 전락할 수 있다는 위협을 주는 사례"라며 "나름의 판단과 근거에 따라 내려진 판결이겠지만 아쉬운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는데요.

아쉬운 점은 이뿐만이 아닙니다.

구급차와 소방차는 도로교통법상 '긴급자동차'로 분류돼 위급 상황 시 신호나 속도 위반, 갓길통행 등이 가능한데요. 교통사고가 날 경우 여전히 형사처벌 대상입니다.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에 면책 기준이 명확하게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인데요.

경찰이 사안의 긴급성, 피해자의 상해 정도를 따져 정당행위가 인정되면 처벌을 면할 수 있고, 서울시의 경우 전담 수사팀인 '119 광역수사대'를 통해 검찰의 불기소 처분을 이끌어내기도 하지만 근본적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정재홍 서울시 119광역수사대장은 "법령 개정이 우선"이라며 "긴급 출동 중 불가피하게 발생한 교통사고에 대해선 필요적으로 면책하는 조항이 입법화되면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밝혔는데요.

119구급차 탑승 인원을 증원하는 등 인력 충원도 시급합니다.

"지방의 경우 구급차에 구급대원 2명이 타는 경우가 상당히 많이 있습니다. 한 명이 운전하고 한 명이 응급 처치를 하다 보면 사건 사고가 더 자주 일어날 수밖에 없는 거죠. 탑승 인원을 3∼4명까지 늘려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

오늘도 대한민국 곳곳에서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소방관들. 마음 놓고 구조 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보장해줘야 하지 않을까요?

김지선 기자 성윤지 인턴기자 박소정 / 내레이션 김정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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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ny10@yna.co.kr

※[이래도 되나요]는 우리 사회에 있는 문제점들을 고쳐 나가고자 하는 코너입니다. 일상에서 변화나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관행이나 문화, 사고방식, 행태, 제도 등과 관련해 사연이나 경험담 등이 있다면 이메일(digital@yna.co.kr)로 보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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