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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장전 앞둔 이미림에게 김송희 코치는 "이미 잘했다" 조언

송고시간2020-09-14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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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역 시절 LPGA 투어에서 메이저 준우승 등 화려한 경력

"우승 없었지만 그래서 선수들에게 기다리고, 천천히 가라고 해요"

김송희 코치
김송희 코치

[김송희 코치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 "샷이 갑자기 안 되는데, 어떻게 하지?"

메이저 대회 연장전을 앞둔 긴박한 상황. 이미림(30)이 누군가와 전화 통화를 하는 모습이 TV 중계 카메라에 잡혔다.

14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랜초 미라지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ANA 인스피레이션 최종라운드.

이미림은 18번 홀(파5)에서 극적인 칩인 이글을 넣고 다음 조인 넬리 코르다(미국), 브룩 헨더슨(캐나다)의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다.

혹시 모를 연장전에 대비해 이미림이 조언을 구한 인물은 바로 코치인 김송희(32) 프로였다.

김송희 코치는 2007년부터 2013년까지 LPGA 투어에서 뛰면서 '우승 빼고 다 해봤다'는 이야기를 들은 선수였다.

메이저 대회인 2010년 LPGA 챔피언십에서 준우승했고 2008년 삼성월드챔피언십, 2010년 제이미 파 오언스 클래식, 2011년 에브넷 클래식 등 준우승한 대회를 일일이 꼽기도 어려울 정도다.

다만 LPGA 투어에서 우승과는 끝내 인연을 맺지 못했다.

그런 김송희 코치가 제자인 이미림의 메이저 대회 우승에 힘을 보탰다.

ANA 인스피레이션 우승한 이미림
ANA 인스피레이션 우승한 이미림

(랜초 미라지 AP=연합뉴스) 이미림이 13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랜초 미라지의 미션 힐스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ANA 인스피레이션(총상금 310만달러)에서 우승한 뒤 트로피를 들어 보이고 있다. daeuliii@yna.co.kr

경기도 화성시 템포디올에서 선수들을 가르치는 김송희 코치는 "전화를 받자마자 (이)미림이가 '샷이 갑자기 너무 안 된다'고 하더라"고 소개했다.

김 코치가 보기에도 후반에 샷이 흔들리는 모습이 나왔다는 것이다. 이미림은 이날 16번 홀(파4) 칩인 버디, 18번 홀칩인 이글로 타수를 줄이기는 했지만 17번 홀(파3)에서는 보기를 써내는 등 운도 따랐고, 기복도 있는 편이었다.

그러나 김 코치는 "일단 중요한 것은 어차피 우리 원래 목표보다 너무 잘 된 상황이라는 사실이었다"며 "그래서 '굉장히 잘 한 거니까 다른 건 더 필요 없고 (연장에서는) 너 하고 싶은 걸 해봐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김 코치가 이미림과 인연을 맺은 것은 올해 6월 한국여자오픈에서 이미림이 컷 탈락하고 난 뒤였다고 한다.

김 코치는 "그때 연락이 와서 골프가 너무 안 된다고, 샷 난조가 온 지 3년 정도 된다고 했다"며 "제가 볼 때 공을 칠 때 타이밍도 안 맞고 생각이 많은 것 같아서 최대한 복잡하지 않고 간결하게 가자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처음에는 '최근 1년 사이에 예선 통과도 한 적이 별로 없다. 왜 골프를 해야 하는지도 모르겠다'고 할 정도였다"며 "다행히 미국 가기 전에 재미도 좀 느끼는 것 같았는데 오늘 그동안 고생한 것이 한꺼번에 (보상으로) 온 것 같다"고 웃어 보였다.

김 코치는 "사실 지금 당장 성적을 내기엔 불안정한 상태라고 생각해서 전혀 욕심이 없었다"며 "심지어 이틀 전에 컷 통과를 했을 때는 '예선 통과 축하한다'고 말했을 정도"라고 말했다.

다만 "3라운드 끝나고 통화하면서 '자꾸 욕심이 난다'고 하기에 '그런 마음이 생기는 것은 정상인데, 그래도 처음 자세를 잃지 말자'고 말해줬다"는 것이다.

첫 메이저 우승후 감격의 눈물 흘리는 이미림
첫 메이저 우승후 감격의 눈물 흘리는 이미림

(랜초 미라지 AP=연합뉴스) 이미림이 13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랜초 미라지의 미션 힐스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ANA 인스피레이션(총상금 310만달러)에서 우승한 뒤 감격의 눈물을 흘리고 있다. 이미림은 이날 4라운드 18번 홀 그린 뒤에서 시도한 칩인 이글로 연장에 합류하는 짜릿한 장면을 연출하며 생애 처음으로 메이저 우승의 기쁨을 누렸다. daeuliii@yna.co.kr

LPGA 투어에서 뛰면서 우승은 없지만 2010년 상금 순위 8위에 오르는 등 367만달러 넘는 상금을 번 김송희는 2017년 연세대 체육대학원에서 스포츠심리 전공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현역 시절 정상급 기량에도 좀처럼 우승이 나오지 않아 '심리적인 문제가 아니냐'는 말까지 들었던 그가 직접 스포츠 심리를 전공하고, 2017년부터 후배들을 가르치는 입장이 됐다.

그는 "제가 선수들한테 가장 많이 하는 말은 '기다리면 좋겠다'는 조언"이라며 "제가 선수 때 그걸 잘 못 했다"고 털어놨다.

김 코치는 "사실 주위에서 무슨 말을 들어도 의미가 없고 자신의 골프를 해야 한다"며 "적어도 나한테 배우는 선수들은 내 실수를 반복하게 하고 싶지 않다"고 강조했다.

현역 시절 투어 정상급 선수였지만 "우승이 없다 보니 제가 잘하는 선수라고 생각하지 못했다"고 자책한 그는 "항상 '나는 왜 이것밖에 안 되나' 하는 생각에 슬럼프가 시작됐고 스스로 발목을 잡혔다"고 선수 때를 돌아봤다.

그러면서 "(이)미림이도 잘하다가 요즘 잠깐 슬럼프였던 건데 거기서 더 깊은 수렁에 빠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제 역할이라고 생각했다"며 "지금 또 가르치는 성은정 선수도 마찬가지고, 인내심을 갖고 급하게 가지 않는다면 장기적으로 훨씬 도움이 될 것"이라고 자신의 '티칭 철학'을 설명했다.

email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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